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부 간부 친구 딸까지 특혜"... 여야 입모아 질타

"나홀로 특채, 관행 아닌 MB정부 때 생긴 일"... 외교부 "과거까지 면밀히 볼 것"

등록 2010.09.07 16:26수정 2010.09.07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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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각수 외교통상부 차관이 7일 국회 외통위 전체회의에서 유명환 전 장관의 딸 특채 파문에 대한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 남소연

신각수 외교통상부 차관이 7일 국회 외통위 전체회의에서 유명환 전 장관의 딸 특채 파문에 대한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 남소연

이명박 정부의 국정기조인 '공정한 사회'를 흔든, 유명환 전 외교통상부 장관 딸의 '나홀로 특채' 사건 앞에선 여야가 없었다.

 

7일 열린 국회 외교통상통일위 전체회의에서는 여야 의원 모두 입을 모아 외교부를 질타했다. 자진사퇴한 유 전 장관을 대신해 참석한 신각수 제1차관과 실무자들은 의원들의 호통에 진땀을 뺄 수밖에 없었다.

 

첫 질의자로 나선 이회창 자유선진당 대표는 "지금 시중에서 학부모들이 '장관이나 고관대작의 자녀들이 다 차지할 텐데, 뼈빠지게 돈벌어 자녀교육을 시켜서 뭐하냐'는 얘기가 돌고 있다"며 신 차관을 거칠게 꾸짖었다.

 

그는 또 "(이번 특채 분야인) FTA가 뭔가, 세계무역의 전쟁터에서 우리가 살아남기 위한 방법인데 외교부 식구는 전문성이 떨어져도 채용한다고 하면 마치 근친혼과 같은 관계가 된다"며 "장관 딸 채용을 위해 채용 자격요건을 낮춘 것은 국익 침해의 위험성을 초래했다는 측면에서도 심각하다"고 질타했다.

 

신각수 차관이 "전문직 특별채용 인원부문은 행정안전부가 관리하고 있고 전임자 때와 자격요건이 이번에도 같았다, 행안부의 감사결과와 의견이 다른 부분이 있다"고 항변했지만, 이 대표에겐 통하지 않았다.

 

이 대표는 "그러지 말라, 그렇게 변명하시면 앞으로 이런 문제 고치지 못한다"며 "이명박 대통령이 공정한 사회 강조하는데 이 하나로 다 날아간다, 국민들 분노가 폭발 직전까지 와 있다"고 호통쳤다.

 

이윤성 한나라당 의원도 "여야를 초월해서 국민을 불안케 하고 분노케 한 것에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 때문에 국가의 격과 신뢰성이 떨어졌다, 특히 G20 정상회의가 코앞에 와 있는데 어떻게 대처할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이어, "결정타는 '장관 딸인 줄 몰랐다', '지금이 어떤 세상인데 장관 딸이라고 특채되나' 등의 거짓말이었다"며 "결과적으론 '맞춤형 비리'란 지적만 나왔다"고 질타했다.

 

"외교부 내부 감사·행안부 특별감사론 부족... 전면적인 검찰 수사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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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충희 외교통상부 인사기획관은 7일 국회 외교통상통일위 전체회의에 참석해 "유명환 전 장관의 딸 응시 사실을 유 장관에게 직접 보고했다"고 밝혔다. 한 기획관은 이어 내부 규정에 따라 심사위원회를 구성했다고 답해, 한 기획관 스스로 심사에 참여했음을 시인했다. ⓒ 남소연

한충희 외교통상부 인사기획관은 7일 국회 외교통상통일위 전체회의에 참석해 "유명환 전 장관의 딸 응시 사실을 유 장관에게 직접 보고했다"고 밝혔다. 한 기획관은 이어 내부 규정에 따라 심사위원회를 구성했다고 답해, 한 기획관 스스로 심사에 참여했음을 시인했다. ⓒ 남소연

김동철 민주당 의원은 "이번 '장관 딸 채용비리 사건'은 치밀하게 짜여진 각본에 따라 서로 짜고 친 것"이라며 "이번 사건은 사실상 유 전 장관의 지시에 의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검찰 수사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행안부 특별인사감사 결과에 따르면, 한충희 인사기획관이 유 전 장관에게 딸이 응시한 특채 계획과 결과를 직접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한 인사기획관이 유 전 장관 혹은 신 차관으로부터 직접 지시를 받았다는 의혹이 부각됐다.

 

김 의원은 또 오후 질의에서 "주변에선 외교관의 자녀뿐만 아니라 전·현직 고위외교관의 지인들의 자녀들까지 인사 청탁과 특혜를 받고 인턴을 거쳐 특채된다는 얘기가 제보되고 있다"며 5급 특채 계약직으로 특채된 후 2년 뒤 정규직으로 전환된 이들을 거론했다.

