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이걸 바꿔야 정권 잡을 수 있다

기울어진 운동장의 구조적 한계, 이제는 바꿀 때

등록 2014.01.16 15:22수정 2014.01.16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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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대선에서 야권이 패한 데는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구조적 한계가 있었음이 확인됐다. 이는 첫째, 영호남 유권자가 지역적으로 불균형하고, 둘째, 이념적으로 진보적 유권자가 소수이며, 셋째 연령적 분포에서 중간층의 50대 유권자가 고령화되고 있는 사실에 기인한 것이다.

이 기울어진 운동장은 다음 총선과 대선으로 갈수록 더욱 경사도가 불리해지는 경향성을 가진다. 첫째 지역적으로는 호남과 충청의 전체 유권자 대비 구성 비율이 처음으로 뒤바뀌어 호남의 정치적 상징성과 중심성이 상대적으로 축소되며, 둘째 이념적으로 '보수 40: 중도 30: 진보 30'이라는 구성비가 바뀔 정도로 진보운동이 활성화될 가능성이 적으며, 셋째 인구의 고령화는 더욱 가속화된다는 점이다.

이런 정치적 환경은 과거 세 차례의 도전 방식으로는 정권교체가 여의치 않음을 반증한다. 김대중 대통령의 호충연합(혹은 DJP연합, 다시 말해 보수 일부 분파와 진보의 연합), 노무현 대통령의 영남후보+젊은 세대 동원전략, 문재인 후보의 후보단일화 등 후보전략이나 연합전략의 재활용이 쉽지 않고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범야권은 민주당과 안철수 신당, 그리고 정의당 등으로 각각 나뉘어 야권 재편에 대한 구상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이대로 지방선거를 치른다면 범야권의 미래는 희망적이지 않다. 후보단일화 등 여러 가지 시나리오를 대입해도 그 각각의 결과가 2016, 2017년으로 가는 확실한 디딤돌이 될 것이라고 장담할 수 없다.

따라서 지역적으로 소수화된 정치지형을 바꿀 담대한 변화가 필요하다. 이념적으로 보수화되고 고령화된 유권자가 마음의 경계를 해체할 통 큰 변화가 요구된다. 그러면서도 젊고 진보적인 유권자가 매력적으로 느끼고 일체감을 형성할 수 있는 기본적 정체성의 재발견이 중요하다. 그런 것에 공감할 수 있다면, 이런 담론에 동의한다면 야권이 하나로 통합할 수 있는 진보의 재구성은 가능하다.

국민을 내 편과 네 편으로 나누는 박근혜 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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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6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취임 후 첫 신년 내외신 기자회견을 갖고 집권 2년차 국정운영 구상을 발표하고 있다. ⓒ 청와대


그런데 역설적으로 이명박 정부 5년, 박근혜 정부 1년이 경과하면서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꿀 수 있는 정치적 환경이 조성됐다. 현재 박근혜 체제는 대선 때와 정반대로 '두개의 국민'란 개념을 가진 듯하다. 총칼로 무장을 안했을 뿐 지난 20년간 우리 사회의 이념적 분화는 박근혜 체제에서 극에 달하고 있으며 이를 '비정상의 정상화'라는 명분으로 완성하려 하고 있다. 박정희 시대의 온갖 이념을 21세기화하고 있는 것이 이른바 '정상화'이다.


'두개의 국민'은 국민을 내 편과 네 편으로 구분하는 전략이다. 박근혜 체제의 이념에 동의하는 국민을 충성화, 조직화, 동원화하는 것이다. 교과서, 민영화, 대선특검 등 여러 분야에서 가파른 정치적 전선을 만들어 가고 있으며 매우 위험한 모험을 당분간 멈추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대선때 100% 국민을 통합 시키겠다고 한 약속과 달리 경제민주화와 복지확대를 거부하고 보수적 국민을 결집 시켜가고 있다. 보수적이지 않은 국민을 거부한 채 보수적 국민만 통치하겠다는 국민분열주의식 통치는 결국 정통성과 지지기반의 축소로 귀결된다.

