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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取중眞담]은 <오마이뉴스> 기자들이 취재 과정에서 겪은 후일담이나 비화, 에피소드 등을 자유롭게 쓰는 코너입니다.[편집자말]
9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실에서 열린 '윤석열정부 2년 국민보고 및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이 질문을 하기 위해 손을 들고 있다.
▲ 대통령에게 질문 9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실에서 열린 '윤석열정부 2년 국민보고 및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이 질문을 하기 위해 손을 들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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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 취임 2주년을 맞아 열린 기자회견. 외교·안보 분야 질문은 외국 언론만 할 수 있었다. 일본 기자는 '강제동원 배상 문제 완전 해결'을 추궁하듯 했고 윤 대통령은 '인내'를 언급했다. 한국인 입장에서 외교·안보를 물어볼 기회는 주어지지 않았다.

9일 오전 대통령실에서 열린 기자회견은 정치, 외교·안보, 경제, 사회 4개 분야로 나뉘어 순차적으로 진행됐다. 외교·안보 분야에선 4번의 질의·응답이 있었는데, 국내 언론도 손을 많이 들었지만 지명된 기자는 모두 외국 언론사 소속이었다.

그 중 <니혼게이자이> 기자는 '강제동원 문제에 대해서 아직 완전히 해결되지 않은 상황인데 앞으로 어떻게 대응하겠느냐'고 물었다. 한국 대법원이 일본 전범기업에게 일제하 강제동원 피해자에 배상을 하라고 판결했고 이에 일본 정부가 반발했다. 한국 정부는 한국 기업이 출연한 재단을 통한 '제3자 변제'를 추진했지만, 법원이 피해자의 의사를 존중해 공탁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아 진행이 어려운 상태. 일본 기자는 한국 대통령에게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 물은 것이다.

답변에 나선 윤 대통령은 '인내'를 언급했다. 그는 "우리의 미래를 위해서, 또 구체적으로는 북핵 대응을 위해서, 또 양국의 경제 협력을 위해서, 인(도)태(평양)지역과 글로벌 사회에서 양국의 어떤 공동 어젠다에 대한 리더십 확보를 위해서 협력해야 된다고 생각한다"며 "여러 가지 현안이라든가 과거사가 걸림돌이 될 수는 있습니다만, 저희가 어떤 확고한 목표 지향성을 가지고 인내할 것은 인내해 가면서 가야 할 방향을 걸어가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양국의 미래와 안보를 위해 한일 관계 개선이 중요하므로 과거사나 현안 문제에는 인내하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의 강제동원 배상 해법에 대한 국내 여론은 좋지 않다(한국갤럽 2023년 3월 8~9일 전국 유권자 1002명 조사, '한일관계와 국익을 위해 찬성' 35%, '일본의 사과와 배상 없어 반대' 59%). 이런 상황에서 일본 기자가 '강제동원 배상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거냐'고 묻고, 한국 대통령이 '인내하자'고 답한 것은 '일본의 사과와 배상이 필요하다'고 보는 국민으로서는 굴욕감을 느낄 수 있는 장면이다.

한일 관계와 관련해 현재 뜨거운 관심사는 라인야후 사태다. 일본에서 지배적 위치를 점하고 있는 메시지 서비스 '라인'을 운영하는 라인야후는 한국의 네이버가 가진 지분을 매각해 일본 기업으로 전환하라는 압박을 받고 있다. 요즘 한일 관계와 관련해 한국 언론에서 가장 크게 다루고 있는 문제다.

'한일 관계가 크게 개선됐다는데, 왜 일본은 잘 나가는 회사의 한국측 지분 매각을 압박할까'. '한일 관계가 좋다는데 왜 일본은 독도 영유권 주장을 거둬들이지 않으며, 정치인들의 야스쿠니 참배 및 공물 헌납은 계속될까'와 같은 의문도 자연스레 뒤따른다.

하지만 외교·안보 분야에 대해 국내 언론은 한국인의 시각으로 질문할 수 없었다. 동시에 윤 대통령이 이 문제에 정당한 목소리를 내면서 '일본에 할 말은 하는 정부'의 모습을 보일 기회도 사라졌다.

태그:#윤석열, #기자회견, #라인야후, #강제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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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상근기자. 평화를 만들어 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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