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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플라스틱 협약을 만드는 ‘제4차 정부간협상위원회(INC-4)’가 4월 23일부터 29일까지(이하 현지시각) 캐나다 오타와에서 진행됩니다. 11월 부산에서 이어지는 ‘제5차 정부간협상위원회’는 국제 플라스틱 협약 성안을 위한 마지막 회의입니다. 플라스틱 협약이 과연 제대로 만들어질 수 있을지, 한국의 시민사회는 어떻게 대응할지를 서울환경연합 박정음 활동가가 오타와  INC-4 현장에서 짚어봤습니다.[기자말]
캐나다 오타와는 봄을 앞두고 하루하루 다른 풍경을 보이고 있다. 이곳은 4일 전에는 눈이 내리고, 이틀 전에는 날이 너무 더워 땀이 났다. 그리고 어제는 비가 내렸다. 며칠 전 만난 지구의 벗 캐나다 활동가와 캐나다 날씨 이야기를 했더니 "Welcome to Canada(캐나다에 온 것을 환영해)"라고 했다. 종잡을 수 없는 캐나다의 날씨처럼 국제 플라스틱 협약을 만드는 제4차 정부간협상위원회(Intergovernmental Negotiating Committee, 이하 INC-4)도 흐리기도 하고 맑은 하늘을 보이기도 하면서 봄을 향해 흘러가고 있다.

조금씩 스며들듯 찾아오는 봄과 달리, 캐나다 오타와 샤우 센터(Shaw Centre)에서는 1분 1초가 아주 촉박하게 흘러간다. 지금 INC-4에서는 플라스틱 원료 추출(1차 플라스틱 폴리머)부터 1회용 플라스틱, 비플라스틱 대체품, 제품 디자인, 미세플라스틱 등 이외에도 수많은 항목들에 대해 175개 UN회원국이 치열하고 첨예하게 토론하고 있다. 그리고 이 논의들은 동시다발적으로 여러 회의를 통해 진행된다. 그렇지만 '치열함'은 회의장 안에만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다. 오히려 회의장 밖이 더 치열하다. 

회의가 진행되는 샤우 센터(Shaw Centre)에는 국가 대표단 외에도 이번 협약의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함께 회의장에 들어가고, 같은 공간에서 밥을 먹고 시간을 보낸다. 즉, 논의가 진행되는 것과 동시에 논의의 진행상황에 맞춰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정부 관계자들을 만나 말을 걸고 같이 시간을 보내며 국가 대표단의 입장을 바꾸기 위한 끊임없는 설득과 압박이 이어진다. 실시간으로 논의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를 함께 듣고 있기 때문에 더더욱 구체적인 설득과 요구, 제안이 이루어질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회의에 참여하는 동안에는 그날 하루 일정을 결코 예상할 수 없다. 회의가 지연되는 것은 다반사이고, 회의장에서 우연히 마주친 다양한 이해관계자들, 정부 관계자와의 잠깐의 대화를 통해 바로 비공식적인 미팅자리가 마련되기 때문이다. 
 
지난 4월 25일 국제환경법센터(CIEL)가 발표한 INC-4에 참여자 중 화석 연료 및 화학 산업 로비스트에 대한 분석 자료
 지난 4월 25일 국제환경법센터(CIEL)가 발표한 INC-4에 참여자 중 화석 연료 및 화학 산업 로비스트에 대한 분석 자료
ⓒ CI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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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25일 국제환경법센터(CIEL)가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이번 INC-4에 참여한 화석 연료 및 화학 산업 로비스트는 196명이다. 이는 이전에 진행된 INC-3에 등록된 143명의 로비스트보다 37% 증가한 숫자이다. 그리고 이 중 16명은 말레이시아, 태국, 이란, 도미니카 공화국, 중국, 카자흐스탄, 쿠웨이트, 터키, 우간다 등의 국가 대표단에 등록되어 있다. 국가 대표단에 화석 연료 및 화학 산업 로비스트들이 포함되어 있다는 것은 그 국가가 이번 협상에 있어 산업계의 의견을 반영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문제는 위의 수치가 국가 대표단에서 제출한 정보를 바탕으로 분석한 것이기에 굉장히 보수적이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 NGO를 설립해 참관인(Observer)으로 참여한 로비스트 등 드러나지 않은 화석 연료 및 화학 산업 로비스트들은 포함되지 않았다. 이번 INC-4에 이토록 많은 로비스트들이 참여하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회의장에서 국가대표단이 화석 연료 및 화학 산업 로비스트들과의 접촉에 노출된다는 뜻이다.
 
