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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도심 한복판에 걷기 좋은 이런 산책길이 있네요

서대문 안산 공원 산책길... 바쁜 일상 속 쉼을 주는 아름다운 길

등록 2024.01.17 10:49수정 2024.01.17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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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도심 속 한가운데에 걷기 좋은 길이 있다. 숲 속 길이다. 서울 서대문 안산자락길이 그곳이다. 남녀노소 누구나 편안하게 걸을 수 있다. 7km의 안산자락길은 이른바 완만한 순환형 숲길로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고 있다. 

요즈음 새롭게 조성한 황톳길이 보인다. 서대문자연사박물관을 지나면 곧장 만난다. 겨울철이라 비닐터널을 길게 둘러쳤다. 눈비가 와도 걸을 수 있을 것 같다. 길이는 500여m, 그러니까 왕복 1km 가까이 된다. 맨발 걷기 열풍을 여기서도 느낄 수 있다. 헝겊 덧신을 신기도 하였지만 대부분 맨발로 부드러운 황토를 밟으며 걷는다. 은은히 들리는 음악이 낭만을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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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산자락길은 무장애 숲길로 걷기에 편안하다. ⓒ 전갑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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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산의 새로운 명물인 황톳길이 조성되었다. ⓒ 전갑남


안산의 백미는 뭐니 뭐니 해도 메타세쿼이아 숲이다. 가벼운 등산과 산책하기에 안성맞춤이다. 숲이 정말 울창하다. 나무 하나하나가 하늘을 찌를 듯 쭉쭉 뻗어 키재기를 하는 것 같다. 숲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편안하고 상쾌하다.


복잡한 도심 숲에서 만난 신선한 공기가 머리를 맑게 한다. 누군가 말했다. 숲은 위대한 경전이고 스승이고 도반이라고. 안산 자락길을 천천히 걸으면 힐링하는 느낌이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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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을 향해 솟은 메타세쿼이아 숲의 아름다운 모습 ⓒ 전갑남


사철 푸른 소나무 숲을 걸을 땐 또 다른 느낌이다. 추운 겨울 소나무는 진가를 드러낸다. 따뜻하게 품어주는 나무! 생명체가 착 달라붙어 있는 느낌이다.

아무리 낮은 산이라도 산은 산이다. 가파른 곳에선 숨이 헐떡인다. 군데군데 의자가 있어 지친 다리를 잠시 쉬게 한다. 적막한 숲 속에서 오롯이 나만의 시간을 가져본다. 바쁘게 살다 크고 작은 두려움이나 근심도 잠시 내려놓는다. 바람 소리에 귀를 기울여 볼 수 있는 여유가 좋다.

활엽수는 추위를 이기기 위해 수북이 이파리를 떨궈 놓았다. 푹신푹신하다. 겨울나무는 비록 앙상하지만 나름 겨울을 버티면서 한 해를 준비하고 있으리라. 속으로 꽃도 열매도 품고 있을 것 같다. 하루하루를 힘들게 버티면서 묵언수행 중에 희망을 잉태할 것이다.

안산 봉수대에서 본 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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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아래에서 올려다 본 안산. ⓒ 전갑남


편안한 데크길을 걷다 안산 봉수대로 향한다. 어느새 무악정에 도달했다. 여기서부터는 400여m를 오른다. 좀 가파른 계단길과 고갯길이다. 며칠 전 내린 눈길이 미끄럽지 않을까 했는데, 사람들의 잦은 발길에 걷기에 불편하지 않다. 다행이다.

눈에 들어온 겨울 풍경이 너무 좋다. 시시각각 변하는 자연의 품속에 들어오면 모든 게 선물 같다. 늘 쫓기듯이 살다 여기서 걸으며 바쁜 것들을 잠시 내려놓고, 내 주변과 함께하는 것에 감사한 마음을 가져본다. 문득 느껴보는 평화! 몸과 마음이 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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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산 무악정. 여기서 잠깐 숨을 고르고 정상으로 향한다. ⓒ 전갑남


작은 돌탑 하나가 보인다. 누가 이렇게 돌을 쌓았을까? 한 사람이 만든 게 아닐 것이다. 마음이 가는 대로 탑에 돌 하나 얹었다. 마음의 기도를 올린다. 두려움이나 걱정을 떨쳐버리고 새 희망을 담아서.


