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으로 내몰리는 용인 원주민들, 반도체 도시는 '그림의 떡'

집단 반발 부딪히는 반도체 클러스터... "상생협의체 있으나 마나" 불만도

등록 2024.05.08 11:40수정 2024.05.08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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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용인 원삼 반도체 클러스터 일반산업단지에 이어 이동·남사 첨단 시스템반도체 클러스터 국가산업단지가 처인구에 들어선다. 하지만 해당 지역 주민들은 생존권과 재산권, 환경권을 내걸고 개발 반대 투쟁 강도를 높이고 있다.

산업단지 조성공사를 진행하는 원삼은 공사 시작 후 SK와 용인시가 상생협의체를 통해 합의한 약속을 이행하지 않고 주민들에게 피해를 주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국가산단과 배후도시 예정지 주민들의 요구는 크게 다르지 않다. 헐값 보상으로는 다른 지역에서 농사를 짓거나 집을 지을 수 없을 것이라며 평생 일군 농토와 대대손손 거주해온 고향을 떠날 수 없다고 개발에 반대하고 있다.

특히 원삼지역의 개발 사례에서 나타나듯이 정부와 대기업 등이 들어갈 때와 나올 때 입장이 달리지는 데 대한 반발이 큰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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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단 시스템반도체 클러스터 국가산업단지로 지정된 처인구 남사읍 창리와 이동읍 시미리 일대 전경 /사진 우상표 ⓒ 용인시민신문


원삼 주민들 요구 10가지는?

원삼면지역발전협의회는 3일 오전 용인시청에서 원삼 총궐기 집회를 열고 주민들에 대한 피해 책이 없을 경우 반도체 반대 운동도 불사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그러면서 10가지 사항을 용인시와 SK에 요구했다.

협의회 측은 "주민들은 이루 말할 수 없는 피해와 고통을 당하고 있는데, 국책사업이라는 미명 아래 원삼면 주민들의 일방적인 희생만을 강요했다"면서 "집과 고향은 물론, 생계수단을 잃고 안전과 건강을 위협받으며 고통을 겪는 주민들은 끝까지 책임을 묻고 투쟁하겠다"고 강조했다.

먼저 공사로 인한 소음·진동·비산먼지 등의 피해로 공사장 인근 죽능·독성·고당·목신리 주민들의 건강과 안전이 염려되는 만큼 원삼면 주민들의 정신적·육체적 피해 상황을 면밀히 조사하라고 요구했다. 안전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면 이주대책 마련과 보상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도체 공장 가동 전에 수질과 토양·공기 등의 오염에 대비해 지역 주민대표와 관계기관, SK 등이 공동으로 참여하는 환경조사단을 구성하는 등 구체적인 환경오염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또 반도체 공장 건설과 운영에 있어서 주민들이 불안해하며 소문이 확산하는 만큼 반도체 공장과 관련한 폐암·백혈병 등 질병에 대해 주민들에게 설명할 것도 요구했다.

토석채취·폐기물매립장 환경영향평가에 대한 일체 과정을 즉시 중단하고, 주민들에게 충분한 설명과 동의를 받아 환경영향평가를 전면 다시 실시할 것도 주문했다.

안전과 교통시설 관련 요구도 담았다. 공사장 주변 마을 주민들은 산단 공사로 도보 이동이 사실상 불가능해졌다며 주민 안전을 위해 산업단지 내 전 구간 인도와 교량 설치 등 교통안전 시설과 편의 시설을 갖추고 공사하라고 밝혔다. 협의회 측은 주민 안전과 건강을 위협하는 폐기물 매립장 설치 사업 즉각 중단도 촉구했다.

이와 함께 민원 담당자 교체도 요구했다. 위압적으로 주민들을 상대하고, 주민들을 협박하며 유언비어 등을 통해 원삼면 주민들을 분열시키고 있다는 게 주민들 주장이다. 공동협의체 구성도 제안했다.

협의회 측은 "말뿐인 상생 말고 구체적인 방안과 지역 주민 제안 사항을 협의 할 수 있는 상생 관련 공동협의체 구성하라"고 요구했다.

협의회 측은 "공사로 인한 주민들의 재산권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며 구체적이고 합리적인 대책 마련과 피해 보상을 촉구했다.

