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공천헌법 '25% 컷오프', 탈당 명분으로

공천위, 현역의원 23명 사전 구제... "박근혜 강조한 '시스템 공천' 부정" 비판 확산

등록 2012.03.12 13:11수정 2012.03.12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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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수정: 12일 오후 2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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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지역구가 전략지역으로 선정돼 공천이 보류된 새누리당 진수희 의원이 지난 6일 기자회견을 자청해 "권영세 사무총장이 성동갑 지역을 두고 정치적 판단이 필요한 곳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무슨 의미인지 밝혀달라"고 요구했다. ⓒ 남소연

자신의 지역구가 전략지역으로 선정돼 공천이 보류된 새누리당 진수희 의원이 지난 6일 기자회견을 자청해 "권영세 사무총장이 성동갑 지역을 두고 정치적 판단이 필요한 곳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무슨 의미인지 밝혀달라"고 요구했다. ⓒ 남소연

정홍원 새누리당 공직자후보추천위(공천위) 위원장이 "비상대책위원회가 정한 헌법과 같다"고 강조했던 '현역 하위 25% 컷오프' 룰이 의원들의 탈당 명분이 되고 있다

 

공천위가 현역의원 23명을 컷오프 룰 적용대상에서 제외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기 때문이다. 당초 컷오프 조사는 불출마 의원을 뺀 모든 지역구의 현역 의원을 대상으로 교체지수(50점)와 당내·외 경쟁력 지수(각각 25점씩 총 50점)를 여론조사로 물어, 하위 25%(32명)를 무조건 공천에서 배제해 경선 기회조차 주지 않겠다는 것이 기본 원칙이었다. 컷오프 명단에서 제외된 현역 의원들에 대한 배경을 놓고 공정성 논란이 불거질 수밖에 없다.

 

대표적인 사례가 진수희 의원(서울 성동갑)이다. 이재오 의원의 최측근인 진 의원은 자신의 지역구가 전략공천지로 묶인 것에 대해 반발해 "컷오프 등 공천심사 자료 공개"를 촉구해왔다. 자신이 '컷오프 대상'이 아닌데도 정치적 이유로 지역구를 전략공천지역으로 묶었다는 주장이었다.

 

그러나 공천위는 진 의원의 자료공개 및 재심청구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를 성동갑 후보로 최종 확정했다. 김 교수는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의 '싱크탱크'로 알려진 국가미래연구원 소속이다.  

 

진 의원은 12일 <오마이뉴스>와 전화통화에서도 컷오프 룰의 공정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무소속으로 출마할지 당 소속을 가질지는 고민하고 있다"며 "나는 '컷오프' 탈락자도 아닌데 정치적 이유로 제거당한 것"이라고 박근혜 위원장을 비판했다.

 

공천에서 탈락한 강승규 의원도 지난 11일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컷오프 조사는 전체 지역구 현역 144명 중 불출마자를 제외한 134명을 기준으로 해야 하는데 93명만을 대상으로 조사했다"며 불공정 조사 논란에 가세했다.

 

그는 특히, "정홍원 위원장은 '컷오프 룰은 헌법과 같은 것'이라고 했는데, 지난달 27일 발표된 21명의 단수후보 의원을 컷오프 대상에서 제외했다면 헌법을 차별 적용했다는 것이냐"고 지적했다.

 

또 "컷오프 기준은 무원칙하고 고무줄 기준이며 공정성과 객관성을 완전히 상실했다"며 "당이 납득할 만한 설명을 하지 않는다면 공천무효 가처분신청을 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현역 93명만 조사, 그만한 이유 있다"... '시스템 공천' 스스로 훼손?

 

이에 대해 당 공천위는 93명에 대해서만 컷오프 조사를 실시한 것은 맞다고 시인했다. 당초 원칙에 따르면, 컷오프 조사 대상은 불출마 및 단수 공천신청 지역구 현역 의원 15명을 추가로 제외한 116명이다. 그러나 공천위가 이 중 현역의원 23명을 사전에 컷오프 조사대상에서 빼버린 것이다. 공천위는 사전 배제에 대한 그만한 이유가 있다고 설명했다. 

 

공천위원인 권영세 사무총장은 지난 11일 브리핑에서 "공천 신청자가 1명인 단수후보의 경우, 당내 경쟁력을 측정할 상대가 없어 컷오프 조사를 할 수 없었다"며 "또한 경쟁력이 현저히 우위에 있고 지역구 분구·합구로 여론조사가 안 되는 지역을 뺀 93곳에 대해 여론조사를 실시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서울 종로와 동대문을에 각각 공천을 받은 홍사덕·홍준표 의원의 경우, 당에 거취를 일임했기 때문에 컷오프 조사 대상이 아니었고 단수공천 신청자였던 이혜훈 의원 역시 당내 경쟁력을 측정할 상대가 없기 때문에 컷오프 조사 대상이 아니었다고 밝혔다.

