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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국립대학교 진주 가좌캠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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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상국립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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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가 대학 사회과학분야 학과의 '모집단위 광역화'를 추진하자 교수들이 우려하고 나섰다.

교육부는 전국 대학에 모집단위 광역화를 요구하고 있으며 이를 실시하면 지원금 준다는 것이고, 경상국립대는 2025학년도부터 실시할 계획이다.

경상국립대학교 사회과학대학 교수회(회장 박종현 경제학과 교수)는 22일 낸 성명을 통해 심층분석과 의견수렴부터 하라고 촉구했다.

'모집단위 광역화'에 대해 교수들은 "일시적 유행이나 단기적인 시장 가치에 기반해 특정 선호 전공으로의 학생 집중을 초래한다"라며 "인문사회과학 분야 기초학문의 존립 자체를 위협함으로써 학생들의 전공선택권을 실질적으로 어렵게 한다"라고 했다.

또 교수들은 "입학 후 1년간 각 학과의 전공기초를 충분히 다지지 못한 채 전공을 선택하게 함으로써 각 학과 전공 학습기간을 실질적으로는 1년 단축하는 결과를 가져와 전공교육의 질과 학생들의 전공 수학능력을 떨어뜨린다"라고 했다.

대학본부에 대해 교수회는 "2025년도 실시 목표로 한 모집단위 광역화 계획을 2026년도 이후로 유예하고 이 제도의 심층분석 및 의견수렴의 장부터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또 교수들은 "학생들의 선택권 보장 및 미래 융합인재 양성을 위해 작동 중인 기존 제도들의 평가 작업을 수행하고 개선안을 제시하라"고 대학본부에 요구했다.

교육부에 대해 교수회는 "일방적인 전공자율선택제의 강행을 중단하고, 기존 전공자율선택제의 효과에 대한 신뢰할 수 있는 데이터 및 판단 근거부터 제시하라"고 촉구했다. 다음은 성명서 전문이다.

'모집단위 광역화' 계획(안)에 대한 성명

경상국립대학교 사회과학대학 교수 일동은 교육부와 대학본부가 졸속 추진 중인 2025학년도 모집단위 광역화 계획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며 반대 의사를 명확히 한다. 대학은 지식의 창출과 전달, 그리고 사회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한 인재 양성의 산실이다. 이러한 대학의 존재 이유에 비춰볼 때, 지금의 모집단위 광역화 추진계획은 대학 교육의 본질적 가치와 목적에 반한다. 이는 표면적으로는 학생들에게 전공선택권을 확대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기초학문 약화 및 학문의 다양성 훼손을 가져오는 것은 물론, 부전공·복수전공·전과제도 등을 통해 이미 충분히 보장된 학생들의 선택권과 각 학과의 안정적 교육과정 운영 사이에 자생적으로 형성된 균형과정을 교란시킴으로써 대학교육 생태계를 파괴할 가능성이 대단히 높기 때문이다.

첫째, 모집단위 광역화는 일시적 유행이나 단기적인 시장 가치에 기반해 특정 선호 전공으로의 학생 집중을 초래하고, 인문사회과학 분야 기초학문의 존립 자체를 위협함으로써 학생들의 전공선택권을 실질적으로 어렵게 한다. 이는 교수와 학생 모두의 교육권을 침해하는 결과를 가져와 대학교육의 근간인 학문의 다양성을 훼손할 위험이 크다. 더욱이 학과 간의 제로썸 게임을 조장함으로써 불필요한 분란과 갈등을 초래하고, 호혜와 협력에 기초한 대학 공동체의 발전을 저해할 가능성도 크다.

둘째, 모집단위 광역화는 입학후 1년간 각 학과의 전공기초를 충분히 다지지 못한 채 전공을 선택하게 함으로써 각 학과 전공 학습기간을 실질적으로는 1년 단축하는 결과를 가져와 전공교육의 질과 학생들의 전공 수학능력을 떨어뜨리고 이로 인한 학문적 성취와 진로·취업 준비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위험이 크다. 모집단위 광역화로 인해 예상되는 학생들의 대규모 전공 이동은 기존 학과의 교육과정 전반에 걸쳐 계획성 및 안정성을 저해하고 교육자원의 효율적 배분을 악화시킬 위험도 크다. 모집단위 광역
화는 입시에서 서울 중심의 대학에 유리할 수밖에 없는 제도이므로, 결국 서울 소재 대학으로의 쏠림 현상을 강화함으로써 지역소멸의 시대 지역 대학의 위기를 가중시키고 지역거점국립대학의 역할 수행에 심각한 문제를 초래할 것이 자명하다.

셋째, 모집단위 광역화는 미래 대학교육의 방향과 내용, 형식을 결정하며 대학 체제의 불가역적인 변화를 초래할 중대한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이로 인한 변화가 각 단과대학과 해당 학과들에 어떠한 영향과 결과를 야기할 것인가에 대한 충분한 논의가 이루어지지 않는 가운데 추진되고 있다. 더욱이 최소한의 민주적 절차와 학내구성원의 다양한 의견수렴, 충분한 숙고 및 공론화 과정 없이 밀어붙이기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어 대학 민주주의의 근본과 절차적 정당성을 흔들고 있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이 크다.

넷째, 모집단위 광역화는 전공자율선택제라는 미명 아래 재정지원 사업을 미끼로 교육부에 의해 일방적으로 강요되고 있다. 교육부는 자유전공학부 등의 이름으로 이미 수도권의 여러 대학들에 의해 시도된 전공자율선택제가 기대했던 교육적 효과를 충분히 발휘했다는 어떠한 경험적 증거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더욱이 헌법재판소의 판례에 따르면, 대학의 자율은 대학시설의 운영만이 아니라 학생의 선발과 전형 등 학사관리 전반에 걸쳐있기에 현재 강요되는 모집단위 광역화는 대학 자치권과 학문의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하는 것이다. 따라서 교육부가 이 제도를 제대로 된 공론화 과정 없이 강행한다면 다양한 방식과 경로를 통하여 그 책임을 엄중하게 추궁할 것이다.

대학의 본질은 지식의 생산과 교환 그리고 학생의 지적 성장 및 사회진출 준비에 있다. 대학본부와 교육부는 다방면의 부작용이 자명함에도 효과성이 입증되지 못한 모집단위 광역화 및 전공자율선택제를 졸속으로 추진하기보다는, 기존의 부전공·복수전공·융합전공·연계전공·자율전공 등 기존 제도의 실효성을 정밀하게 분석함으로써 교수와 학생이 함께 그들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교육개혁을 스스로 진행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 교수진도 지식 창출이라는 본연의 업에 충실히 임하는 가운데, 우리 학생들이 미래 사회에 필요한 역량을 키우고 배움의 기쁨을 느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노력할 것이다.

이에, 우리 사회과학대학 교수들은 대학본부와 교육부에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1. 대학본부는 2025년도 실시 목표로 한 모집단위 광역화 계획을 2026년도 이후로 유예하고 이 제도의 심층분석 및 의견수렴의 장부터 마련하라.

2. 대학본부는 학생들의 선택권 보장 및 미래 융합인재 양성을 위해 작동 중인 기존 제도들의 평가 작업을 수행하고 개선안을 제시하라.

3. 교육부는 일방적인 전공자율선택제의 강행을 중단하고, 기존 전공자율선택제의 효과에 대한 신뢰할 수 있는 데이터 및 판단 근거부터 제시하라.

2024. 3. 21 경상국립대학교 사회과학대학 교수회.

태그:#경상국립대학교, #사회과학, #교육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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