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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찬 디올이 후원한 전시, 예쁘지만 난해하다

[리뷰] 서울시립미술관, 장-미셸 오토니엘: 정원과 정원

등록 2022.07.16 14:57수정 2022.07.16 1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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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립미술관이 어느 때보다 붐비고 있다. 가만히 있어도 땀이 줄줄 흐르는 무더위 속에서 쾌적하게 전시를 볼 수 있는 도심 문화공간이 피서에 제격인 덕이다. 물론 그 이유만은 아니다. 꾸준히 참신한 전시를 열어온 서울시립미술관이 또다시 화제의 프로그램을 준비했다는 소식도 예술애호가들의 발길을 잡아끈다.

가장 주목받는 전시는 단연 '장-미셸 오토니엘: 정원과 정원'전이다. 초여름 푸르른 나무에 내걸린 금색 염주 포스터가 덕수궁과 서울시립미술관 일대에 가득 내걸리며 호기심을 자아냈다. 인스타그램 등 과시적 SNS가 발달하면서 시각적 아름다움이 어느 때보다 중시되는 최근 대중미술에서 이번 전시가 시민들의 기호와 딱 맞아떨어지리란 기대가 적지 않았다.


무엇보다 명품 브랜드인 크리스찬 디올 뷰티가 공식후원했고 유명인들이 연이어 방문한 사진이 알려지며 전시를 즐기는 2030 젊은 층들에겐 반드시 가볼만한 전시로 손꼽히기도 했다. 시각예술 애호가들의 SNS를 중심으로 입소문을 탄 전시엔 주말과 평일을 가리지 않고 관람객이 이어진다. 형형색색으로 빛나는 조형물 앞에는 사진을 찍으려는 이들이 줄을 서 기다리는 풍경을 쉽게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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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셸 오토니엘: 정원과 정원 포스터 ⓒ 서울시립미술관

 
프랑스 유명 설치미술가의 인기전시

지난달부터 내달 초까지 진행되는 오토니엘전은 미술관 본관 1층 전시실은 물론 덕수궁 연못과 조각공원 일부까지 활용해 복합적인 공간을 색다르게 연출했다. 다른 이유로 덕수궁을 찾은 관람객들도 낯선 조형물을 마주하곤 이게 도대체 무엇인지 궁금증을 감추지 못한다.

프랑스의 유명 설치미술가인 장-미셸 오토니엘은 2020년 말 현대미술관에서 개인전까지 가졌을 만큼 한국에서도 익히 알려진 작가다. 이번 전시에도 지난 개인전에 전시된 작품 여럿이 그대로 옮겨왔는데, 사진으로 찍기에 좋은 그의 작품들이 대다수 관람객에게 좋은 평가를 받은 덕이다.

유리와 스테인리스 스틸, 금박 등 다양한 재료를 활용해 익숙한 형태를 낯설게 빚어내는 오토니엘의 미술은 한눈에 보기에도 예쁘다. 11년 전 프랑스 퐁피두센터에서 진행했던 전시 이후 오토니엘 개인전 중 최대규모인 이번 전시는 넓은 공간에 74점의 주요작품을 배치했다는 점에서 감상하는 맛도 있다는 평가다.

물론 아쉬운 점도 없지 않다. 특히 시각적인 예쁨을 넘어서 의미가 잘 잡히지 않는 데다 미술관 측이 준비한 설명까지 난해하거나 부실하다는 점은 전시의 격을 떨어뜨릴 수 있는 요소다. 몇 번을 읽어도 작품에 대한 이해가 전혀 깊어질 수 없는 난해한 설명들 대신, 차라리 작품이나 작가의 배경을 구체적으로 풀어주었다면 현대미술에 조예가 없는 관람객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었으리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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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 연못 사진 ⓒ 서울시립미술관

 
작품은 예쁜데...


또한 덕수궁 등 야외에 설치된 '황금 연꽃' 등의 작품도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 막 연꽃이 피어나는 계절에 덕수궁 연못에 설치된 작품을 보고 나면 이것이 덕수궁 본연의 미를 도리어 해치고 있는 건 아닌지 심각하게 의심이 든다. 실제로 덕수궁을 찾은 여러 사진가와 방문객들이 입을 모아 "전시물이 조화스럽지 못하다"는 평가를 내놓은 점은 시각적 아름다움에 집중하는 오토니엘의 작품세계에 치명적 타격이 될 수 있을 듯하다.

전반적으로 오토니엘의 이번 전시는 그 나름의 매력을 충분히 드러내는 데는 다소 실패한 듯 보인다. SNS에 올리기 좋은 예쁜 조형물의 가치 이상의 예술적 가치를 관람객들에게 증명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시실 내부에선 작품에 대한 오토니엘 본인이나 평론가들의 해설이 전무하다시피하고, 자체 설명 역시 부실한 탓이 크다. 전시실 바깥에 설치된 대형 조형물 역시 포스터에 등장한 것만큼 선명한 아름다움을 내보이지 못하고 주변 경관을 해치는 듯한 인상까지 준다.

다만 서울시립미술관의 여러 상설전시, 천경자전이나 가나아트컬렉션은 여전히 양질의 작품들을 배치해두고 있어 오토니엘전에 실망한 관람객에게 또 다른 선택지를 제공하기 충분하다.
덧붙이는 글 김성호 시민기자의 브런치(https://brunch.co.kr/@goldstarsky)에도 함께 실립니다.
#서울시립미술관 #장-미셸 오토니엘 #설치미술 #프랑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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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평론가.기자.글쟁이. 인간은 존엄하고 역사는 진보한다는 믿음을 간직한 사람이고자 합니다. / 인스타 @blly_kim / 기고청탁은 goldstarsk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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