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부동산 규제 완화가 서민 물가 대책?

[현장] 말잔치로 끝난 정부 물가 대책... '분양가 상한제' 폐지에 시민단체 반발

등록 2011.01.13 14:21수정 2011.01.13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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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이 13일 오전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서민물가안정을 위한 종합대책' 정부합동브리핑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 기획재정부 제공


[기사 보강 : 13일 오후 5시 40분]

공공요금 인상 억제, 기업 담합-편법 인상 단속, 정부비축물량 방출, 가격 정보 공개….

정부 물가 대책 발표는 결국 요란한 말잔치로 끝났다. 정부는 13일 오전 11시 과천 정부종합청사 기획재정부에서 9개 부처 합동 브리핑을 열고 '서민물가안정 종합대책'을 발표했지만 대부분 새로울 게 없는 일시적 대책인 데다 유류세 인하 등 근본적인 대책도 빠져 눈길을 끌지 못했다. 오히려 이날 금통위 기준 금리 인상 소식에 묻힐 정도였다.

윤증현 "올해 상반기 물가 안정에 총력"

브리핑엔 이날 아침 이명박 대통령이 주재한 '국민경제대책회의'에 참석했던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을 비롯해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장관, 맹형규 행정안전부 장관, 최경환 지식경제부 장관,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 김동수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 김재수 농림수산식품부 차관 등 7개 부처 장·차관과 보건복지부, 방통위 국장이 참석했다.

윤증현 장관은 "최근 물가 불안 요인이 확대되고 있어 선제적인 대응이 요구된다"면서 "기상 악화와 국제 유가 상승 등으로 지난 12월 소비자물가가 전년 동월 대비 3.5% 상승하였고 올해 물가 여건도 당초 전망보다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채소류 등 농산물가격이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 가운데 원유, 곡물 등 국제원자재가격이 빠르게 상승하는 등 공급 측면의 물가 충격이 커지고 있다"면서 "경기회복에 따른 수요 증가와 풍부한 유동성 등으로 수요 측면의 물가 압력도 나타나고 있다"고 밝혔다.


공공요금 상반기 인상 억제, 하반기엔?

이에 정부는 상반기 경제 정책 우선 순위를 '물가안정'에 두고 전방위적으로 대응하기로 했다. 우선 전기료, 도시가스료, 우편요금, 고속버스, 철도, 광역상수도 등 중앙 공공요금을 원칙적으로 동결하고 지방 공공요금도 재정 지원 인센티브 등을 통해 상반기 인상을 억제하기로 했다.

문제는 임의적으로 공공요금을 억누를 경우 하반기나 일정 시점에 한꺼번에 올라 오히려 서민 부담을 가중시킬 수도 있다는 점이다. 이에 윤 장관은 "구조적인 원가 상승이 아니면 가능하면 나중에 현실화하도록 하되, 경제 상황과 국민 부담을 감안해 점진적으로 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설탕, 식용유, 옥수수, 밀가루 등 수입원자재 관세를 인하하는 한편 기업들의 편법, 담합 인상도 적극 대응하기로 했다. 대학등록금도 공립은 원칙적으로 동결하고 사립대학도 동결하되 불가피할 경우 3% 미만 인상을 유도하기로 했다. 하지만 2010년 사립대 평균 인상률이 1.6%(공립은 2.4%)였던 걸 감안하면 사실상 지난해보다 높은 인상은 인정한 셈이어서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시된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이 13일 오전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서민물가안정을 위한 종합대책' 정부합동브리핑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 기획재정부 제공


통신료-유류세 인하 등 근본적 방안은 빠져

통신요금은 스마트폰 정액요금제 사용자에게 음성 무료 통화를 20분(약 2000원) 추가 제공하는 한편 청소년 노인층을 위해 현재 월 3만5000원보다 낮은 정액요금제도 내놓기로 했다. 이날 브리핑에 배석한 노영규 방통위 통신정책국장은 "스마트폰 등 정액요금제 사용자들 가운데 정해진 사용 시간을 넘어 추가 요금을 부담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현재 이통사와 잘 협의되고 있어 1분기 중 적용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 역시 전체 가입자 중 스마트폰 정액요금제 가입자는 10% 정도에 불과하고 그나마 일부 과다 사용자만 혜택이 제한돼 전국민적인 요금 부담 완화와는 거리가 멀다. 

최근 치솟는 기름값에 대해서도 "주유소 가격표시판 가시성 제고" 등 가격정보 공개에 초점을 맞출 뿐 유류세 인하 등 근본적인 소비자 부담 완화 조치는 나오지 않았다. 오히려 서울과 광역시에 대규모 점포와 주유소간 거리 제한을 없애 대형마트 주유소 진출을 돕기로 해 진통이 예상된다.

최경환 지경부 장관은 "국내 유가는 국제가격이나 환율에 대부분 의존해 유가 관리는 한계가 있다"면서 "국제 유가 동향을 지켜보면서 인상 요인이 최소화되도록 관리하고 유가가 지금보다 더 오르면 별도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전세가 불안 틈타 분양가상한제, DTI 등 규제 완화 검토

물가 안정에 편승해 부동산 관련 규제를 완화하려는 의도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은 "주택 수급 안정을 위한 가장 효과적인 대책은 주택 공급 활성화"라면서 "분양가 상한제 폐지, 인허가기간 단축 등 민간 주택건설 규제를 완화해 민간 건설이 확대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8·29부동산대책에 따라 올해 3월 말까지 한시적으로 적용되는 총부채상환비율(DTI) 완화 조치를 연장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이에 윤증현 장관은 "아직 3개월이 남았기 때문에 그동안 상황을 감안해 관계부처와 협의해 결정하겠다"면서 "어떤 식으로든 부동산 시장에 안정을 기하는 방향으로 운용될 것"이라고 밝혔다.

경실련 "전세난 핑계로 건설업자-다주택자 특혜"

경실련은 이날 오후 국토부 전월세 대책에 대해 "분양가를 인하하겠다며 시행하고 있는 분양가 상한제조차 폐지하겠다는 것이 어떻게 전월세 대책에 포함되어 있는지 납득할 수 없다"면서 "이번 대책은 전세난을 핑계로 집값 거품 제거는 내팽겨진 채 제시된 건설업자와 다주택자를 위한 특혜"라고 지적했다.

김성달 경실련 부동산·국책사업팀장은 "정부가 집값 안정책은 방치한 채 건설사와 다주택자를 위한 자금 지원 확대, 세제 완화, 규제 완화 등 투기와 특혜책을 제시한 것"이라면서 "정부가 지금 제시해야 할 대책은 거품 제거를 위한 반값아파트 공급 확대, 기본형 건축비 정상화, 주거보조비 확대 등 실질적인 집값 안정책"이라고 밝혔다.
#물가대책 #서민물가안정화대책 #기획재정부 #윤증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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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팩트체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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