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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19일~31일 카스피해와 흑해 사이 카프카스 지역을 여행했습니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을 중심으로 여행 이야기를 소개할 예정입니다.[기자말]
카프카스 지나 이스탄불로 가는 항로
 
아랄해와 카스피해를 지나는 카프카스 항로
▲ 카프카스 항로 아랄해와 카스피해를 지나는 카프카스 항로
ⓒ 이상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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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19일 오전 11시 35분 인천공항을 출발한 비행기는 오후 4시 35분 이스탄불 국제공항에 도착한다. 6시간 시차를 감안하면 11시간 비행을 한 것이다. 비행노선은 베이징 남쪽으로 해서 고비사막을 지나 우루무치를 향한다. 이어서 알마아타 북쪽을 지나고 아랄해를 지난다.

아랄해는 천산산맥에서 발원한 시르다리야강과 파미르고원에서 발원한 아무다리야강의 물길이 이룬 내륙의 바다였다. 지금은 규모가 축소되고 소금바닥을 드러내 잠깐이면 지나간다. 비행기는 남북으로 길게 형성된 카스피해 중간을 가로질러 아제르바이잔 바쿠 북쪽 카프카스 산맥으로 들어선다.
 
흑해와 바투미의 고층건물
 흑해와 바투미의 고층건물
ⓒ 이상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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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는 카프카스 남쪽 조지아를 비행한다. 비행노선 상에 조지아의 수도 트빌리시가 나타난다. 다행히 날씨가 좋아 트빌리시 시내 모습을 만 미터 상공에서 내려다볼 수 있었다. 트빌리시는 북서에서 동남방향으로 쿠라(Kura)강 양쪽에 도시를 형성하고 있다.

시내 동북쪽에 조금 떨어져 있는 트빌리시 호수의 모습도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20분쯤 운행한 비행기는 흑해 연안 바투미 상공을 지난다. 나중에 바투미 지도를 통해 항구, 요트장, 공원, 고층건물, 바투미 스타디움 등을 확인할 수 있었다.

아랄해와 카스피해가 줄어들고 있다
 
소금사막으로 변한 아랄해
▲ 아랄해 소금사막으로 변한 아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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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프카스 하면 우리는 카스피해와 흑해 사이 카프카스산맥을 중심으로 남북으로 자리 잡고 있는 국가들을 생각한다. 그러나 이번 비행을 통해 아랄해도 한번 생각해보게 되었다. 하늘에서 본 아랄해의 모습이 너무 초라하고 빈약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우리가 70년대 전후 아랄해에 대해 공부할 때만 해도 세계에서 네 번째로 큰 호수라고 배웠다. 그런데 1960년대부터 소련에서 시작된 관개(灌漑)를 통한 (목화)농장 운영 결과 호수로 유입되는 수량이 줄어들게 되었다. 2007년경 아랄해는 원래 크기의 10%로 줄어들었다고 한다. 그 결과 아랄해가 아랄사막으로 변하고 있다.

카자흐스탄의 키질오르다, 우즈베키스탄의 누쿠스 같은 도시가 한때 아랄해의 중심도시였는데, 이제는 오아시스 도시 형태로 변해가고 있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2010년 5월 영국 <데일리 텔레그라프>(The Daily Telegraph) 기고를 통해 "아랄해의 축소는 지구 최악의 환경재앙 중 하나"라고 지적한 바 있다.

아랄해는 인류가 자연에 가한 생태계 파괴의 전형이다. 그 결과 아랄해 주변에 사는 사람들은 농업과 어업을 할 수 없을 뿐 아니라, 토양과 식수에 남아 있는 오염물질로 인해 생존 자체에 위협을 받고 있다. 하늘에서도 소금밭으로 변한 사막을 볼 수 있었다.
 
카스피해 동쪽의 사막화
▲ 카스피해 카스피해 동쪽의 사막화
ⓒ 이상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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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랄해를 지난 지 40분쯤 후 카스피해가 나타난다. 카스피해는 중앙아시아와 카프카스 사이에 있는 내륙의 바다다. 남쪽으로는 이란고원이, 북쪽으로는 러시아의 볼가강과 우랄강의 하구 저지가 펼쳐져 있다. 그런데 카스피해 동쪽 지역에서도 호수의 사막화 현상을 볼 수 있었다.

