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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취임식장에 무지개가" EBS 부사장이 쓴 문제적 칼럼

김성동 전 월간조선 편집장 임명에 직원들 반발... "용비어천가 서슴지 않았던 인물"

등록 2024.05.08 11:12수정 2024.05.08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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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3일 EBS 부사장에 임명된 김성동 전 월간조선 편집장이 EBS노조원들의 저지로 출근하지 못하고 있는 모습 ⓒ 전국언론노조EBS지부


지난 3일 EBS 부사장에 임명된 김성동 전 월간조선 편집장이 첫 출근에 나섰지만 EBS 직원들의 저지로 사옥에 들어서지 못하고 되돌아갔습니다. 

이날 전국언론노조 EBS지부 조합원들은 김 전 편집장이 출근한다는 소식에 오전 8시부터 사옥 앞에서 '정치편향 김성동은 사퇴하라', '신천지 이만희 추종자 김성동은 자격 없다' 등의 구호가 적힌 현수막을 들고 출근 저지에 나섰습니다. 

오전 8시 10분쯤 사옥 앞에 도착한 김 전 편집장은 사옥에 들어가려고 했지만 직원들에게 가로막혔고, 이후 오전 9시 30분쯤 재차 사옥에 들어가려고 했다가 5분 만에 철수했습니다. 

박유준 전국언론노조 EBS지부장은 김 전 편집장을 향해 "애들 보기 부끄럽지 않냐, 대답을 해봐라"라고 따져 물었지만 김 전 편집장은 답변은 하지 않고 하늘만 바라보다가 다시 돌아갔습니다. 

'출근 시도' 세 번째인 8일 김 전 편집장은 박 지부장으로부터 정치 편향 등에 관한 11가지 질문을 담은 공개질의서를 받고서야 건물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EBS지부는 "공개 질의서의 질문들이 해소되지 않는다면 부사장으로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며 "끝까지 주시하겠다"라고 강조했습니다. 

김성동이 쓴 인터뷰 기사... 이만희가 세계 평화에 기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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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동 전 편집장이 쓴 2016년 5월 '월간 조선'의 이만희 총재 인터뷰 기사 ⓒ 월간조선 PDF 갈무리

 
'월간 조선'은 2016년 5월 'HWPL 이만희 대표, 내가 지구촌 전쟁종식과 세계평화운동에 뛰어든 이유'라는 제목으로 이만희 총재의 특집 인터뷰 기사를 게재합니다. 이만희 총재는 신천지예수교회 총회장으로 개신교에서는 HWPL을 가리켜 신천지예수교 위장단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당시 이 총재와 인터뷰를 한 기자는 이번에 EBS 부사장에 임명된 김성동 전 월간조선 편집장입니다. 김 전 편집장의 인터뷰 기사를 보면 이 총재의 주장을 일방적으로 보도하는 등 홍보에 가깝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지구촌 전쟁종식과 세계평화 실현은 어쩌면 인류의 희망이자 이상에 그칠 수밖에 없는 일일 것이다. 유사 이래 어느 누구도 실현하지 못했고 앞으로도 실현이 불가능해 보이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런 일에 도전한다는 것은 무모해 보이기까지 한다. 그 무모함에 도전하는 한국에서 만들어진 세계평화운동 단체가 있다. HWPL(하늘문화세계평화광복, 대표 이만희)이 그곳이다." (월간조선 2016년 5월) 

김 전 편집장은 기사 시작부터 이 총재와 HWPL에 극찬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그는 "이 단체가 주목을 받는 이유는 무모한 일로 여겨졌던 전쟁종식과 세계평화 실현을 위한 발걸음을 뗀 지 4년여 만에 하나 둘 가시적인 성과를 이루어내고 있기 때문"이라며 HWPL이 세계 평화에 기여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특히 인터뷰 기사 속 소제목을 보면 'IS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 ' 의견이 다른 지도자는 없었다', '다양한 종교인들이 참여하는 HWPL' 등 이 총재와 신천지를 홍보하는 내용으로 구성돼 있었습니다. 또한 "아직 나는 충분히 건강하다"라는 소제목을 통해 이 총재의 건강을 염려하는 질문과 답변을 싣기도 했습니다. 

이만희 총재의 인터뷰 기사는 2020년 대구 신천지교회발 '신천지 코로나' 사태와 MBC < PD수첩 > '코로나19와 신천지' 이후 '월간 조선' 온라인판에서 삭제됐습니다. 

