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위로 받은 가축들을 위한 축사 콘서트

2023 섬진강 국제실험예술제 셋째날... 음악과 춤으로 가축들에게 감사의 마음 전달

등록 2023.09.18 15:14수정 2023.09.21 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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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또 유끼에가 자작곡인 <고향>을 부르고 있다 ⓒ 이혁발

 
2023 섬진강 국제실험예술제 셋째 날인 17일 '가축들을 위한 축사 콘서트'가 곡성 거산농장에서 열렸다. 이 행사는 주제가 '아름다운 동행'으로 예술인들이 축사를 찾아가 가축들에게 음악과 춤으로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자 하는 의도로 진행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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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레르모(Guillermo)가 "동물은 형제다" "동물은 나다"라는 의미의 퍼포먼스를 펼치고 있다. ⓒ 이혁발

 
축사 콘서트가 시작되기 전에는 주변에서 "소 귀에 경 읽기 같은 짓을 왜 하느냐", "금방 잡아먹을 동물한테 뭔 쓸데없는 짓거리냐"는 비아냥이 들렸다. 하지만 콘서트를 마치고서 공연자와 관객들은 "오히려 우리가 힐링 받았다"는 반응이 다수였다. 동물을 위하는 일이 결국 우리를 위하는 길이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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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하루 수주끼(Chiharu Suzuki)가 무언의 몸짓 공연을 하고 있다. ⓒ 이혁발


예술가들의 공연이 동물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가에 여전히 의구심을 가진 분들에게 십여 년 전 한 방송사에서 진행한 <말의 힘>이란 프로그램에서의 실험결과를 들려 드리고자 한다.

갓 지은 쌀밥을 유리그릇 2개에 담고, 그릇 바깥에 "고맙습니다", "짜증나"라는 단어를 각기 써 붙이고 한 달간 하루에 한 번 그 그릇에 붙인 말을 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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딤플(Dimple B Shah)이 퍼포먼스를 펼치고 있다. 가타 반주를 하고 있는 민선재(토케토리) ⓒ 이혁발

 
실험 결과는 놀라웠다. "고맙습니다"라고 씌여진 그릇에는 구수한 냄새나는 하얀 곰팡이가 생겼고, "짜증나"라고 씌여진 그릇에는 퀴퀴한 냄새나는 갈색 곰팡이가 생겼다.


이런 현상은 좋은 말의 파동과 나쁜 말의 파동이 다르기 때문에 그 파동이 대상의 상황을 바꾸어 놓을 수 있다는 것이다. 말 한 마디도 이런 영향을 미치는데, 진정성을 가지고 온몸으로 노래하고, 연주하고, 행위하는 이 예술가들의 노고가 어찌 의미 없으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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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까(Mooca)가 여러 음율로 염소들을 위무하고 있다. ⓒ 이혁발


어쩌면 이 행사는 처음부터 동물을 위한 것이 아니라 우리 인간에게 보내는 메시지가 더 중요한 것이 아니었나 싶다. 이 행사는 모든 생명체들이 존중되고, 나아가 자신보다 타자(타생명체)를 생각하고 배려하며 이롭게 하는, 즉 이타적인 인간으로 살아가자는 메시지가 담겨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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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케토리의 마지막 공연이 진행되는 중에 여러 예술가들이 즉흥적으로 참여해 합동공연을 하였다. ⓒ 이혁발


소, 염소의 호흡을 가까이서 느끼며 교감의 소리와 몸짓을 한 예술가들은 설명할 수 없이 차오르는 뿌듯한 감동을 안고 농장을 내려왔다. 그 맑고, 무언가 말을 하는 소 눈망울과 벌름거리는 콧구멍, 그 옆의 몇 가닥 털들의 모습이 기자의 숙소까지 따라왔다. 분명히 교감의 장이었고, 나 외의 타 생명체를 이타적으로 생각해 보게 된 의미있는 날이었다.
#실험예술제 #곡성 #예술 #축사콘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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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화, 행위미술, 설치미술, 사진작업을 하며 안동에서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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