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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수정: 15일 오전 9시 33분]
 
 30년 동안, 안양문인협회에서 개최하는 시화전의 그림을 그리며 봉사했다는 이숙희 작가
  30년 동안, 안양문인협회에서 개최하는 시화전의 그림을 그리며 봉사했다는 이숙희 작가
ⓒ 김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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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은 짐짓 딴짓을 하는 거지요."

환하게 웃으며 이숙희 작가는 말한다. 지난 6일부터 갤러리카페에서 미술작품 전시 중인 이 작가의 이야기다.

작가는 경북 금릉 출생으로 1989년 계간 우리 문학에 시로 등단했다. 얼마 전 세 번째 시집 <상점일기>를 출간했으며 동명의 가게도 안양예술공원에서 운영 중이다.  
시화전 통해 시와 그림이 접목된 세계 구축 
  
 
그림 속에 그녀의 시가 들어있다. 『상점일기』는 얼마전 출간되어 책으로도 만날 수 있다.
▲ 상점일기 그림 속에 그녀의 시가 들어있다. 『상점일기』는 얼마전 출간되어 책으로도 만날 수 있다.
ⓒ 김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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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3년 안양문인협회(사) 시화전에 참여하여 시와 그림을 접목한 작품들을 선보였다. 유화부터 데생까지 시와 어울리던 그림을 그리기 위해 고민하던 중 2000년부터 생활 속에서 재료를 가져와 표현해 보기 시작했다고 한다. 일상을 캔버스 안으로 끌고 들어와 그녀만의 독특한 작품세계를 만들었다.           
   
안양에서 시화전이 열리면 유독 이숙희 작가에게 그림을 부탁하는 사람이 많다. 독특한 감성을 담아낸 추상화 속에 자신의 글을 녹여 보고 싶은 바람 때문일 것이다.           
며칠 전 만나 한 인터뷰에서, 그는 가장 기억에 남는 전시회가 작년 프랑스 노르망디에서 했던 레지던시라고 했다. 레지던시 프로그램이란 예술가들에게 일정기간 동안 거주, 전시공간, 작업실 등 창작생활공간을 지원해 작품활동을 돕는 사업을 말한다. 작년, 오랜 꿈이었던 프랑스에서 작품활동을 하며 자신의 세계를 인정받은 날들이 큰 기쁨으로 남아있다고 했다.   

   
작가는 시간은 만들어지고 쓰여지는 것이라고 말한다. 자신의 일상을 그림으로 표현한 작품.
▲ 내가 가진 시간 작가는 시간은 만들어지고 쓰여지는 것이라고 말한다. 자신의 일상을 그림으로 표현한 작품.
ⓒ 김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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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가는 1993년부터 미술을 시작했다고. 원래 그림에 관심이 많았던 터였고 유화부터 데생까지 시에 어울리는 그림을 그리기 위해 고민하던 중 2000년부터 생활 속에서 재료를 가져와 표현해 보기 시작했다고 한다. 시인이었고 항상 책상 위에 원고지가 있었는데 그것을 캔버스에 붙이기 시작하면서 자신만의 세계가 탄생한 것이다.          

"어떤 때는 (작품이) 외침처럼 바로 튀어나오기도 하지만 곰곰이 생각하는 시간이 많아질 때도 있어요. 그럴 땐 일상의 일도 하고 천천히 작업도 하면서 조금씩 캔버스를 완성해 가요. 풀칠을 하거나 색칠을 하고 마를 동안 다른 일을 하고 다시 돌아와 작품을 완성했기 때문에 오랜 시간이 걸렸는데, 이런 형태의 작업과 기록들이 '내꺼'라는 이미지를 갖게 됐습니다."          

주변의 반응과 상관없이 완성해 가는 자신만의 세계 

"시와 그림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았는데 한 가지에 몰입하지 않는다고 비판하는 사람은 없었나?"란 질문에 작가는 이렇게 답한다.   

"간혹 그림만 그려야지 하는 사람이 있었는데 그건 그 사람의 의견이지 제 생각이 아니에요. 내 생각이 그 사람과 같을 필요 있나요. 요즘엔 작품에 글씨가 들어가는 것은 예사입니다."     