오르는 길에 산새들이 떠든다. 참새 소리가 짹짹, 작은새 박새와 딱새도 연신 이 나무 저 나무로 자유롭다. 사진에 얼굴 한 번 담으려는데 곁을 주지 않는다. 겁 많은 녀석들이다. 어디든지 걸림 없이 맘먹은 대로 오간다. 내 것이라 우기지 않으며 집착하지 않는 녀석들의 자유로운 영혼을 한참 바라본다. 뱁새라 불리는 붉은머리오목눈이 녀석 뛰노는 모습이 참 귀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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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길에서 만난 작은새. 붉은머리오목눈이 같다. ⓒ 전갑남


산행의 묘미는 정상에 오르는 재미도 있지만, 한발 한발 내디디며 자연의 벗을 만나는 것에도 있다. 재미가 쏠쏠하다.

어느새 안산 정상. 봉수대가 있다. 봉수대를 중심으로 돌을 성처럼 튼튼하게 쌓아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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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산 정상에 있는 봉수대 ⓒ 전갑남

 
안산은 원래 무악(母岳)이라고 했다. 동봉과 서봉의 두 봉우리를 이루고 있어 산세가 마치 말의 안장, 즉 길마와 같다고 하여 안산(鞍山)이라 불렀다. 안산과 인왕산 사이에 있는 무악재는 지금이야 탄탄대로이지만, 100여 년 전만 해도 혼자서 넘지 못할 정도로 험한 고갯길이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여기에서는 우리나라 수도 서울이 한눈에 다 보인다. 가까이 인왕산과 도성 성곽이 뚜렷하다. 그 너머 북한산 그리고 저 멀리 남산타워가 버티고 있다. 도심에서 첩첩산중이 펼쳐진다. 유유히 흐르는 한강도 지척이다. 그리고 수도 서울의 빌딩 숲이 발 밑에 끝이 없다.

다시 찾고 싶은 산, 안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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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산 봉수대 안. ⓒ 전갑남


산꼭대기에 자리 잡은 안산 봉수대! 이곳 봉수대는 동, 서 두 개의 봉수대 중 동봉수대터라 한다. 국경에서 일어난 국가 위기상황을 조정에 알려주기 위한 전령 역할을 했던 봉수대의 흔적이 역사의 일기처럼 이곳에 그대로 남아있다.

지금 이곳은 산 위로 떠오르는 일출이 장관이어서 인근 주민들은 새해 아침 이곳을 찾아 새해 소원을 기원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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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산에서 내려다보이는 서울의 모습. 멀리 남산타워가 보인다. ⓒ 전갑남


그런데 웬일이지? 수많은 사람과 차량이 붐비는 수도 서울이 적막하다. 높은 곳에서 멀리서 보면 세상은 고요하게 느껴진다는 말이 맞는 것 같다. 잠시 세상 밖을 떠나 가까이 있는 자연과 함께하니 분주하고 조급한 마음이 저절로 가라앉는다. 평화가 찾아왔다.

찬 바람에 코끝이 시리지만 햇살이 내 몸을 감싼다. 자연의 소리, 눈에 펼쳐진 풍광이 메마른 겨울 속에서 물기를 느끼게 한다.

꽃 피는 봄이 오면 안산은 어떤 모습일까? 그때는 더 푸르고 생기를 되찾아 멋진 인생 사진을 하나 선물해 주지 않을까.
덧붙이는 글 <인천in>에 실렸습니다.

주요 지리정보

#서대문 #안산 #안산자락길 #봉수대 #안산황톳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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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 마니산 밑동네 작은 농부로 살고 있습니다. 소박한 우리네 삶의 이야기를 담아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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