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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악인은 무궁한 세계를 탐색한다.
목적지에 이르기까지
정열과 협동으로 온갖 고난을 극복할 뿐
언제나 절망도 포기도 없다.
산악인은 대자연에 동화되어야 한다.
아무런 속임도 꾸밈도 없이
다만 자유 평화 사랑의 참 세계를 향한
행진이 있을 따름이다."
 

시조 시인이자 산악인이었던 노산 이은상 선생님의 '산악인의 선서' 전문이다. 1977년 9월 15일 우리나라 산악인 최초로 고상돈 대원이 에베레스트 등정에 성공한 것을 기념하기 위해 발표했다고 한다.

이토록 좋은 등산을, 아이들은 단조롭게 여기며 즐겨하지 않는다. 하지만 지루한 흙길이 아닌 다양한 색의 홀드(암벽을 올라갈 때 손으로 잡거나 발로 디딜 수 있는 곳)가 박힌 암벽, 단순한 정상 등반이 아닌 흥미진진한 게임이 동반된다면 다른 얘기가 된다.

서울시 마포구에 위치한 서울시산악문화체험센터는 월드컵공원 인근에 자리 잡고 있다. 순전히 아이들의 요청으로 이번에 간 것까지, 벌써 3번째 방문이다.

아이들과 함께 하는 클라이밍 체험
 
리드 클라이밍을 할 수 있는 인공암벽장이다.
▲ 서울시산악문화체험센터 외벽 리드 클라이밍을 할 수 있는 인공암벽장이다.
ⓒ 최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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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클라이밍은 3가지 종류로 분류할 수 있다. 스피드 클라이밍 (오토빌레이라는 장치를 하고 15m 암벽을 빠르게 오르는 종목), 리드 클라이밍 (다양한 난이도로 15m 암벽을 오르는 종목), 볼더링 (맨몸으로 4~6m의 암벽을 오르는 종목)이 그것이다.
 
다양한 클라이밍을 즐길 수 있는 시설을 갖추고 있다.
▲ 서울시산악문화체험센터 내부 다양한 클라이밍을 즐길 수 있는 시설을 갖추고 있다.
ⓒ 최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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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주말 일일 체험권을 끊어 '볼더링'을 하기로 했다. 맨몸으로 하는 운동이지만 발에 맞는 클라이밍화를 착용하고, 손가락 부상을 방지하기 위해 테이핑을 해야 한다.

아이들은 벌써 세 번째 체험이라 그런지 신발을 고르고 손가락에 테이핑하는 것도 척척 해냈다. 강사님의 한 마디.

"벽에 박힌 알록달록한 돌멩이 같은 게 보이시죠? 이게 홀드라고 합니다. 같은 색을 밟고 잡으며 올라가 볼게요."

노란색, 하얀색, 빨간색 등 홀드의 색깔과 모양이 제각각이다. 강사님은 나무를 타는 원숭이처럼 손쉽게 꼭대기까지 올라갔다.
 
"클라이밍은 잘 오르는 것보다 잘 떨어지는 게 더 중요합니다. 엉덩이, 등, 목, 머리 순서로 바닥에 닿으며 안전하게 내려오셔야 해요."


강사님은 낙하 시범도 보여주었다. 홀드를 잡고 버티는 게 아닌, 하체로 홀드를 딛고 서는 것이기 때문에 다리의 힘이 많이 필요하다고 하셨다. 중력을 거슬러 수직으로 오를 수 있는 에너지가 있어야 하는 것이다.

"엄마, 제가 하얀색 홀드만 잡을게요. 잘 보세요."
 
홀더를 이용한 볼더링을 할 수 있다.
▲ 실내암벽장 홀더를 이용한 볼더링을 할 수 있다.
ⓒ 최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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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은 작은 홀드에 발을 딛고 안간힘을 써서 위로 올라갔다. 하얀색 홀드 잡기에 성공하면 더 어려운 색에 도전해 보겠다고 한다. 성취감에 팔다리가 아픈 줄도 모르는 모양이다.

아이들과 함께하는 스포츠 클라이밍, 대체 왜 좋을까?

우선 날씨와 관계없이 즐길 수 있는 실내 스포츠이기 때문이다. 비가 와서 자전거를 탈 수 없다든지, 눈이 내려 등산을 할 수 없다는 등의 핑계가 통하지 않는다. 클라이밍은 궂은 날씨에도 별다른 장비 없이 가볍게 시도할 수 있다.

둘째, 여기서 얻은 성취감이 곧 아이들의 자신감이 된다. 스스로 해내는 순간이 쌓이면 아이의 건강한 자신감도 축적된다. '열심히 하면 할 수 있겠다'라는 생각은 아이가 어려운 일을 맞닥뜨렸을 때, 실패에 연연하지 않고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용기를 준다.

셋째, 경쟁과 협력을 배울 수 있어서다. 선의의 경쟁은 발전의 원동력이 된다. 옆에서 열심히 달리는 경쟁자가 있을 때 열정에 불이 붙는 것처럼.

한편으로는 뒤처진 상대를 응원하며 함께 나아갈 방법을 궁리하기도 한다. 선의의 경쟁자이자 협력하는 친구가 되는 방법을 클라이밍으로 배우는 셈이다. 
 
산악인의 개척 정신과 불굴의 의지를 엿볼 수 있는 공간이 있다.
▲ 대한민국의 산악 산악인의 개척 정신과 불굴의 의지를 엿볼 수 있는 공간이 있다.
ⓒ 최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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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은 재잘거린다.

"누나, 우리 누가 먼저 꼭대기에 닿는지 시합하자."

"좋아."
 

아이들은 머릿속으로 어떻게 오를지 전략을 짠다. 자기의 운동 능력 안에서 좀 더 빠르고 안전하게 도달할 방법을 고민하며 즐거워한다.

손가락에 감았던 테이프가 나달나달해지고,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히면 체험 시간이 끝난다. 자신이 얼마나 높이 올라갔는지, 어떤 루트까지 해냈는지 후일담을 가득 담은 즐거운 수다가 시작된다.
 
서울시산악문화체험센터 건물에는 쉴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 볕이 드는 카페 서울시산악문화체험센터 건물에는 쉴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 최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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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좋아하는 것을 하나씩 발견하는 것은 가치 있는 일이다. 살면서 지치거나 괴로울 때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나만의 취미를 몇 가지 갖고 산다는 건 든든한 일이니까. 아이들과의 활력 넘치는 주말을 계획한다면, 클라이밍도 한번 떠올려 보자.

서울시산악문화체험센터(링크)의 다양한 프로그램은 포털 네이버 검색을 통해 예약 가능하다. 유료이지만 저렴한 편이다.

덧붙이는 글 | 개인 브런치(https://brunch.co.kr/@mjc8441)에 업로드 예정입니다.


태그:#서울시산악문화체험센터, #실내암벽장, #일일체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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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과 함께 경험하고, 배우며 성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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