 

다만, 나머지 컷오프 제외 명단은 공개할 수 없다고 밝혔다. 또 "(컷오프 제외 현역의원들은) 공천위원들의 합의 하에 빠진 것"이라며 "이런 오해를 불식시키기 위해 상대후보하고 경쟁력 차이가 40%p 정도 났음에도 (나를) 컷오프 조사에 일부러 포함시켰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는 '시스템 공천'을 강조해온 새누리당 공천원칙을 스스로 훼손한 꼴이다. 공천 과정에서 자의적 판단을 개입하지 않도록 컷오프 룰 등을 마련했다고 선전했지만 결과적으로 컷오프 적용 과정에서 일부 의원들을 '자의적 판단'에 따라 구제한 셈이기 때문이다.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1월 "시스템 공천이 정치쇄신의 분기점"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비대위, '컷오프 룰' 유연 적용 자유토론...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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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정홍원 공천위원장이 지난 11일 오후 여의도 당사에서 5차 공천명단을 발표한뒤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 남소연

새누리당 정홍원 공천위원장이 지난 11일 오후 여의도 당사에서 5차 공천명단을 발표한뒤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 남소연

'시스템 공천'의 상징인 컷오프 룰에 대한 불공정성 논란이 커지자 당 비대위도 적용 원칙을 놓고 일관된 모습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비대위는 이날 3차 전략공천지역 및 국민공천배심원단 구성을 의결한 뒤, 비공개로 컷오프 룰 적용과 관련해 자유토론을 벌였다.

 

황영철 비대위 대변인에 따르면, 비대위원들을 아직 (공천이) 결론나지 않은 부분에 대해 어떤 식으로 컷오프 룰을 적용하는 게 바람직한지 토론했다. 박 위원장은 일정상 이유로 이 자유토론에 배석하지 않았다. 황 대변인은 "아직 회의를 마치지 않아 결론을 아직 알 수 없다"면서 "유연하게 적용하는 게 좋겠다는 의견도 있고 지역주민 평가에 의해 정해진 것인 만큼 엄격하게 적용하는 게 좋겠다는 의견이 서로 상충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특히 "컷오프 룰에 걸려 현역 의원이 배제됐을 경우, 남은 당내 후보가 현역 의원보다 현저하게 경쟁력이 낮다면 적용 여부를 고민해야 하지 않냐는 얘기가 나왔다"고 전해, 이날 당 잔류를 선택한 김무성 의원 등에 대한 '구제'가 있을 수 있다는 점도 시사됐다.

 

그러나 이 같은 경우에도 불공정성 논란은 더욱 확산될 수밖에 없다. 앞서 컷오프 룰에 의해 최종 공천이 결정된 지역과 이후 지역 간의 형평성이 맞지 않는데다, 박근혜 위원장 등이 거듭 확인했던 '컷오프 룰 엄격 적용' 원칙에도 위배되는 꼴이다. 또 이미 진수희 의원 등이 이날 '탈당 기자회견'을 예고한 상황에서 박 위원장이 배석하지 않은 '자유토론'이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도 의문이다.

 

권 사무총장도 지난 11일 브리핑에서 컷오프 룰에 걸린 현역 의원 32명의 회생 가능성에 대해 "공천위 차원에서는 일단은 없다고 본다"며 "정량으로 정해진 부분에 대해서까지 공천위의 재량을 인정하면 25% 룰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고 말했다.

 

김종인 비대위원도 이날 비대위 전체회의 이후 "컷오프는 공천위원장이 '헌법과도 같은 것'이라고 얘기했다는데 나는 더 할 말이 없다"며 컷오프 룰의 엄격 적용을 강조했다. 이상돈 비대위원 역시 "컷오프 룰의 예외는 있을 수 없다"며 "(낙천자들의 자료 공개 요구가 있지만) 모든 공천자료는 공개하지 않는다, 이전 선거에서도 마찬가지였다"고 강조했다.

 

한편, 황 대변인은 백브리핑 이후 '컷오프 유연 적용' 논란이 일자, "컷오프 제도와 관련한 답변은 비대위에서는 여러 의원들이 지적한 문제점에 대해서 심도 깊은 토의를 했다는 취지였다"고 해명했다.

2012.03.12 13:11 ⓒ 2012 OhmyNews
#컷오프 #새누리당 #4.11 총선 공천 #진수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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