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바모스의 리더인 이데니스가 가장 자신 있는 브레이킹 댄스를 선보이고 있다.
 바모스의 리더인 이데니스가 가장 자신 있는 브레이킹 댄스를 선보이고 있다.
ⓒ 최은준

관련사진보기


경남 창원시 진해구 희망의집에는 여느 아이들과 마찬가지로 학교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네 명의 아이들이 있다. 귀가한 이데니스(16), 양하임(16), 서태주(15)에 이어 막내 이가빈(14)까지 연습실 문을 열고 들어서면 분위기가 확 달라진다.

진해 희망의집 신관에 마련된 연습실에는 푹신한 매트가 깔려 있고 한쪽 벽면엔 대형거울이 걸려있다.
 
지난 3년 반 동안 호흡을 맞춰온 바모스가 한 몸처럼 칼군무를 추고 있다. 왼쪽부터 이데니스, 서태주, 양하임.
 지난 3년 반 동안 호흡을 맞춰온 바모스가 한 몸처럼 칼군무를 추고 있다. 왼쪽부터 이데니스, 서태주, 양하임.
ⓒ 최은준

관련사진보기

 
스피커에서 강렬한 비트의 음악이 시작되자 천진난만하던 아이들의 눈빛이 돌변했다. 네 사람이 하나의 몸처럼 칼군무를 추다가 고난도 기술의 프리스타일을 뽐냈다.

2020년 만들어진 바모스... "비보이라 행복해요"
 
연습량을 자랑하듯 아이들은 각자 고난도의 춤을 자랑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데니스, 양하임, 서태주, 이가빈.
 연습량을 자랑하듯 아이들은 각자 고난도의 춤을 자랑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데니스, 양하임, 서태주, 이가빈.
ⓒ 최은준

관련사진보기


이들이 바로 바모스(Vamos)라는 이름의 국내 유일의 비보잉 키즈 크루다.

바모스는 스페인어로 '가자!'라는 뜻으로 스트리트 댄스의 한 장르인 비보잉을 추는 남성 댄서로만 구성된 비보이(B-Boy) 팀이다.  

바모스를 만든 장본인이자 아이들의 스승인 김영인씨는 이곳 진해희망의집 사무국장을 맡고 있다. 그는 희망의집으로 오기 전 활동한 15년 경력의 비보이 경험을 살려 지난 2020년 8월부터 열 명의 아이들과 함께 동아리 활동을 시작했다. 두 달 뒤인 10월 드디어 네 명의 아이들이 한 팀이 된 바모스가 탄생했다.
 
바모스를 만든 장본인이자 아이들의 스승인 김영인씨(오른쪽 끝)가 이데니스의 자세를 잡아주고 있다.
 바모스를 만든 장본인이자 아이들의 스승인 김영인씨(오른쪽 끝)가 이데니스의 자세를 잡아주고 있다.
ⓒ 바모스

관련사진보기

  
김영인 국장은 "바모스가 국내에 활동 중인 유일한 키즈 크루라서 주목을 받은 것은 사실이지만 개별 실력만 놓고 보더라도 또래 중에선 뛰어나 어느 대회를 나가든 1, 2위를 다투는 실력이 되었다"고 자랑했다.

바모스는 2022년 브레이킹 K파이널에 참가해 초등부에서 이가빈이 2등, 중등부에서 양하임이 2등을 차지하고 월드비보이클래식(WBC) 무대에 스페셜 게스트로 초청되는 등 활발한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지난 4월 20일 오후 서울시 광진구 나루아트센터에서 2024 브레이킹 K시리즈 1차 대회 및 국가 대표 선발전이 열렸다. 바모스도 이 대회에 참가해 양하임과 서태주가 각각 3, 4위를 기록했다. 국가대표 자격은 고등부 이상에게 주어지는데 바모스도 곧 국가대표 자격에 도전할 수 있게 된다. 

브레이킹 K시리즈는 차기 시즌 브레이킹 남녀 국가대표를 선발하는 무대다. 1·2차 대회 순위를 합산해 파이널에 진출할 남녀 각 16명을 선발한다.

파이널에서는 비걸 3명, 비보이 3명이 각각 국가대표로 선발돼 2025년에 열리는 세계댄스스포츠연맹(WDSF) 세계선수권대회에 출전할 자격을 얻는다.

브레이킹은 2024 파리 올림픽에 이어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에도 정식 종목으로 채택되어 바모스의 활약이 기대된다.

[바모스의 활동 모습]
https://www.youtube.com/@vamoscrew5834

2022년 키즈넥스트도어(KND) 무대에서 MVP를 수상한 서태주는 "춤을 추기 전에는 친구가 많이 없었는데 춤을 시작하고 나서 친구들이 제게 관심을 많이 가져서 좋다"며 춤 때문에 달라진 주변의 변화를 설명했다. 
 