 

김 의원은 외교부 최고위급 간부의 친구 딸 박아무개씨, 모 대사의 친척인 전아무개씨 등 4명을 의혹 해당자로 꼽았다.

 

그는 이어, "이것이 사실이라면 외교부 내부 감사나 행안부 특별감사로는 부족하다"며 "이에 대한 전면적인 검찰 수사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신 차관은 "과거의 관행을 면밀히 검토해보겠다"고 답했다.

 

신낙균 민주당 의원도 "일각에선 유 장관의 최측근인 신 차관이 이번 사건을 총지휘했단 관측을 제기하기도 했다"며 재차 신 차관을 압박했다. 그러나 신 차관은 이에 대해 "전혀 근거가 없다"며 "해당 언론보도에 대해 필요한 조치를 강구하겠다"고 답했다.

 

"이명박 정부에서 발생한 사건, 외교부 관행으로만 봐선 안 돼"

 

반면, 참여정부 당시 외교부 장관을 지낸 송민순 민주당 의원은 "신 차관의 답변 태도 때문에 지금까지의 외교부 인사제도가 전체적으로 잘못된 것으로 인식될 위험이 있다"며 "이런 때일수록 외교부가 정정당당히 잘못했으면 잘못했다 하고 사실이 아니면 아니다고 말하라"고 주문했다.

 

그는 특히 "이번 사건은 격리된 케이스로 분류해야 한다"며 '나홀로 특채' 사건을 이명박 정부 출범 후 발생한 '비위 사건'으로 규정했다. '공정한 사회'를 국정기조로 내세운 이명박 정부가 마치 이번 일을 외교부 내의 관행으로 치부해 국민의 질타로부터 비켜서려 한다는 지적이었다.

 

송 의원은 "본래 외교부 특채 제도는 외무고시를 통해 동일한 자질이 가진 인원 구성에 다양성을 주고 외교부 내 엘리트주의를 혁파하기 위한 것 아니었나"면서 "그런데 이명박 대통령이 이번 일을 '오래된 관행'처럼 인식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또 행안부로의 외교부 특채 제도 이관 등에 대해 "외교부가 도덕적으로 문란한 집단으로 비쳐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한강다리의 난간에 문제가 있어 사람이 빠져 죽었다면 고쳐서 단단히 만들 일이지, 아예 한강다리를 부수란 얘기가 아니다"고 비판했다.

 

유탄 맞은 외교아카데미 "국민 신뢰 없으면 아무 것도 성립할 수 없다"

 

한편, 외교부가 오는 2013년부터 비학위 특수과정인 외교아카데미를 통해 매년 외교관 50명을 선발하기로 한 것을 두고도 "또 다른 특혜 아니냐"는 질타도 이어졌다. 

 

유기준 한나라당 의원은 "외무고시 2부 합격자 중 41% 정도가 고위공직자 자녀인 것은 앞서 '외국에서 초등학교 6학년 이상 학력 6년 이상 재학한 사람'으로 외무고시 2부 응모조건을 잡았기 때문"이라며 "외교아카데미도 그같은 부작용이 발생하지 않겠나"라고 질타했다.

 

신 차관이 "기존의 고시제도와 다른 형태의 시험으로 선발한 인원을 외교아카데미에서 훈련하는 일종의 교육 시스템"이라고 해명했지만, 이미 신뢰성을 잃어 버린 상태였다.

 

유 의원은 "외교아카데미 제도가 개선되는 것이 아니라 개악으로 간다면 어느 국민이 신뢰하겠느냐"라며 "외교아카데미만 아니라 외교부가 신뢰를 잃었음을 지적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원혜영 민주당 의원도 "지금 외교부가 근본적으로 국민의 신뢰를 못 받고 있는 상태에서 외교관 선발 기준을 바꾸겠다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며 반대 의사를 분명히 밝혔다.

 

반면, 홍정욱 한나라당 의원은 "해외에서 국익을 대변하기 위해 국제NGO나 국제기구, 국제협력단 봉사단원으로 헌신한 젊은이들에게 채용의 문이 열린다면 이를 비판할 국민은 없을 것"이라며 외교아카데미 도입에 '조건부 찬성' 의사를 밝혔다.

 

이에 신 차관은 "이번 사태에 대해 뼈아프게 반성하고 있다"며 "외교아카데미는 고시의 병폐를 완화하고 엄정한 절차를 거쳐 시험과 면접을 통해 인원을 선발토록 돼 있다, 공정성을 확보하는 데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유명환 #이회창 #특혜 채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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