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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수-양재식 구속영장 모두 기각... '50억 클럽' 수사 난항

법원 "사실적·법률적 측면에서 다툼의 여지"... 명예회복 노렸던 검찰, 입지 축소

등록 2023.06.30 01:28수정 2023.06.30 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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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구치소 빠져나가는 박영수 전 특검 대장동 민간 개발업자들을 돕는 대가로 금품을 수수했다는 이른바 '50억 클럽' 의혹을 받는 박영수 전 특별검사가 30일 오전 구속영장이 기각되자 경기도 의왕 서울구치소에서 나와 차량으로 향하고 있다. 2023.6.30 ⓒ 연합뉴스

 
  박영수 전 특별검사 구속영장이 기각됐다. 같이 영장이 청구된 양재식 전 특검보(변호사)의 영장도 기각됐다. 법원은 "사실적, 법률적 측면에서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기각 사유를 밝혔다.

이에 따라 지난 2월 곽상도 전 의원의 아들 퇴직금 50억 뇌물혐의 무죄 이후 검찰은 쏟아지는 비판 여론에 밀려 구속 수사를 시도하며 명예회복을 노렸지만, '뒷북 수사'라는 비판을 벗어나기 힘들게 됐다. 또한 향후 50억 클럽 수사가 순탄치 않을 것임을 예고했다.

29일 오전 10시 영장실질심사를 연 서울중앙지방법원 유창훈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날이 바뀐 30일 0시 40분께 다음과 같은 기각 사유를 밝혔다.

"본건 혐의의 주요 증거인 관련자들의 진술을 이 법원의 심문 결과에 비추어 살펴볼때 피의자의 직무 해당성 여부, 금품의 실제 수수여부, 금품 제공약속의 성립 여부 등에 관하여 사실적, 법률적 측면에서 다툼의 여지가 있는 점에 비추어, 현 시점에서 피의자를 구속하는 것은 피의자의 방어권을 지나치게 제한한다고 보이는바, 현 단계에서는 구속의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보임."

또한 박 전 특검의 측근 양재식 변호사의 영장실질심사를 실시한 서울중앙지방법원 이민수 영장전담 부장판사 역시 다음과 같은 기각 사유를 밝혔다.

"현재까지 드러난 증거자료와 이 법원의 심문결과에 비추어 볼때 금품의 실제 수수 여부 등 범죄사실 중 일정 부분에 대하여 사실적, 법률적 측면에서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보여 피의자에게 방어권을 보장해줄 필요성이 있는 점, 피의자의 직업, 수사기관 및 법원에서 피의자가 보여 왔던 태도, 현재까지 수집된 증거자료 및 이에 더하여 수사기록에 나타난 여러 사정과 피의자와 변호인의 변소 내용 등을 감안할 때 현 단계에서 피의자가 방어권 행사의 범위를 넘어 증거를 인멸하거나 도망할 염려가 있다고 보기 어려운 점을 비추어 볼 때 피의자를 구속하여야 할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려움."

비슷한 혐의인 두 영장 청구에 대해 서로 다른 판사가 공통적으로 "사실적, 법률적 측면에서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지적한 점이 주목된다.


이날 새벽 검찰은 "다수 관련자들의 진술과 이를 뒷받침하는 객관적 증거들에 의하면 청탁의 대가로 금품을 수수 및 약속한 점이 충분히 인정되는 상황에서 법원의 영장기각 사유를 납득하기 어렵다"면서 "향후 보강수사를 통해 구속영장 재청구 여부를 검토하겠다"라고 밝혔다.

자신만만했지만... 부담 더 커진 검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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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구치소 빠져나가는 박영수 전 특검 대장동 민간 개발업자들을 돕는 대가로 금품을 수수했다는 이른바 '50억 클럽' 의혹을 받는 박영수 전 특별검사가 30일 오전 구속영장이 기각되자 경기도 의왕 서울구치소에서 나와 차량으로 향하고 있다. 2023.6.30 ⓒ 연합뉴스

 
앞서 서울중앙지방검찰청 반부패수사1부(부장검사 엄희준)는 지난 22일 박 전 특검을 비공개로 불러 조사한 뒤 26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수재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수재 등'의 죄는 금융기관의 임직원이 부정한 청탁을 받고 금품이나 이익을 받거나 받기로 약속하는 것 등을 의미한다.

구속영장 청구서에 따르면, 2014년 우리은행 이사회 의장이었던 박 전 특검은 우리은행의 대장동 컨소시엄 참여나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용 여신의향서 발급 청탁을 받아 영향력을 행사하는 대가로 대장동 민간업자로들로부터 각각 200억 원과 50억 원을 제공받기로 약속받았다. 검찰은 박 전 특검이 실제로 대한변협회장 선거자금 명목의 3억 원 등 모두 8억 원을 받은 것으로 봤다.

영장실질심사는 29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1시 30분까지 진행됐다. 박 전 특검은 오전 9시 40분께 법원에 출석하면서 "진실은 곧 밝혀질 것이라고 확신한다"면서 혐의를 강하게 부인했다. ( 관련 기사 : 구속심사 박영수 전 특검 "국민께 죄송, 진실 곧 밝혀질것 확신" https://omn.kr/24l4p )

심사 후 박 전 특검과 검찰 수사팀의 모습은 상반됐다. 박 전 특검은 오후 1시 30분께 법원을 떠나면서 취재진으로부터 "어떤 부분을 중심으로 소명했느냐" 등의 질문 세례를 받았지만 묵묵부답이었다. 

반면 수사팀은 자신감을 보였다. 수사팀 관계자는 "우리은행 컨소시엄 참여에 대한 민간업자 청탁, 내부에 전달된 과정, 여신의향서 제출 등 청탁의 실현, 민간업자들로부터의 이익 수수 및 약속 등 모든 단계별로 관련자들의 진술과 객관적인 증거자료를 가지고 재판부에 설명드렸다"라고 밝혔다. 또한 "청탁의 대가로 뇌물을 수수하기로 약속하고 실제로 수수한 부분이 대장동 개발 비리에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부분을 강조했다"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결국 검찰이 구속영장 발부에 법원을 설득하지 못하면서 향후 수사 진행에 더 큰 부담감을 안게 됐다.
 
#박영수 #양재식 #50억클럽 #검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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