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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재를 우리는 막아야 하고, 독재를 막는 그 길목에 나도 힘을 보태야한다," 박은정 전 부장검사는 전형적으로 자신의 직분에 충실한 공무원, 언론과는 거리가 먼 '바른생활 검사' 스타일이다. 그러던 그가 달라졌다. ⓒ 이정민
 
박은정 전 부장검사가 달라졌다.

법무부로부터 최고 수준 징계인 '해임' 처분을 당한 그는 법정투쟁을 넘어 좀더 직접적인 행동에 나설 뜻을 밝혔다. "독재를 우리는 막아야 하고, 독재를 막는 그 길목에 나도 힘을 보태겠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다가오는 총선에 직접 뛰어드는 것도 배제하지 않았다.

윤석열 대통령 명의로 된 해임통지서가 도착한 지난 5일 오후, 이제는 '전' 부장검사가 된 그가 오마이TV 스튜디오를 찾았다. 약 한시간 동안 녹화로 진행된 <오연호가 묻다> 인터뷰 후반, 그는 자신의 '결심'을 밝혔다.

- 앞으로의 계획은?

"국민이 선출하고 권력을 일임했다고 해서 자신이 예외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독재자의 길이다. 그래서 독재를 우리는 막아야 하고, 독재를 막는 그 길목에 나도 힘을 보태야 한다, 지금은 그런 생각을 하고 있다."

- 혹시 정치권에서 영입 제의가 들어온다면?

"지금은 많은 것이 열려 있고, 깊은 고민을 하고 있다."

- 일각에서는 조국혁신당에서 영입 제의를 할 거라는 뉴스도 나오던데.

"내가 어떤 선택을 하게 될지 지금은 고민 중이어서 말하기 어려울 것 같다."

- 이제 해임 통보를 받았는데, 2라운드 싸움은 계속된다고 볼 수 있나.

"나로서는 피하고 싶었지만 어쨌든 피할 수 없게 됐다. 24년 검사 생활을 했고,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감찰한 것이 나로서는 굉장히 의미 있는 일이었기 때문에 검사로서 더이상 후회가 없었는데, 지금 이렇게 상황이 전개되어서 피할 수 없는 다음 라운드가 도래할 수밖에 없겠다고 생각한다."

- 피할 수 없는 2라운드 싸움을 펼쳐 나가겠다, 이렇게 제목 달아도 되는가.

이 질문에 그는 대답 없이 웃었다.

"지금 검찰은 용산의 직할부대로 전락... 한탄스러워"
 
"내가 24년 형사부 검사로 민생범죄 수사를 많이 하면서 증거가 명백한데도 자기가 피해자라고 우기는 사람을 굉장히 많이 봤다. 그런데 검찰총장을 하고도 그런 주장을 할지는 몰랐다." ⓒ 이정민
 
이런 박 전 부장검사의 태도는 지금까지와는 사뭇 다르다. 약 1년 전 자신에 대해 각종 수사와 징계가 시작됐을 당시 그는 비슷한 질문에 "검사로 사직하고 개인적인 삶을 살고 싶다"고 말했었다. 비슷한 처지였던 검사들이 조용히 사직하거나, 또는 이성윤·신성식 검사장처럼 정치권에 투신했을 때에도 그는 묵묵히 광주지검 부장검사 자리를 지키며 언론의 취재에도 좀처럼 응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 인터뷰에서 그는 작심한 듯 발언을 이어갔다.

- 얼마 전 SNS에 '디올백으로 하늘을 가릴 수 없다'라고 썼는데, 어떤 의미인가.

"내가 24년 형사부 검사로 민생범죄 수사를 많이 하면서 증거가 명백한데도 자기가 피해자라고 우기는 사람을 많이 봤다. 그런데 검찰총장을 하고도 그런 주장을 할지는 몰랐다. 굉장히 황당했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면 하늘이 가려진다고 믿는 것이 같은 검사였던 사람으로서 매우 창피하고, 그래서 그런 심정을 표현했다."

