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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버드> 밴드가 6일 오후 세종시 세종보 상류 한두리대교 밑에서 진행된 ‘온생명 어울림 문화제에서 공연을 하고 있다.
 <프리버드> 밴드가 6일 오후 세종시 세종보 상류 한두리대교 밑에서 진행된 ‘온생명 어울림 문화제에서 공연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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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종보 담수는 강에 똥물 투기보다 더 심각한 범죄”... 6일 '온생명 어울림 문화제' #세종보 #금강 #천막농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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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물아 흘러라~ 흘러라 강물아~ 날카로운 돌덩이를 만나 찟기고 씻겨라~"

금강 물살은 거셌지만, '프리버드' 밴드의 감미로운 선율은 가랑비를 타고 흘렀다. 시민들은 손뼉을 치거나 어깨를 좌우로 흔들며 리듬을 탔다. 아이들은 뒤쪽에서 킥보드를 몰거나 분필로 시멘트 바닥에 글씨를 쓰고 그림을 그렸다.

"흘러야 강이다." 교각에 끈으로 묶어 설치한 대형 현수막이 풍선처럼 바람에 부풀어 올랐다. 딱히 무대를 설치한 건 아니었지만, 그 앞에서 연주한 밴드의 곡과 잘 어우러졌다. 현수막에 큼지막한 붓글씨로 꾹꾹 눌러 쓴 스무 글자.

"장벽을 걷어내고 마음껏 굽이쳐라 4대강 보 해체"

어린이날 대체공휴일인 지난 6일 오후 세종시 세종보 상류 한두리대교 밑에서 진행된 '온생명 어울림 문화제'는 50여 명의 시민과 환경단체 활동가들이 참여한 작은 축제 마당이었다. '세종보 재가동 중단 및 4대강 자연성 회복을 위한'이라는 부제가 붙은 이 문화제는 '보철거위한금강낙동강영산강시민행동'(아래 시민행동)과 '세종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가 주관했다.

천막농성과 노래, 흥겨운 이야기 마당 '온생명 어울림 문화제'
 
6일 오후 세종시 세종보 상류 한두리대교 밑에서 진행된 ‘온생명 어울림 문화제에서 손피켓을 흔들며 노래를 따라 부르고 있다.
 6일 오후 세종시 세종보 상류 한두리대교 밑에서 진행된 ‘온생명 어울림 문화제에서 손피켓을 흔들며 노래를 따라 부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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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문화제의 사회를 본 시민행동 임도훈 간사(대전충남녹색연합 팀장)는 프리버드의 싱어이자, 4월 30일부터 무대 바로 앞쪽 금강변 하천부지에 친 농성천막을 지켜온 활동가였다. 임 간사는 이날 공연에 앞서서 "세종보 재가동 중단과 물정책 정상화를 촉구하는 천막농성을 진행하면서 노래와 이야기로도 우리의 바람을 채워보자는 차원에서 마련한 자리"라고 소개했다.

이어 박창재 세종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4대강사업으로 수문을 닫았을 때 이곳은 악취가 진동했고, 우리가 느끼지는 못했지만 강물에 창궐했던 녹조에서 나온 마이크로시스틴이라는 독성 물질을 흡입하고 다녔던 그 처참한 죽음의 강을 기억하고 있다"면서 "수문을 개방한 뒤 6년 동안은 축구장 면적의 100배에 달하는 모래톱이 생기고, 흰목물떼새와 흰수마자와 같은 멸종위기종이 돌아왔다, 우리는 그런 강을 원한다"고 말했다.

세종시 대평동에 사는 강형석씨는 "지난해 말 세종보를 재가동 하겠다는 발표를 접한 후 마음이 줄곧 편치 않았다, 보에 갇힌 채 죽어가는 강을 상상하면 더 이상 강변을 평화롭게 거닐 수는 없을 것 같았다"면서 "4대강 사업의 망령이 여전히 살아남아 강의 숨통을 조이고 강을 죽이겠다고 덤벼드는 것을 보니 세상이 미워지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강을 막아 비단강을 만들겠다는 이 기만적인 말은 사람을 감옥에 가두고 자유롭게 살게 해주겠다는 말과 무엇이 다른가, 사람을 때리며 사랑한다는 말과 무엇이 다른가"라고 반문한 뒤 세종보 수문을 닫았을 때의 상황을 다음과 같이 증언했다.
  