자신감 넘치는 표정과 몸짓을 보여 달라고 하자 아이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왼쪽부터 서태주, 이데니스, 양하임.
 자신감 넘치는 표정과 몸짓을 보여 달라고 하자 아이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왼쪽부터 서태주, 이데니스, 양하임.
ⓒ 최은준

관련사진보기

 
막내 이가빈은 "춤을 추고 나서 떨리는 게 나아졌고 비보이라서 행복하다"며 춤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드러냈다. 팀의 맏형 양하임도 "저에게 춤은 공기라서 춤이 없으면 못 살 거 같다"고 덧붙였다. 

김영인 국장은 "희망의집에서 생활하는 네 친구 모두 공통적으로 의사표현이 서투르고 분노조절에 어려움이 있었는데 춤을 추면서 점점 나아지는 게 보인다"며 "성인이 될 때까지 이대로만 커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아동양육시설, 공동생활가정, 가정위탁 등의 보호를 받다가 만 18세 이후 보호가 종료되는 자립준비청년이 된 이후가 사실은 더 걱정"이라고 말했다. 

"자립준비청년들, 정서적 안정감 키워주는 게 가장 중요"

1945년부터 경남 창원시 진해구에 자리 잡은 진해희망의집은 가정해체와 결손가정 등으로 보호가 필요한 아이들이 생활하는 아동양육시설이다.

현행법상 이들은 만 18세가 넘으면 시설을 떠나야 한다. 사정에 따라 최대 만 24세까지 연장할 수 있지만 안정적인 직장과 주거문제를 해결하기에는 그마저도 너무 짧은 시간이다.

정부는 2023년에서야 이들을 '보호종료 아동'에서 '자립준비청년'으로 바꿔 부르기 시작했다.

보호종료 이후 5년이 지나면 이들은 그야말로 사회에 홀로 서게 된다. 일반적인 정부지원도 끊어지고 만 24세 이전에 시설에서 퇴소한 경우 사회생활이 원만치 않아 다시 시설로 돌아가고 싶더라도 불가능한 상태다.

2022년 기준 국회입법조사처가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자립준비청년에게 '보호종료를 앞둔 심정'을 묻자 '걱정된다'고 답한 비율이 76.2%에 달했다. 무엇을 걱정하는지에 관한 조사에서는 '취업, 진학에 대한 걱정'(39.1%), '생활비, 학비, 돈 관리 등 경제적 문제에 대한 걱정'(32.4%) 등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아동권리보장원 따르면 해마다 약 2000명가량의 자립준비청년들이 홀로 서기에 도전하고 있고 경남도에서도 2022년 기준 148명의 청년들이 보호시설을 나왔다.
 
아동권리보장원 따르면 해마다 약 2000명가량의 자립준비청년들이 홀로 서기에 도전하고 있다.
 아동권리보장원 따르면 해마다 약 2000명가량의 자립준비청년들이 홀로 서기에 도전하고 있다.
ⓒ 아동권리보장원

관련사진보기

 
경남도는 올해 1월 보호 종료 후 5년간 지급하는 자립 수당을 월 40만 원에서 50만 원으로, 자립정착금을 1000만 원에서 1200만 원으로 인상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자립정착금은 자립 초기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일시금으로 지원하기로 했다.

정부와 각 지자체도 최근 자립준비청년들을 위한 주거시설과 취업지원, 정서적 지원 방법을 연구하고 있지만, 김영인 국장은 "관점을 달리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이들을 위한 지원책이 대부분 자립 초기 시점에 집중되어 있고 경제적 지원도 현재 물가와 괴리가 큰 게 현실이다"며 "아이들이 시설에서 생활하는 동안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해 정서적으로 더 건강해지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아이들이 홀로 서기에 성공하기 위해선 주변의 지속적인 관심도 물론 중요하지만 바모스의 아이들처럼 스스로를 드러내기를 부끄러워하지 않는 정서적 안정감을 키워주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이데니스는 "국가대표로 올림픽에 나가 꼭 메달을 따고싶다"며 "누구라도 저를 알아보는 세계적인 댄서가 되고싶다"고 바모스의 리더다운 포부를 밝혔다. 

태그:#바모스, #자립준비청년, #보호종료, #진해희망의집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우리 사회는 평범한 사람들이 지탱한다는 말을 믿습니다. 소시민으로서 지극히 평범한 가치를 공유하고 소개하고 싶습니다. 동화작가의 시선으로 세상을 들여다 봅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