"윤 대통령 취임식장에 무지개가 떠올랐다"... 월간조선 칼럼 살펴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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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3일 김성동 전 편집장의 EBS 부사장 임명에 반대해 출근길 저지에 나선 EBS노조원들 ⓒ 전국언론노조EBS지부

 
지난달 29일 전국언론노조 EBS지부는 성명서를 내고 "김성동이라는 인물은 과거 신천지 홍보 논란 기사를 쓴 당사자이자, 월간조선 편집장 시절 특정 세력에 기대어 편파적이고 정치적인 선동 기사를 써온 극우 성향의 기자 출신"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김 전 편집장은 2022년 10월 칼럼 <좌파들의 역사를 점하려는 못된 시도>에서 "이제는 '문재인 영화'도 만든다"라며 "개인적으로 지나치게 정치성·당파성을 띤 영화는 영화가 아니다. 예술의 이름을 빙자한 선전, 선동"이라고 주장합니다. 이어 "일부 좌파는 그런 영화에 열광합니다"라며 "그 일부 사람 가운데는 북한을 추종하고 옹호하는 이들이 적잖습니다"라고 덧붙였다. 

이어서 '햇볕정책'을 "북한퍼주기"라고 규정한 뒤 "우리 국민의 세금이 우리의 생명을 위협하는 핵무기로 돌아왔습니다", "북한에 이런 토대를 까는 데 일조한 대통령들은 소위 진보 대통령들"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그들은 일부 좌파들의 영화 등을 통한 왜곡 선전, 선동으로 국민들의 뇌리 속에 '훌륭한 대통령'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반대로 "이승만(李承晩), 박정희(朴正熙) 등 보수 대통령에 대해서는 <백년 전쟁> 같은 왜곡투성이의 영화를 만들어 폄훼하기에 바빴다"면서 "선전, 선동을 통해 역사를 왜곡하고 역사를 점하려는 못된 시도는 언젠가 반드시 깨질 것이고 바로잡히게 된다. 그때는 영화가 더 이상 선전, 선동의 도구로 활용되는 일이 없을 것"이라고 남겼습니다. 아울러 "그날을 위해 <월간조선(月刊朝鮮)>은 부단히 노력해 왔고 앞으로도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입니다. 

윤석열 정부 출범 직후인 2022년 6월 <'자유'의 가치를 아는 대통령>이라는 제목의 칼럼에서는 윤 대통령을 치켜세웁니다. 

김 전 편집장은 "월간조선 슬로건에 '자유'를 넣은 시기는 문재인 정부 들어서이다. 문재인 정부가 헌법 전문에서 '자유'를 빼려는 시도를 했기 때문"이라며 "<월간조선>으로서는 소박한 저항(?)의 의미로 슬로건에 '자유'를 넣었던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어서 그는 "저는 개인적으로 윤석열 대통령의 취임사 중 가장 가슴에 와닿고 든든했던 부분이 '자유'에 대한 언급이었다"라며 취임사 일부를 소개했다. 그러면서 
"2022년 5월 10일, 윤석열 대통령 취임식장 하늘에는 무지개가 떠올랐다"라며 "저는 무지개를 보는 설렘으로 새로운 시작을 맞고 있습니다"라고 썼습니다. 

9월호에 실린 <정부에 훈수를 두려면> 칼럼에서는 "윤석열 정부가 '아마추어 정부'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라며 "잘못을 지적하는 것이라면 당연하지만 문제는 정부에 대한 '감정적 공격'으로 여겨지는 언어들이 남발되고 있다는 점"이라고 우려했습니다. 

이어서 "윤석열 정부는 <월간조선> 9월호(8월 17일 발행) 발행 시점 기준으로 출범한 지 100여 일 남짓"이라며 "좀 더 지켜보고 평가에 들어가도 늦지 않으리라고 봅니다"라고 밝혔다. 나아가 해당 호에 실린 인터뷰 기사를 인용하며 "요즘 국정에 훈수 두고 싶어 하는 분들이 새겨들어야 할 이야기라고 생각합니다. 아마추어 수준의 조언은 '아마추어 리더십'을 낳게 될 게 뻔하기 때문입니다"라고 당부하기도 했습니다. 

전국언론노조 EBS지부는 성명서에서 "김성동이 쓴 기사와 칼럼을 보면 지극히 정치적이고 편향적이다. 정치편향적 인사에 대한 감시나 비판은 없이 용비어천가를 서슴지 않았던 인물을 EBS 부사장에 앉힌다는 건, 공영방송 EBS의 역할과 책임을 포기하겠다는 것과 같다"며 김 전 편집장의 부사장 임명을 적극 반대했습니다. 
덧붙이는 글 독립언론 '아이엠피터뉴스'에도 게재됐습니다.
#김성동 #EBS #이만희 #신천지 #월간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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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 언론 '아이엠피터뉴스'를 운영한다. 제주에 거주하며 육지를 오가며 취재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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