헐값 보상 땐 갈 곳 없는 원주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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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회 참가 주민들이 죽어가는 원삼면 주민들을 상징하는 꽃상여를 메고 용인시청 집회장소로 들어가고 있다. /함승태 기자 ⓒ 용인시민신문


이동·남사 반도체 국가산단이 들어서는 남사읍 창리 주민들은 대개 농사를 주 업으로 삼고 살고 있다. 이 지역에는 저수지와 군사시설, 임야 등을 끼고 있는 작은 농촌 마을이다.

토지는 대부분 외지인 소유로 알려졌다. 긴 골짜기에 마을이 들어서 있다 보니 호수도 몇 안 된다. 몇 안 되는 주민들은 땅값이 사서 정착한 이들이 적지 않다.

국가산단 부지에 편입돼 수용 위기에 처한 78세 노인으로부터 창리 주민들의 사연을 들을 수 있었다.

"다달이 월세로 몇십만 원씩 내야지, 1년에 20만 원으로 그냥 그냥 사는 사람도 많아요. 외지에서 온 사람들은 조그마한 집을 사서 온 사람도 많아요. 내 땅 가지고 있는 사람은 몇 안 돼요. 이 동네가 좀 어렵게 사는 사람이 많거든요. 땅이 길어서 그런지 땅값이 싸서 들어온 사람들이에요. 동네 이름이 꽃골인데, 참 예쁘죠."

자기 터에 집 짓고 사는 이들이 많지 않다는 게 78세 노인의 설명이었다.

밭농사와 축사를 갖고 있는 이 노인은 하루하루 불안한 생활을 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그나마 짓던 농사는 내년까지 이어나갈 계획이다.

"축사는 보상받고 접는 거지요, 이젠 할 사람도 없어요. 아들 셋이 주말마다 오는데, 오늘도 밭에 거름 뿌리러 나갔어요."

창리에서 만난 78세 노인처럼 원주민들은 보상을 받는다 해도 그 돈으로 이주자택지는커녕 전세도 얻지 못할 것이라는게 주민들의 설명이다. 3일 오후 이동읍행정복지센터에서 열린 국가산단 주민설명회를 막아서며 개발 철회를 요구한 이유다.

용인반도체 클러스터 이동읍주민대책위원회 측은 "합동설명회는 정부가 개발을 강행하기 위한 요식 행위로 정부의 요식행위에 주민들이 놀아날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대책위 측은 "평생 피땀 흘려 일군 집과 농토를 내어줄 수 없을뿐더러 헐값 보상으론 무거운 양도세를 내고 나면 남는 것은 빈 손뿐"이라며 국가산단계획 철회만이 주민들이 사는 길이라고 주장했다.

산단계획안 주민설명회를 무산시킨 대책위는 삶의 터전과 재산을 지켜내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하겠다고 밝혀 LH와 용인시가 어떤 대책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이동남사 첨단 시스템반도체 국가산단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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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반도체 클러스터 이동읍주민대책위원회가 5월 3일 이동읍행정복지센터에서 열린 국가산단 주민설명회를 막아서며 개발 철회를 요구했다. ⓒ 용인시민신문


용인 첨단 시스템반도체 클러스터 국가산업단지는 처인구 남사·이동읍 일대 728만㎡(약 220만 평)에 반도체 관련 업체를 유치하기 위해 산업단지를 조성하는 사업이다.

국토교통부는 2023년 3월 이동·남사읍 덕성·송전·시미·화산리와 남사읍 완장·창리 일대를 국가산단 후보지로 선정, 발표했다.

이에 따라 용인시는 다음달 개발행위허가제한지역으로 지정, 고시했다. 산업통산자원부는 7월 이 일대를 국가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로 지정했다.

국가산단에 수용주민이 거주할 수 있는 이주 택지가 확보되자 시는 올해 1월 남사읍 창리 산72-1 일대 36만여㎡(약 11만 평)를 개발행위허가 제한지역으로 추가 지정했다. 이어 사업시행자인 한국토지주택공사는 지난달 산업단지계획 승인을 신청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용인시민신문에도 실렸습니다.
#용인 #국가산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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