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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병대수사단이 월권? 정당한 권한 행사한 것"

김경호 변호사, 오마이TV 인터뷰서 대통령 인식 반박... "국방부 장관, 이첩 보류할 권한 전혀 없어"

등록 2024.04.30 21:05수정 2024.05.01 0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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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당선인들이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채 상병 순직 수사외압 특검법 본회의 통과를 촉구하고 있다. 이들은 "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된 '고 채 상병 순직 수사외압 등에 관한 특검법'이 지난 4월 3일자로 본회의에 자동 부의됐다"며 "21대 국회가 50일 가량 남은 기간 동안에 채 상병 특검법을 반드시 통과시켜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 남소연



<아주경제>는 30일 '여권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윤석열 대통령이 해병대 '채 상병 사건'에 대해 "수사권이 경찰에 있는데 해병 수사단이 월권을 한 것"이라고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이 관계자는 이날 "윤 대통령이 최근 참모들에게 '채 상병 사망 사건은 군 검찰에서 초동 조사해 경찰 수사로 넘겨야 하는데 (박정훈) 해병대 수사단장이 월권을 했다'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이 정확히 언제, 어떤 자리에서 이 같은 발언을 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범야권 6개 정당이 '채 상병 특검법'을 적극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나온 보도여서 대통령이 그릇된 상황인식을 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 4월 10일 총선에서 압승한 야권은 윤 대통령을 향해 연일 채 상병 특검 수용을 압박하고 있다. 또 선거 직후 안철수·조경태 의원과 김재섭·한지아 당선인 등 국민의힘 일각에서도 채 상병 특검법 표결에 찬성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친윤계 검사 출신 유상범 의원, 당선인들에게 채 상병 특검 반대 논리 설명

하지만, 최근 여당 지도부가 채 상병 특검 도입에 대해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며 소속 의원들과 당선인들에게 특검 반대 논리를 전파하는 모양새다. 지난 22일 열린 여당 당선인 총회에서 친윤계이자 검사 출신인 유상범 의원이 채 상병 특검법의 문제점을 설명하기도 했다.


유 의원은 현행 군사법원법상 채 상병 사건의 기초조사를 담당했던 군사경찰(해병대수사단)은 의견제시를 했을 뿐, 수사권이 없어 '수사에 외압이 있었다'는 논리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해병대 수사단이 월권을 한 것"이라는 윤 대통령의 인식과 같은 맥락이다.

또 유 의원은 군사경찰의 조사는 국방부 장관이 최종 지휘, 감독권을 가지는 만큼 이종섭 당시 국방부 장관의 지시도 적법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종섭 전 국방부장관 역시 자신의 직권남용 혐의의 핵심 쟁점인 '이첩 보류 지시'와 관련해 '이 사건에 군은 수사권이 없고, 따라서 수사외압은 성립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사건 초기 전 해병대수사단장 박정훈 대령의 법률대리인이었고, 현재는 채 상병 소속 부대장이었던 이아무개 중령(사고 당시 해병1사단 포병여단 포7대대장)의 변호를 맡은 김경호 변호사는 이 같은 주장이 개정군사법원법에 대한 무지에서 비롯된 잘못된 주장이라고 일갈했다.
 

김경호 변호사 "해병대수사단, 정당한 권한 행사한 것"

김 변호사는 30일 오마이TV <조성식의 어퍼컷>에 출연해 개정 군사법원법이 시행된 2022년 7월 1일 이후 군인 사망사건 중 그 사인에 범죄 원인이 있으면 즉각 민간 경찰로 이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변호사는 먼저 대통령령인 '법원이 재판권을 가지는 군인 등에 관한 범죄에 대한 수사 절차 등에 관한 규정'을 들었다.

김 변호사는 이 규정에 따라 "박정훈 당시 해병대수사단장은 채 해병이 변사자로 발견된 후 변사자 처리 지침에 따라 조사를 해보니 사망원인에 과실 범죄 혐의가 있어 경찰로 즉시 이첩하려 했고, 이첩양식에 혐의자와 죄명, 혐의사실을 적시하도록 되어 있어 사단장부터 현장 간부까지 과실이 있다고 판단해 혐의자 및 혐의사실을 써서 이첩했던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국방부 장관은 이첩에 대해 보류할 권한이 전혀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변호사는 또 "대통령이 해병대 수사단이 월권을 했다고 했는데, 군사법원법 2조 개정 이후 변사자 처리 지침에 따라 사망원인이 나왔고, 해병대 수사단이 8명의 혐의자를 적시해 경찰로 보낸 것은 지극히 정당한 권한 행사였다"고 강조했다.

군인 변사자에 대한 조사 권한이 분명히 해병대 수사단에 있었고, 채 상병 사망원인에 범죄혐의가 발견돼 국방부 장관의 훈령에 따라 범죄혐의자와 죄명을 적어 경찰로 이첩했기 때문에 해병대수사단의 잘못은 전혀 없다는 것이 김 변호사의 설명이다.

김규현 변호사 "'범죄 인지'는 피의자, 죄명, 범죄사실 등 특정 의미"

해병대예비역연대 법률자문역을 맡고 있는 김규현 변호사도 '피의자와 죄명, 혐의사실을 빼고 (경찰로) 이첩해도 된다'는 유재은 국방부 법무관리관의 주장에 대해 "개정 군사법원법은 민간법원 관할 '범죄를 인지'한 경우 민간경찰로 이첩하도록 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김 변호사는 <오마이뉴스>에 "'범죄를 인지'한다는 것은 피의자, 죄명, 범죄사실 등이 특정되었다는 의미"라면서 "따라서 이를 기재하지 않는다는 것은 범죄를 인지한 것이라 볼 수 없고, 당연히 이첩도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군사법원법의 하위 규칙인 국방부 훈령도 민간경찰로 기록을 이첩할 때는 피의자와 죄명, 범죄사실을 기재하도록 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 변호사는 "'피의자를 빼라, 죄명을 빼라, 혐의사실을 빼라'는 국방부 지시는 아예 '피의자 인지 자체를 하지 말라'는 뜻이 되는 것이고, 그러면 (경찰로) 이첩조차 할 수 없게 되므로 불법한 명령"이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7월 채 상병이 경북 예천지역 집중호우 실종자 수색과정에서 사망하자 당시 해병대 수사단장이었던 박정훈 대령은 경위를 조사한 뒤 임성근 해병대 1사단장 등 8명에게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를 적용해야 한다는 자료를 작성해 7월 30일 이종섭 당시 국방부 장관의 결재를 받았다.

이 장관은 하루 만에 갑자기 입장을 바꿔 이첩보류 지시를 내렸지만, 해병대 수사단은 8월 2일 관련 기록을 경북경찰청으로 이첩했다. 이첩 당일 이 장관은 보고서를 회수할 것을 지시했고, 국방부 검찰단이 관련 기록을 되찾아 왔다. 더불어민주당은 이것이 수사방해(직권남용)에 해당한다고 보고 지난해 9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이 장관을 고발했다.
#채상병 #김경호변호사 #박정훈대령 #김규현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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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김도균 기자입니다. 어둠을 지키는 전선의 초병처럼, 저도 두 눈 부릅뜨고 권력을 감시하는 충실한 'Watchdog'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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