국제 NGO단체들이 샤우 센터 회의장 밖 공간에 잠시 모여 전략 회의를 하고 있다.
 국제 NGO단체들이 샤우 센터 회의장 밖 공간에 잠시 모여 전략 회의를 하고 있다.
ⓒ 서울환경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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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국제 NGO들도 발빠르게 대응한다. 온/오프라인으로 틈틈이 회의하며 여러번 INC에 참여해왔던 활동가들의 리드 속에서 전략을 세운다. 서로 다른 대륙에서 왔고, 서로 쓰는 언어가 다르고, 처음 보는 얼굴들이더라도 이번 협약에 야심찬 내용들이 담길 수 있도록 빠르게 친해지고, 서로 연대하며 정보를 공유하고, 진행 상황을 파악하고, 어떻게 대응할지에 대해 전략을 함께 세운다. 

INC가 진행되는 동안 국가 대표단의 입장을 바꿔 협상에 의견을 반영시키는 것 외에도 시민사회가 참관인으로써 할 수 있는 일은 바로 의견서 제출이다. INC4에 참여하는 참관인들은 의견서를 제출할 수 있다. 이 의견서 제출을 위해 국제 NGO들은 빠르게 서로 어떤 논의에 들어가 진행상황을 파악할지, 어떤 쟁점들을 중점적으로 논의에서 확인 할지 공유하고, 논의의 진행상황에 맞춰 빠르게 의견서를 작성한다. 그리고 이는 국가 대표단들도 마찬가지이다. 

지난 25일, 페루와 르완다는 2040년까지 전 세계 1차 플라스틱 폴리머 사용량을 2025년 수준에서 40% 감축하자는 제안을 제출했다. 이번 국제 플라스틱 협약에서의 쟁점은 플라스틱 원료 추출 단계에서부터의 규제, 즉 1차 플라스틱 폴리머 감축에 있다. 이 점에 이 페루와 르완다가 야심차게 감축 목표치와 함께 감축을 제안한 것이다. 
 
페루와 르완다는 지난 25일 2040년까지 전 세계 1차 플라스틱 폴리머 사용량을 2025년 수준에서 40% 감축하자는 제안을 제출했다.
 페루와 르완다는 지난 25일 2040년까지 전 세계 1차 플라스틱 폴리머 사용량을 2025년 수준에서 40% 감축하자는 제안을 제출했다.
ⓒ 서울환경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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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플라스틱 원료 추출을 포함한 플라스틱 생산규제를 막기 위한 다양한 방식의 방해공작들 또한 이어지고 있다. 구체적으로 '1차 플라스틱 폴리머 감축' 파트에 대한 논의보다 다른 논의를 우선하자고 의견을 내거나 '1차 플라스틱 폴리머 감축'에 대한 논의를 시작할지 말지 여부에 대해 논의 하는 등, 본격적인 논의를 지연시키려는 목적의 절차적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INC에서는 국제 플라스틱 협약안 조항 하나하나를 만들어나가고 있는데, 회의에 참여한 국가 대표단은 조항 내용 중 동의하지 않거나 수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에 괄호를 요청한다. 그렇게 한 조항에 각 국가들의 입장에 따라 괄호가 마구 걸리면 그 순간부터 본격적인 협상이 시작되는 것이다. 난항 속에도 '1차 플라스틱 폴리머'와 관련된 조항은 지난 27일부터 본격적으로 논의가 진행되고 있으나 처음부터 끝까지 괄호에 담겨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플라스틱 원료 추출인 '1차 플라스틱 폴리머' 파트는 INC-4가 끝나는 29일까지도 논의가 진행될 예정이다. 이번 INC-4에서는 이전 INC들에 비해 빠른 속도로 협약안을 정돈하고 있다. 여기서 '1차 플라스틱 폴리머'에 대한 조항이 정리가 되지 않을 경우, 마지막 협상회의인 INC-5에서 가장 뜨겁게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태그:#국제플라스틱협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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