자료를 찾아보니 우스티우르트(Ustyurt) 지역이 보호구역으로 지정되어 있었다. 카스피해는 볼가강과 아랄강으로부터 계속해서 민물이 유입되고 워낙 수심이 깊어 급격히 수위가 낮아질 위험은 없다. 수심이 가장 낮은 곳은 해발 –1,023m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댐건설과 산업화로 인한 물사용량 증가, 지구온난화 등으로 인해 앞으로 수심이 9~18m 낮아질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상공에서 카스피해를 내려다보면서 그것을 어느 정도 확인할 수 있었다. 멀리서 보면 크고 아름다운 호수지만, 가까이서 보면 사람이 살 수 없는 사막으로 변해가고 있다는 사실이 안타까웠다. 그러한 현상은 카스피해 서쪽의 아제르바이잔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카스피해를 끼고 있는 바쿠에는 해안을 따라 녹색의 공원이 조성되어 있다. 주변으로 쇼핑몰, 박물관, 극장, 크루즈와 요트장, 호텔 등이 화려하게 펼쳐져 있다. 그러나 카스피해 수위가 낮아지면 이들 역시 해안으로부터 조금씩 멀어질 수 있다.
 
카스피해의 수위가 낮아짐을 보여주는 고부스탄 마을
▲ 고부스탄 마을에서 바라본 카스피해 카스피해의 수위가 낮아짐을 보여주는 고부스탄 마을
ⓒ 이상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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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위가 낮아지는 현상은 유네스코 세계유산 고부스탄 지역을 방문해서 확인할 수 있었다. 과거에는 암각화가 남아 있는 고부스탄 언덕까지 물이 들어왔음을 알 수 있다. 왜냐하면 암각화에 배를 타고 고기를 잡는 모습이 새겨져 있기 때문이다.

고부스탄의 선사인들은 목축과 어로에 종사하며 살았다. 그런데 지금 암각화가 있는 곳으로부터 해안까지는 직선거리로 5㎞ 이상 떨어져 있고, 그곳에 마을이 형성되어 있다. 마을로 가는 중간에 다리도 보이는데, 그곳에 물이 없어 이제는 쓸모없는 다리가 되고 말았다. 안타까운 일이다.

카프카스 산맥을 하늘에서 내려다보다

카스피해를 건넌 비행기는 카프카스산맥 북쪽 레카 사무르(Reka Samur)강 위를 지난다. 이 강 하류는 러시아와 아제르바이잔의 국경을 이루고 있다. 그리고는 카프카스산맥을 넘어 남쪽으로 들어서 서쪽으로 계속 비행한다. 항로를 보니 바쿠-간자 북쪽을 지나 트빌리시 상공으로 날아간다.

그러므로 북쪽의 카프카스 산맥을 만 미터 상공에서 제대로 내려다 볼 수 있었다. 높은 산에는 하얀 눈이 보인다. 카프카스 최고봉이 해발 5,000m를 넘으니 눈이 아니라 빙하다. 자료를 찾아보니 러시아와 아제르바이잔의 국경을 이루는 해발 4,466m의 바자르뒤쥐(Bazarduzu)산이다.
 
비행기에서 내려다본 카프카스 산맥: 바자르뒤쥐산
 비행기에서 내려다본 카프카스 산맥: 바자르뒤쥐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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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쪽으로 라그단(Raghdan)산과 네센(Nesen)산도 보인다. 이들 산을 넘은 다음에는 아제르바이잔 쉐키에서 조지아의 트빌리시로 이어지는 고원지대를 비행한다. 산 사이로 강줄기가 흘러가고 가끔 마을도 보인다. 그리고 어느덧 트빌리시 상공을 지나간다.

조지아의 수도인 트빌리시는 인구가 120만 명이나 되는 대도시다. 쿠라강 양쪽 언덕에 자리 잡고 있으며, 강 남쪽으로는 높은 산이 천연의 요새를 형성하고 있다. 아랍 지배 시절 이곳에 나리칼라(Narikala) 요새가 만들어졌다. 나리칼라는 작은 성채(Narin Qala)라는 뜻의 몽골어에서 왔다고 한다.
 
비행기에서 내려다 본 트빌리시
▲ 트빌리시 비행기에서 내려다 본 트빌리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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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남쪽이 구도시라면 강 북쪽은 신도시가 된다. 그것은 강 북쪽이 평지로 훨씬 더 넓기 때문이다. 신도시의 끝쯤에 트빌리시 호수가 있다. 이 호수는 트빌리시의 식수원이 되고 있다. 트빌리시 북쪽 저 멀리로는 카프카스 산맥이 보이는 듯 하다. 트빌리시를 지난 비행기는 20분 후 흑해 연안 바투미 상공을 지난다.

바투미는 흑해 연안에 있는 조지아의 대표적인 항구도시다. 남쪽 터키와 연결되는 중요지점으로 아자라(Adjara) 자치공화국의 수도다. 흑해의 라스베이거스라는 이름을 얻을 정도로 관광과 카지노 도시로 발전하고 있다. 하늘에서도 해안의 고층빌딩 모습이 보인다.

태그:#아랄해, #카스피해, #카프카스 산맥, #트빌리시, #바투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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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분야는 문화입니다. 유럽의 문화와 예술, 국내외 여행기, 우리의 전통문화 등 기사를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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