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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현습지에 나타난 물고기떼. 누리떼로 보이는 수많은 물고기가 팔현습지 금호강을 뒤덮고 있다. 낯선 모습이다.
 팔현습지에 나타난 물고기떼. 누리떼로 보이는 수많은 물고기가 팔현습지 금호강을 뒤덮고 있다. 낯선 모습이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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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팔현습지에서 특이한 현상이 목격됐다. 겨울 초입임에도 물고기떼가 나타나 선회를 하는가 하면, 낮 시간대에 참매가 물가까지 날아오고, 주로 밤 시간대에 활동하는 고라니가 낮에 등장하기도 했다. ​마치 금호강 사색있는 산책로 조성사업(팔현습지)의 환경영향평가 거짓부실검토전문위원회(아래 거짓부실위)의 '부결' 소식에 집단 항의라도 나선 것만 같은 모양새다(관련 기사 : "미흡하지만 부실은 아니다? 팔현습지 환경영향평가에 면죄부").

지난 22일 금호강 예술행동을 벌이고 있는 '금호강 디디다' 팀과 함께 팔현습지를 찾았다. 산란-부화철도 아닌데 겨울 초입에 물고기떼가 나타나 선회를 하고 있었다.
 
▲ 물고기떼의 '집단 항의'
ⓒ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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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모습을 본 디디다팀 기획 담당 서민기씨(음악인)는 이렇게 촌평했다.​​​​​​

"물고기들도 (부결) 소식을 들었나 봐요. 떼로 나서서 집단 시위라도 벌이고 있는 것 같아요. 이런 모습을 처음입니다. 팔현의 친구들이 하나둘 움직임을 시작한 거 같아요."

아니나 다를까, 순간 참매 한 마리가 창공에서 갑자기 급강하해 날아들어 금호강 강바닥에서 유유히 유영하던 오리들이 깜짝 놀라 떼로 날아올랐다. 이 역시 낯설고 기이한 현상이다. 사람들이 많이 오가는 낮시간에 참매가 물가까지 날아온다는 것 자체가 이례적이기 때문이다. 
 
물가로 급강하한 참매 한 마리가 유유히 날아간다.
 물가로 급강하한 참매 한 마리가 유유히 날아간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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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현습지 하식애 절벽에 나타난 고라니. 낯에는 극도로 몸을 숨기는 고라니가 한낮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것도 참 이례적 풍경이다.
 팔현습지 하식애 절벽에 나타난 고라니. 낯에는 극도로 몸을 숨기는 고라니가 한낮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것도 참 이례적 풍경이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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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현습지의 터줏대감 수리부엉이도 하식애 절벽에서 팔현습지를 굽어보고 있다. 눈을 꼭 감은 체 기도를 하고 있는 듯하다.
 팔현습지의 터줏대감 수리부엉이도 하식애 절벽에서 팔현습지를 굽어보고 있다. 눈을 꼭 감은 체 기도를 하고 있는 듯하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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뿐만 아니라 대낮에는 꼭꼭 몸을 숨긴 채 잠을 자야 하는 고라니가 하식애 절벽에 나타나는가 하면, 팔현습지 터줏대감 수리부엉이는 그동안 자리했던 꼭대기 끝 자리를 버리고 훨씬 아래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야생 세계도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는 걸까.

팔현습지를 막개발하려는 '삽질'을 그동안 막고 있었던 것이 환경영향평가 거짓부실위였는데 그것이 '부결'로 결정나면서 환경부(낙동강유역환경청)가 이곳에 실시하려는 '삽질'을 막을 장치가 사라졌다. 환경부가 바로 공사를 시작해도 법적으로는 아무런 문제가 없는 상황이다.

팔현의 야생 친구들이 동요하는 것만 같다. 팔현을 기반으로 살고 있는 13종의 법정보호종뿐 아니라 이곳을 집삼아 살고 있는 수많은 생명들이 불안에 떨고 있고, 그 기운이 고스란히 느껴진다는 것은 필자만의 유별난 감상일까. 만물은 서로 연결돼 있다는 믿음에 근거한다면 이들이 사라진 뒤 위협을 받는 건 인간이다.
 
금호강 팔현습지 물고기떼가 만든 그림. 인간들이 제발 좀 삽질을 멈추라고 집단 시위를 벌이고 있는 것 같다
 금호강 팔현습지 물고기떼가 만든 그림. 인간들이 제발 좀 삽질을 멈추라고 집단 시위를 벌이고 있는 것 같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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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일을 어떻게 할 것인가? 팔현습지를 지키기 위해 그동안 온갖 노력을 아끼지 않아왔던 '금호강 난개발 저지 대구경북공동위원회'(금호강 공대위)는 지난 21일 엉터리 환경영향평가에 대한 면죄부를 준 환경부(대구지방환경청) 규탄 기자회견에서 "공사중지가처분 소송도 불사하며 이 사업을 막기 위한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천명했었다. 

팔현의 많은 생명들이 집단시위를 벌이고 있는 것처럼 인간 세상의 양심들도 하루빨리 집단 시위에라도 나서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금호강 디디다팀과 함께 팔현습지를 찾은 이들이 연극대본 '팔현 반상회'를 함께 낭독하고 있다.
 금호강 디디다팀과 함께 팔현습지를 찾은 이들이 연극대본 '팔현 반상회'를 함께 낭독하고 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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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기자는 대구환경운동연합 활동가로, 산업화의 희생양이었던 시궁창 금호강이 근자에 부활해 이제 다시 막 되살아나고 있는 이 시점에 들려오는 '삽질' 소식에 비분강개 이를 저지하기 위한 모든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다.


태그:#금호강팔현습지, #금호강디디다, #수리부엉이, #거짓부실검토전문위원회, #낙동강유역환경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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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 깎이지 않아야 하고, 강은 흘러야 합니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의 공존의 모색합니다. 생태주의 인문교양 잡지 녹색평론을 거쳐 '앞산꼭지'와 '낙동강을 생각하는 대구 사람들'을 거쳐 현재는 대구환경운동연합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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