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정의당 대구시당과 전세사기 대구지역 피해자대책위는 15일 대구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와 대구시에 실질적인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정의당 대구시당과 전세사기 대구지역 피해자대책위는 15일 대구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와 대구시에 실질적인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 조정훈

관련사진보기

 
"사회 초년생인 저는 힘들게 7년 동안 일을 해서 모은 1억 원으로 투자도 아닌 내 집, 내가 누워 잘 곳을 마련한 죄밖에 없습니다. 저 같은 피해자들을 방관 하지 마시고 제발 귀를 열고 소통을 하고 선구제 후구상권 청구를 들어주세요."

대구 북구 침산동 다세대주택 신탁사기 피해자들은 임대차 계약의 권한이 없는 임대인(위탁자)과 임대차계약을 맺었다가 강제 퇴거당할 위기에 처했다. 이곳 다세대주택의 피해가구는 모두 17가구이고 가구원은 39명이며 피해액은 15억2000만 원에 달한다.

이들에 대한 명도소송 결과가 오는 17일 나올 예정이지만 보증금 한 푼 못 받고 강제퇴거를 당할 수도 있다. 전세사기 특별법이 시행되었지만, 신탁사기 피해자들은 '피해자 등'으로 분류되어 경·공매 유예나 우선매수권, LH 매입임대와 같은 지원대책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정의당 대구시당과 전세사기·깡통전세 대구대책위원회는 15일 대구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세사기 피해자들에 대한 실질적인 피해지원이 가능하도록 특별법 개정을 촉구했다.

기자회견에는 대구 전세사기 피해자들뿐 아니라 부산, 경산, 포항 등 영남권 피해 당사자들이 참석해 지역별 피해사례를 공유하고 실효성 있는 지원 대책과 지자체의 적극적인 대처를 주문했다.

이들은 "특별법 제정 당시 모두가 우려했던 대로 까다로운 피해자 인정 요건과 추가 요건을 갖추지 못해 피해자로 인정받지 못하거나 어렵게 인정되더라도 정작 아무런 지원을 받을 수 없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상헌 부산 전세사기 피해자 대책위 공동위원장은 "피해자들이 본인의 피해를 뒤늦게 갑자기 인지하게 되는 상황에서 무엇부터 시작할지 막막하다"며 "피해에 대한 고통을 정부와 지자체에 아무리 외쳐도 해결책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손만호 포항시 전세사기 대책위원회 위원장은 "포항시에 접수된 전세사기 피해 건수는 45건이지만 미신고 건들을 포함하면 300건이 넘는다"며 "하지만 국가와 지자체는 피해자들과의 소통하려 하지도 않고, 최소한의 대책과 구제안에 대해서도 뒷전에 미뤄두고 있다"고 주장했다.

손씨는 "힘들게 모은 1억 원을 통째로 날리게 생겼지만 제가 만난 한 국회의원은 '인생은 길다. 27살이면 젊으니까 털어내고 다시 힘내서 이겨보자'는 말밖에 없었다"며 "젊으면 돈 잃어도 되고 사기당해도 되는 나라가 대한민국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기 당했는데 젊으니까 털어내라, 피해자한테 할 소리냐"
   
정의당 대구시당과 전세사기 대구지역 피해자대책위는 15일 대구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와 대구시에 실질적인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정의당 대구시당과 전세사기 대구지역 피해자대책위는 15일 대구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와 대구시에 실질적인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 조정훈

관련사진보기

 
구미에서 전세사기를 당한 한 피해자는 "임대인은 무자본 갭 투기꾼으로 서류상으로만 존재하는 법인회사를 4곳 이상 운영하는 사람이었다"며 "어느 날 등기부등본을 확인해 보니 임대인은 책임 회피를 위해 유령 깡통법인으로 소유권을 넘기고 잠적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왜 임대인의 무자본 갭 투자의 실패를 아무 죄 없는 세입자가 떠안아야 하느냐"며 "사기공화국 대한민국에서 태어난 제 불찰이라고 생각해야 하느냐. 지구 끝까지 추적할 것이라던 대통령의 말보다 피해자들은 실질적인 대책을 요구한다"고 덧붙였다.

한민정 정의당 대구시당위원장은 대구의 주택가격 하락이 다른 지역보다 빨리 시작돼 깡통전세 확률이 높았지만 대구시의 대책은 미비했다고 비판했다.

한 위원장은 "전세사기 특별법이 제정되었지만 제대로 된 피해자 지원이 아니라는 것과 스스로 피해자임을 입증해야 하고 그마저 인정받지 못하는 좌절의 시간이었다"며 "대구시는 대구지역의 피해자가 상대적으로 적다는 이유로 국토부 지침에 따른 기본 서류접수 대책 외에 어떠한 대책도 세우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전국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전세사기 피해는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의 결과로 사인 간의 거래가 아닌 정부의 책임이 분명한 사회적 재난임을 인정해야 한다"며 "피해자들을 지원할 수 있는 분명한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책위는 정부와 대구시 등에 '선구제 후회수' 등 보증금 회수 방안 마련 등 전세사기 특별법 개정, 까다로운 대출 정책 요건 대폭 완화 등 실효성 있는 피해자 지원 대책 마련, 무자본 갭 투기 방지 등을 위한 재발방지 대책 수립 등을 촉구했다.

이들은 또 대구시에 전세피해지원센터 설치, 긴급주거지원 확대, 실질적 피해조사 실시, 피해건물에 대한 단전·단수 해결, 금융기관과 공동으로 금융지원 대책 마련 등을 요구했다.

태그:#전세사기, #정의당대구시당, #깡통전세, #대구시, #특별법개정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대구주재. 오늘도 의미있고 즐거운 하루를 희망합니다. <오마이뉴스>의 10만인클럽 회원이 되어 주세요.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