역사의 전진은 국민을 하나로 만들 때만 가능하다. 국민을 하나로 만들기 위한 설득과 소통이 없으면 5년 단임의 대통령이 할 수 있는 치적은 크지 않다. 결국 박근혜 체제는 이런 한계 때문에 나은 결론이 나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박근혜 체제의 불행이 범야권과 진보의 행복으로 귀결되지는 않는다. 기울어진 운동장은 바뀌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민주당과 범야권은 짧게는 지난 6년, 길게는 20년의 대결 속에서 분열된 국민을 '하나의 국민'으로 만들겠다는 과감한 구상을 지녀야 한다. 박정희-전두환 독재체제에 대항한 민주세력연합은 충분히 다수파가 될 수 있던 시절이 있었다. 1992년부터 2002년까지의 기간이었다.

그 후 이에 반대하는 보수연합이 강고해지고 두 번의 집권을 통해 자신감이 생긴 보수정당은 오만하게도 국민을 내 편, 네 편으로 나누고 지지자 중심 통치, 지지자 중심 정당정치를 하고 있다. 반면 민주당은 그 운동장이 기울어지고 있는데도 상대방과 마찬가지로 지지자 중심 정치를 하고 있다. 운동장이 기울어져 있는데 똑같이 지지자 중심 정치를 한다면 선거의 결과는 뻔하다.

민주당, 과감한 전환으로 국민 통합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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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길 "대선 관련 의혹 특검 반드시 관철" 김한길 민주당 대표는 13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신년 기자회견을 열고 "대선 관련 의혹에 대한 특검을 반드시 관철하겠다"고 밝혔다. ⓒ 남소연


이제 민주당은 분열된 국민을 하나로 묶는 과감한 전환과 실험을 선도하고 제안해야 한다. '지지자 정당'이 될 것인가 '다수파 정당'이 될 것인가 선택하고 이를 통해 범야권의 재편성에 기여해야 한다.

지난 대선 당시 박근혜 정부는 경제민주화와 복지확대라는 단어를 써가며 전선을 왼쪽 중간쯤에 치는 위장술을 폈다. 이제는 스스로 오른쪽 중간쯤으로 좁혀놨다. 하지만 국민은 이에 피로감을 느낀다. 민주당은 과감하게 전선을 오른쪽 중간에 칠 수 있어야 한다. 국민이 첨예하게 나뉜 곳에서부터 해법을 제시하려는 용기를 가져야 한다.

첫째, 국민통합형 대북정책을 제시해야 한다. 남북이 연합하고 통일로 가기위한 대북정책이라면 당연히 우리 국민, 우리 사회부터 그 정책에 동의해야 한다. 북한이 핵을 보유했다는 것에서부터 시작해 새로이 다듬어진 햇볕정책 2.0을 만들어야 한다. 민주주의를 제 1의 가치로 여기는 민주당은 북한의 인권실상을 지적하는데 막힘이 없어야 한다.

현재 동북아 정세의 급변에 비춰볼 때 통일의 구심력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 남북관계의 개선이 되어야 미중의 극한대립, 일본의 우경화 등 통일의 원심력을 제어해 낼 것이다. 통일의 구심력 확보는 남북간의 교류와 접촉, 왕래, 협력의 정도에 달려있다. 이런 여러 가지 문제의식을 종합한 대북정책을 선도해 평화가 살길임을 국민이 동의하고 체감하게 해야 한다.

둘째, 경제 연대의 폭이 좀 더 유연하고 포괄적이어야 한다. 민주당은 '중산층과 서민'의 정당을 표방했다. 그런데 민주당은 지난 10여 년간 '서민과 중산층의 정당'이 된 적도 있었고, 상위 1%와 나머지 99%라는 구분법을 쓴 적도 있다.

중산층과 서민, 그리고 탐욕 및 특권과 단절하며 혁신경제, 동반성장에 동의하는 대기업을 포괄하는 정당으로 외연을 확대해야 한다. 경제민주화와 경제정의를 내세우며 모든 재벌을 적대시하는 태도는 민주당을 수권정당으로 보게 하지 않는 측면이 있다. 또 민주당은 경제정의와 경제민주화만 보고, 성장은 외면한다는 고정관념을 강화시킬 수 있다.

