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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들 반대에도 박정희 동상 강행 수순, 조례안 대구시의회 상임위 통과

동대구역과 대구대표도서관에 동상 2개 세울 듯... 시민단체 "거수기 시의회 개탄스러워"

등록 2024.04.26 16:33수정 2024.04.26 1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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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시의회 기획행정위원회는 26일 상임위를 열어 박정희 전 대통령 기념조례안을 수정 가결해 통과시켰다. ⓒ 조정훈

 
시민단체와 지역 야당의 거센 반대에도 결국 박정희 전 대통령 동상이 동대구역과 대구대표도서관 앞에 세워지게 됐다.

대구시의회 기획행정위원회(위원장 임인환)는 26일 오전 상임위를 열어 대구시가 제출한 '대구광역시 박정희 대통령 기념사업에 관한 조례안'에 일부 조항을 추가한 수정 조례안을 의원 전원 찬성으로 가결했다.

수정안은 기념사업을 심의하는 기념사업추진위원회 설치 조항을 새롭게 추가하고 심의과정에 필요한 경우 여론수렴, 공청회 등 공론화 과정을 거치도록 했다. 또 위원회는 15명 이내로 구성하되 민간위원이 과반수가 되도록 정했다.

조례안이 상임위를 통과함에 따라 대구시가 추가경정예산으로 제출한 박정희 동상 건립비용 14억5000만 원도 삭감 없이 그대로 통과될 것으로 보인다.

대구시의회는 다음 달 2일 본회의를 열고 조례안을 찬반 표결에 붙인다. 본회의에서 조례안이 통과되면 대구시는 박정희 전 대통령 기념사업과 동상 건립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게 된다.

대구시는 동대구역 광장을 '박정희 광장'으로 명칭을 변경하고 광장에 3m 높이의 박정희 동상을 세울 계획이다. 또 남구 대명동 미군기지 반환 부지에 건립 중인 대구 대표 도서관 내 공원도 '박정희 공원'으로 명명하고 이곳에는 6m 높이의 동상을 세운다. 대구 대표 도서관 앞에 세우는 동상은 광화문 이순신 동상보다 작고 구미의 박정희 동상보다는 크다.

앞서 홍준표 대구시장은 지난 3월 5일 대구시청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동상 크기는 광화문 이순신 장군 동상보다 크지 않게 하겠다고 밝혔다. 광화문광장에 있는 이순신 장군의 동상은 6.5m이다. 경북 구미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 인근에 있는 동상의 높이는 5m이다.


상임위 '홍준표식 밀어붙이기'라고 했지만... 조례안 수정 가결

이날 상임위 소속 시의원들은 조례가 부실하고 제대로 된 공론화 과정도 거치지 않았다며 '홍준표식 밀어붙이기'라고 비판했다.

이재홍 대구시 행정국장이 "모든 정책을 여론조사로 결정할 수 없다"며 "여론조사로 결정한다면 대구시의회가 있을 이유도 없다"고 하자 김대현 시의원은 "의안을 제출했다고 공론화의 시작이라고 하는 궤변이 어디 있느냐"고 따졌다.

김 의원은 "갈등이 있고 설득해 나가는 과정이 필요할 거라는 의미에서라도 공론화 또는 여론조사 등을 해야 한다"며 "갈등이 불 보듯 뻔한데 (홍준표) 시장이 왜 이렇게 밀어붙이기를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의회에 대한 눈곱만큼의 배려도 없고 존중도 없다"며 "오늘 이 결론을 차치하더라도 앞으로 있을 2년이 더 우려스럽다"고 주장했다.

이성오 의원도 "대구시민의 세금으로 동상을 건립한다면 충분히 공론화를 거쳐야 할 필요성이 있다"며 "그분(홍준표 시장)이 공론화를 거치지 않았기 때문에 독단이라는 표현을 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류종우 의원은 "대구시가 긴축재정으로 가고 있는 부분에서 (동상을 세운다는) 기조가 맞지 않고, 예산이 쓰여야 할 데 안 쓰이고 여기에 쓰인다는 부분에서 (시민들이) 반대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류 의원은 또 "공론화도 없었고 일방적으로 조례를 들고 와서 해야 된다고 하면 안 된다"면서 "(대구시가) 너무 미흡하고 미성숙한 행정집행을 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정희 동상 건립으로 대구시민에게 어떤 혜택이 돌아가느냐'는 임인환 위원장의 질문에 이 행정국장은 "박정희 산업화 정신을 기르는 것도 일종의 혜택이라고 생각한다"며 "관광객들이 더 늘어날 수도 있고 경제적으로도 혜택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했다. 그러자 임 위원장은 "외국에서 동상 보러올까..."라고 말끝을 흐렸다.

임 위원장은 "논쟁의 여지가 있을 것라는 걸 뻔히 알면서 추진 과정에서 시민사회와 의견 수렴 없이 일방적으로 사업이 진행되는 것은 굉장히 안타깝다"며 "신속하고 추진력 있게 시정을 운영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업 추진 시에 무엇보다도 시민들의 편익을 증대시키고 시민들의 목소리를 듣고 소통하는 행정을 보여 달라"고 당부했다.

시민사회단체 "대단히 유감스럽고 개탄스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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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 우상화반대 범시민운동본부는 26일 오전 대구시의회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대구시의회에 박정희 기념 조례 부결을 촉구했다. ⓒ 조정훈

  
대구시의회에서 박정희 기념 조례가 상임위를 통과하자 시민사회단체는 "결국 의회가 거수기 노릇에 불과했다"며 "본회의에서 철회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박정희우상화반대 범시민운동본부'는 이날 오전 대구시의회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박정희 전 대통령은 인권을 탄압한 독재자"라며 "대구시의회는 박정희 우상화 기념조례를 부결하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조례가 상임위를 통과하자 상실감을 감추지 못했다. 강금수 대구참여연대 사무처장은 "시의원들이 문제점을 지적하고도 결과적으로 동상 건립을 추진하는 조례를 통과시켰다"며 "대단히 유감스럽고 개탄스럽다"고 말했다.

강 사무처장은 "시의원들이 자기들을 무시한다고 항변하는 시늉만 했지 홍준표 시장의 막무가내 행정에 대해 견제를 하지도 못했다"면서 "홍 시장 앞에서 초라해지는 의회의 현재적 모습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고 비판했다.

이어 "상임위에서 의결된 조례안이 본회의에서 부결되거나 유보된 사례가 별로 없기 때문에 기대하기는 어렵다"면서도 "마지막까지 부결시키거나 최소한 유보시키고 시민들의 의견을 들을 수 있도록 의원들을 압박할 것"이라고 했다.

녹색정의당 대구시당은 이날 논평을 통해 "상임위 수정 의결은 한 장짜리 조례안을 두 장으로 만든 것일 뿐"이라며 "홍준표 시장에게 면죄부를 준 대구시의회를 규탄한다"고 말했다.

녹색정의당은 "박정희 우상화 사업을 반대하는 이유는 그 수를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지만 시민 의견수렴과 공론화 과정이 없었다는 점도 있었다"면서 "시의회는 '기념사업 추진위원회'를 만들어 그 내용에 여론수렴과 공청회를 넣어 면죄부를 준 셈"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시의회는 시장의 거수기라는 오명을 이번에도 벗지 못했다"며 "박정희 우상화 사업 저지를 위해 시민운동본부 등 시민사회, 시민들과 함께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정희우상화 #박정희기념조례 #박정희동상 #대구시의회 #조례안가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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