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 '반란', 이런 사정이 있다

명승 제47호 사인암 행랑객들로 '몸살'... "관청이 관리해야"

등록 2014.08.13 21:02수정 2014.08.13 2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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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의 명승지가 행락객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문화재청은 이런 실태를 정확히 파악하고 있는지, 또한 대처는 제대로 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단편적이지만 단양 사인암의 사례를 들어 살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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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승 제47호 단양 사인암 ⓒ (주)CPN문화재방송국


사인암은 명승 제 47호로 2008년에 국가에서 지정해서 관리되고 있다. 하천을 따라서 기암괴석이 늘씬하게 뽐을 내고 있는 자태, 더군다나 상층부의 노송, 그 빼어난 풍광으로 일찍부터 관광지로서 명성이 자자했다.


더불어 많은 시인 묵객과 정치 위세가가 남긴 글귀, 금석문이 무려 70m 높이의 바위를 빼곡하게 장식하고 있어 그 어떤 명승지보다도 문화재적인 가치와 당시 시대상을 알 수 있는 사료적 가치가 큰 명승이다.

원래 사인암이라는 명칭은 고려 말 사인 벼슬을 한 우탁의 벼슬 이름을 따서 지은 것이다. 그는 직접 바위에 '뛰어난 것은 무리에 비유할 것이 없으며, 혼자서도 두려운 것이 없으며 근심함이 없다'라는 글을 새겨 고려 말 혼탁한 사회로부터 선비의 고결함을 지키고자 했다. 이밖에도 사인암은 조선시대 최고의 화가 김홍도의 단원수첩에 등장하기도 한다.

이토록 아름답고 귀중한 명승지가 휴가철만 되면 쓰레기와 사람들로 마치 시장판처럼 되고 만다. 사인암 주석 주지스님이 몇 차례에 걸쳐 단양군청에 문화재를 제대로 관리하고 보전하는 문제에 대하여 의견을 개진했으나, 올해도 어김없이 문제는 반복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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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양 사인암 ⓒ (주)CPN문화재방송국


명승바위 앞에 수영을 즐기고, 고기를 구워먹고, 아무렇지도 않게 바위를 오르내린다. 말려도 소용없고 출입금지 안내판도 유명무실이다. 참다못한 스님은 해당 관청과 행락객을 상대로 시위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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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양 사인암 ⓒ (주)CPN문화재방송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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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양 사인암 ⓒ (주)CPN문화재방송국


총 12개의 현수막을 걸어 이곳이 문화재 보전지역임을 알리고 명승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단양군청 질책하는 문구들로 가득 채웠다. 절 앞에는 사비를 들여 철책을 치고 명승지역, 즉 바위 밑으로 사람들이 오가는 것을 막기 위해 애를 썼다. 하지만 사방에서 밀려드는 행락객에 속수무책이다. 소중한 명승, 사인암은 그 가치를 점점 잃어가고 있다.


사인암 건너편 상인 거주 지역은 13억의 예산을 들여 정비를 계획하고 있지만 정작 명승지 보전을 위한 예산 반영에는 난색을 표하고 있다는 것이 바로 단양군의 문화의식의 한 단면이다. 우리가 향유하는 문화재가 다음 세대로 올곧게 이어지려면 지금부터 체계적인 관리가 시급한데도 단양군청은 눈을 감고 있는 것이다.

근시안적인 행정으로 일관하는 단양군청에 스님은 지금 이유 있는 반란을 벌이고 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www.icpn.co.kr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사인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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