따라서 '중산층과 서민, 그리고 건강한 대기업'과 연대한다는 새로운 표방을 도입해야 한다. 그리고 이에 맞게 경제정책, 입법정책을 디자인해야 한다. 특권을 강화하려는 대기업을 위한 규제완화는 반대하되, 독과점체제를 타파하고 진입장벽을 낮추며 공정한 경쟁이 가능하도록 하는 규제는 강화해야 한다.

셋째 정치문화를 바꾸어야 한다. 국민이 원하는 고효율, 고생산의 정치를 할 수 있어야 한다. 정치가 막말과 불신으로 분열과 혼란만 일으키는 것으로 비쳐서는 안 된다. 정치인의 언어에는 울림이 있어야 한다. 국민을 하나로 묶을 수 있어야 한다. 우리가 보편적 가치와 정의를 얘기하는데 그 언어나 형식 때문에 보편적이지 않게 들려서는 안 된다.

정치의 퇴행적 부분은 도려내고 결정한 것은 공고하게 지키며 국민의 요구에 대해서는 신속하게 응답하는 지도력의 확보와 정치문화가 정착되어야 한다.

기울어진 운동장 바꾸는 일, 공개적으로 논의해야

커다란 전환이 있어야만 운동장을 바꿀 수 있다. 그만한 용기도 필요하다. 그런 전환을 얘기할 때만 안철수 신당과 그 지지세력이라고 할 수 있는 중간층도 움직일 이유와 명분이 있다.

이런 실험을 공개적으로 논의할 것을 민주당과 안철수 신당에 제안한다. 담론 없이 선거 셈법으로 합치는 것은 감동이 없다. 운동장을 바꾸는 노력이 병행되는 야권의 재편성, 진보의 재구성이어야 한다.

물론 이런 변화는 안철수 신당과 별개로 민주당 스스로 진행할 수 있다. 민주당의 선도적 변화가 지지도를 끌어올려 정국을 주도한다면, 그래서 중간층까지 포괄하는 다수파 정당으로 바뀐다면 운동장을 바꾸기 위한 노력의 절반은 달성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야권의 재편성도 추동할 수 있다고 본다.

과감한 변화는 중도냐 진보냐 혹은 실용이냐 개혁이냐 하는 논쟁과는 다른 차원이다. 경제민주화, 보편적 복지, 을 지키기, 남북교류와 평화 등 우리의 가치를 확고히 하면서 외연을 넓히는 새로운 접근방법임을 확인해둔다.

아울러 이번 지방선거는 무상보육 무상급식 무상의료+반값등록금의 진화된 버전이 필요하다. 2010년 지방선거에서 야당이 승리하기 직전인 3월 19일까지 아파트 전셋값이 61주간 상승했다. 사상 최장 기록이었다. 2년 동안 중산층과 서민은 평균 2천만 원 내지 5천만 원을 추가 부담해야 했다. 평화냐 전쟁이냐 하는 한나라당의 프레임 밑에서 실제 표심을 자극한 것은 '내 삶의 안정이냐 붕괴냐' 였다고 본다.

그것을 착목하고 2012년 박근혜 후보는 경제민주화와 복지확대를 말했다. 그 역설이 이번 지방선거에 나타날 수 있다. 지금 전셋값은 박근혜 후보 지명 이후부터 오르기 시작해 72주째 상승하고 있다. 내년 봄까지 계속 오르리라는 것이 지배적 전망이다. 게다가 국민 다수는 계층상승이라는 희망의 사다리가 없어졌다고 믿는다. 희망은 없어지고 절망이 보편적 정서가 되었다. 그렇다면 삶의 안전판이 필요하다. 더 이상 추락하지 않을 안전판은 무엇일까.

과거에는 의식주가 삶의 기본요소였다. 그런데 지금은 교의주가 계층과 신분을 구분하는 요소가 되었다. 교의주에서의 안전판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모아가는 지방선거가 되어야 한다. 전월세 상한제, 상가 권리금의 법적 안전장치 마련, 의료영리화가 아닌 건강보험체제의 강화, 고교무상교육 및 대학반값등록금 등 교의주의 개혁으로 삶의 안전판을 위한 공약개발이 시급하다.
덧붙이는 글 민병두 기자는 민주당 국회의원입니다. 이 글은 민병두 의원 블로그에 실린 글입니다.
#야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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