"G20 위해 세계문화유산 등재 추진 성곽 훼손"

[국감-문광위] 국방부, 서울성곽 위에 숙소 증축... 김부겸 "문화재청이 불법 묵인"

등록 2010.10.05 15:23수정 2010.10.05 2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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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보강 : 5일 오후 9시 3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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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의문 쪽에서 바라본 서울성곽. 국방부가 증축한 장병 숙소 건물이 성곽보다 훨씬 높아 문화제 훼손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김부겸 민주당 의원실 제공) ⓒ 김부겸 의원실

창의문 쪽에서 바라본 서울성곽. 국방부가 증축한 장병 숙소 건물이 성곽보다 훨씬 높아 문화제 훼손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김부겸 민주당 의원실 제공) ⓒ 김부겸 의원실

국방부가 G20 정상회의 경호에 따른 군 병력 증가를 이유로 복원 사업 중인 서울성곽 위에 장병 숙소를 증축해 훼손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따라 문화재청과 서울시가 추진 중인 서울성곽의 2013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에 빨간불이 켜졌다.

 

국방부는 지난 2009년 9월 청운동 서울성곽에서 불과 3m 떨어진 곳에 지상 2층 규모의 수도방위사령부 장병 생활관 증축을 시작했다. 문화재보호법에는 사적에서 100m 이내에 건물을 세우거나 시설을 변경할 때에는 문화재심의위원회의 허가를 받도록 하고 있지만 국방부는 이같은 절차를 지키지 않았다. 

 

특히 국방부의 건물 증축이 이뤄진 곳은 문화재청과 서울시가 서울성곽의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위해 지난 2006년부터 추진하고 있는 18.2km에 이르는 복원 사업 구간에 포함된 지역이다. 문화재청은 이 사업 구간에 있는 기존 군사시설도 성 안쪽으로 최소 25m 이상 이동시키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결국 종로구청과 문화재청이 국방부에 공사 중지를 요청하기에 이르렀고 국방부는 2009년 12월에야 뒤늦게 문화재심의위원회에 허가를 신청했다. 증축 공사가 65%나 완료된 시점이었다.

 

"국방부 불법에 책임 묻기는커녕 특혜 줘"

 

하지만 문화재위는 국방부의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G20 정상회의에 따른 군 병력의 증가에 따라 시설 설치가 필요하다고 보이지만 건물의 높이가 8.5m로 창의문 쪽에서 바라볼 때 서울성곽보다 높아 역사문화 환경을 저해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국방부는 2층 연면적을 줄이는 선에서 공사 계획을 수정해 재허가를 요청했다. 그러자 문화재위는 2013년 서울성곽의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추진 중인 점을 감안 '2012년 12월까지'라는 기간을 못박아 허가해줬다.

 

하지만 문화재위의 심의 기준이 일관성을 잃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소속 김부겸 민주당 의원은 5일 국정감사에서 "문화재위는 1차 심의 때 부결 이유로 '건물 높이가 8.5m로 역사문화환경을 저해할 우려가 있다'는 점을 들었는데 국방부 수정안에 명시된 건물 높이도 역시 8.5m였다"며 "해당 건물의 2층 면적만 줄인 것에 불과했지만 문화재위는 더 이상 문제삼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한시적인 허가 기간인 2012년 12월 이후 이 건물의 처리 문제도 골치 거리다. 국방부가 자진 철거에 나서지 않을 경우 문화재청과 또 한 차례의 줄다리가 불가피해지고 논란이 길어진다면 서울성곽의 세계문화유산 등재는 물건너가게 될 수밖에 없다.

 

이건우 문화재청장도 이날 국감에서 "장병 숙소가 그대로 남아 있으면 세계문화 유산 등재가 불가능하다"고 인정했다.

 

만약 국방부가 자진 철거를 한다고 해도 문제는 남는다. G20 정상회의라는 1회성 행사를 위해 건물을 증축했다 불과 3년만에 철거하는 것은 공사비용으로 들어간 22억의 예산만 낭비한 꼴이 되기 때문이다.

 

김부겸 의원은 "문화재청은 불법으로 공사를 강행한 국방부에 책임을 묻기는커녕 특혜를 줬다"며 "원칙을 위반했을 뿐 아니라 문화재 훼손의 선례를 남기게 됐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수도방위사령부 관계자는 "노후화된 병영시설을 인근 초소와 통합하면서 증축하게 된 것"이라며 "G20 정상회의 개최 발표 이틀 전에 이미 공사를 시작했다"고 해명했다. 이어 "서울성곽의 세계문화유산 등재에 지장이 없도록 향후 문화재청과 긴밀한 협의를 해나가겠다"고 덧붙였다.

#김부겸 #문화재청 #서울성곽 #국방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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