강형석 씨가 6일 오후 세종시 세종보 상류 한두리대교 밑에서 진행된 ‘온생명 어울림 문화제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강형석 씨가 6일 오후 세종시 세종보 상류 한두리대교 밑에서 진행된 ‘온생명 어울림 문화제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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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을 막는 것은 강에 똥물을 버리는 것보다 심각한 범죄"

"우리는 이미 강을 막는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경험적으로 알고 있습니다. 물고기들의 떼죽음, 녹조와 그 속에서 피어나는 독소, 썩은 강바닥과 악취를 우리는 이미 경험했습니다. 그래서 강을 막는 행위는 강에 똥물을 버리는 행위보다 더 심각한 범죄입니다. 강을 막는 행위는 자연과 함께 살아가려는 우리의 모든 노력을 비웃고 허튼짓으로 만드는 반사회적인 범죄입니다."

강씨는 "강을 죽이는 기만과 탐욕의 행정, 야만과 폭력을 그냥 두고만 볼 수 없다"면서 "세종시민들이 세종보 재가동을 막아내고, 그 기운을 영양분으로 삼아 4대강 보를 전부 해체하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전에서 이사를 온 뒤 세종에서 6년째 살면서 탐조 활동을 한다는 한 시민도 "세종보를 재가동해서 일상화된 기후위기에 대응하고 지역발전에 활용할 것이라는 환경부의 주장을 이해할 수 없다"면서 "세종보 주변 모래톱에서 흰꼬리수리, 민물가마우지, 흰뺨검둥오리, 청둥오리 흰죽지, 쇠오리, 원앙 등을 봤고, 지난해 가을 금남교 아래에서 큰고니와 큰기러기 떼를 처음으로 봤을 때 감동적이었다. 지난해에 본 금강에 찾아온 새들을 올해도 만나고 싶다"고 말했다.

가수 편경열, '프리버드' 밴드의 흥겨운 공연에 어깨 들썩
 
가수 편경열 씨가 기타를 치면서 노래를 부르고 있다.
 가수 편경열 씨가 기타를 치면서 노래를 부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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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들의 발언이 끝난 뒤 임도훈 간사는 "세종보는 4대강 16개 보의 최전선이고, 세종보가 닫히면 다른 보는 절대로 개방을 하지 못 한다. 세종보가 재가동되지 않도록 막는 게 4대강을 살리는 길이고 자연성 회복을 하는 길이 될 것"이라고 강조하면서 가수 편경열씨의 공연을 청했다.

편씨가 기타를 연주하며 <솔개> <나의 노래> 등을 부르자 시민들은 흥겨운 가락에 맞춰 박수를 치고 몸을 좌우로 흔들면서 따라 불렀다. 이날 편씨는 자작곡인 <나의 소리> 등 10여 곡 이상을 노래했다.

이어 대형 현수막을 배경으로 한 무대에 등장한 팀은 4인조 밴드 '프리버드'. 전국에서 벌어지는 노동현장에서 노래를 불러왔고, 세월호 참사 때에도 전국을 다니면서 애도의 콘서트를 열었다. 임 간사는 노래를 부르기 전 "4대강사업에 반대하면서 전국 투어를 하기도 했는데 그 때 만든 곡이 <흘러라 강물아>였다"고 말하자 박수 갈채가 쏟아졌다.

"동글 동글 동글 돌멩이~ 사각 사각 사각 모래알~ 데굴데굴 자갈밭~ 반짝 반짝 반짝 모래섬~ 꽃피는 강녁에 물고기 뛰어올라~ 강물아 흘러라~ 흘러라 강물아~"
  
6일 오후 세종시 세종보 상류 한두리대교 밑에서 진행된 ‘온생명 어울림 문화제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6일 오후 세종시 세종보 상류 한두리대교 밑에서 진행된 ‘온생명 어울림 문화제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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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미로운 선율이 한두리대교 밑에서 울려퍼졌다. 문화제에 참석한 시민들은 흥겨운 노래가락에 맞춰 옆 사람의 손에 손뼉을 쳤고, 무대 앞으로 나와 몸을 흔들며 춤도 췄다. 노래를 들으며 세종보 수문이 닫혔을 때와 열렸을 때의 금강의 모습을 비교한 사진 전시물을 보는 시민도 있었다. 아이들은 흰꼬리수리 등 새 사진을 휴대전화에 담아와서, 색분필로 공연장 시멘트 바닥에 그려넣었다.

프리버드 밴드는 "장막을 거둬라"로 시작하는 <행복의 나라로>를 마지막 곡으로 불렀고, 임 간사는 노래를 마친 뒤 힘차게 구호를 선창했다.

"장벽을 걷어내고 마음껏 굽이쳐라, 4대강 보 해체하라! 와~!"

한편, 세종보가 재가동되면 수몰될 한두리대교 교각 밑에서 천막농성을 하던 임 간사는 이날 새벽 2시경에 물이 차올라 긴급 피신했다가, 오전 9시께 천막에 다시 들어가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태그:#세종보, #4대강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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