상점일기라는 시를 통해 알 수 있듯이 이숙희 작가는 본인과 사람들과의 관계를 상점주인과 손님의 관계로 생각한다. 새로운 손님이 오면 신간이 나온 것이고 오랜 단골손님은 베스트셀러이다. 자신의 세계가 분명하여 그것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고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다는 것이다.  
    
시화전 때 추상적인 그림보다 시의 소재와 비슷한 그림을 원하는 시인은 없었는지 묻자, 다음 답변이 돌아왔다.

"꽃을 아주 세밀하게 사실처럼 그려서 보여줄 수 있지만 나는 개념과 이미지를 생각했다가 그려요. 실제로 보여주지 않고, (독자가) 느끼게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고흐와 1917년 변기를 전시장으로 끌어낸 뒤샹처럼 어떻게 해석하냐에 따라 모든 사물은 다르게 보입니다. 어떻게 철학적으로 그것을 연주하느냐가 예술가들에게는 중요해요."    

이 작가는 2008년 시집 <단꿈>을 내면서 처음으로 수원미술관에서 개인전을 했다. 이번이 15번째 전시회이다. 

지역 내에서 예술활동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안양여성문학인들의 동호회인 '화요문학'에서 11년 동안 회장직을 맡았고 안양문인협회 부회장을 9년간 역임했다. 작가는 자기의 탐색에 열중하면서도 타인들과 소통하는 여유를 가지고 있다.       

- 장사도 하고 시도 쓰고 그림도 그려야 하니 시간 관리하기가 쉽지 않을 텐데 언제 주로 작업을 하시나요.

"저녁 6시에 가게 문을 닫고 집에서 식사 후 산책하고 나서 일찍 잠자리에 듭니다. 그리고 새벽에 일어나요. 새벽 2시가 조금 넘으면 일어나 작업을 해요. 밖은 아직 어둡지만 이제 어둠은 사라지고 곧 밝으리라는 기대가 있는 새벽의 기운을 누리는 것이 좋습니다."  

- 작품활동뿐만 아니라 지역사회에서 봉사를 통해 자아를 실현하려는 모습이 많은 후배들에게 귀감이 됩니다. 앞으로 어떤 작업을 할 예정인가요?          

"좀 더 큰 작품을 하고 싶어요. 예술버스도 크게 다시 만들어서 보고 싶어요. 그리고 앞으로 다수의 전시회를 예정 중에 있습니다."   
               
모서리가 있어도 깍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작가는 말한다.
탑승 제외자 → 목적지가 있는 사람
▲ 작품명 : 예술버스 모서리가 있어도 깍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작가는 말한다. 탑승 제외자 → 목적지가 있는 사람
ⓒ 김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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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안양문인협회 회장을 맡았던 고 김대규 선생은 생전에 이런 말씀을 하셨다고 한다. "이숙희는 내 제자가 아니다. 이미 완성돼서 내게로 왔다"라고.

캔버스 위에 그려지는 일상이 사람들에게 한 끼 식사처럼 느껴지길 바란다고 말하는 그녀의 열정과 순수함이 스며들어 충격을 준 하루였다.

이숙희 시인의 전시는 안양시 동편마을 갤러리카페 아프리카(경기 안양시 동안구 동편로 39)에서 4월 30일까지, 작품은 책 <상점일기>를 통해서도 만날 수 있다.     
<손님> - 이숙희

가게에 앉아 책을 본다
하루에도 몇 권씩 넘겨본다
어느 땐 수십 권도 펼쳐 본다
손님이라는 책!
오늘은 어떤 신간이 들어올까
낯선 손님은 뒷장이 궁금해지는 
또 한 권의 설레이는 신간
내가 먼저 집어낼 수 없는,
나를 향해 스스로 걸어 들어오는…
온전한 하루에 대한
예의가 있는 사람, 손님들로 
늘 행복한 독서 중이다
나날의 독서는 
행복으로 항복 중이다.  
  
    
시와 그림을 접목해 작가만의 독특한 세계를 구축하였다.
▲ 이숙희 작가 시와 그림을 접목해 작가만의 독특한 세계를 구축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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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글은 작가의 브런치에 실릴 수 있습니다.


태그:#이숙희, #상점일기, #시와그림, #시화전, #예술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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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사는 아름답고 재미난 이야기를 모으고 있습니다. 오고가며 마주치는 풍경들을 사진에 담으며 꽃화분처럼 바라보는 작가이자 주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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