- 김건희 여사 관련해서는 일체 수사가 안되고, 반면 이재명 민주당 대표 쪽은 살벌하게 수사가 들어가고 있다. 특히 김혜경씨는 10만 4천원 식사 비용 결제도 기소가 됐는데, 이런 상황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선택적 수사는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과 직결되는 문제다. 과거 이명박 대통령 후보의 도곡동 땅 다스의 소유가 문제가 됐을 때 대선 2주 전에 검찰이 이 후보 소유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불기소 처분했다. 그런데 11년 후에 다시 이명박 전 대통령의 소유라고 하면서 기소했다. 소유가 아니라고 불기소한 검사와, 소유라고 기소한 검사가 지금 정부에서 모두 장관급으로 일하고 있다. 나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말씀으로 대신하고 싶다. 검찰의 정치적 독립과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은 별개 문제다. 정치적으로 편향된 검찰은 독립성을 인정해 주더라도 정치적 중립성을 지키지 못한다."

- 10만 4천원을 기어이 기소하는 검사, 이거는 위에서 시켜서 하는 것인가.

"지금 검찰이 용산의 직할부대로 전락한 것이 아닌가, 한탄스럽게 생각한다."

- 그러데 검사들이 뭔가 좀 제대로 된 수사를 해보고 싶다는 욕심도 있을 것 같다. 최근 서울중앙지검 내부에서 김건희 여사 조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는 보도도 있었는데, 이렇게 용산의 직할부대가 되는 것에 대해 거부하고 저항하는 흐름이 있는가. 아니면 그런 싹도 없는가.

"전혀 없다."

- 싹도 없다?

"만일 그런 조사를 해야 한다는 얘기가 나온다면, 그건 불기소하기 위해서 이 정도는 해야 되지 않느냐는 시늉을 위해서 나온 얘기다. 검찰 내부에서 다른 목소리를 내기가 매우 어렵다. 그리고 나는 그 시늉조차도 안 할 것이다, 불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는 "검찰이 이제는 자정 작용을 잃고 최소한의 염치까지 잃어버린 조직으로 전락했다"면서 "검찰 권력이 매우 비대하고 굉장히 강력하기 때문에, 어떤 권력도 비대하고 강한 권력은 분산하고 나눠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보다 많은 국민의 감시와 견제가 필요하다"라고 덧붙였다.

"박성재 법무부장관은 '윤석열 총장' 징계 재청구해야한다, 안하면 직무유기"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경우 (법무부가) 작년 12월 29일에 상고를 포기했다. 그러면 3개월 내에 재징계 청구를 법무부 장관이 해야 하는 거다. 이달 말까지다. 재징계 청구를 하지 않으면 법무부 장관의 직무유기가 문제가 될 수 있다." ⓒ 이정민
 
사실 언론인으로서 느껴지는 박 전 부장검사는 전형적으로 자신의 직분에 충실한 공무원, 언론과는 거리가 먼 '바른생활 검사' 스타일이다. 스스로도 자신에 대해 "규칙을 잘 지키고 굉장히 소심하고 평범한"이라고 표현한다. 그런 그가 2020년 말 법무부 감찰담당관으로서 겪었던 윤석열 검찰총장 감찰·징계 과정, 그리고 그 이후 상황 전개는 너무 힘들고 이해하기 힘들었다.

"어떤 순간 비공개 감찰로 진행되어야 될 것들이 외부에 그대로 유출이 되고 언론에 왜곡돼서 보도가 되면서, 내부적으로 압박을 견디지 못해서 직무를 포기하는 사람도 나오고 그랬다. 나는 평생 형사부에서 민생범죄만 수사하던 평범한 검사인데, 언론을 자유자재로 활용하고 프레임을 짜서 그 힘으로 수사의 동력으로 삼아서 막 무자비하게 수사를 하는 특수부 검사들의 현란한 언론 플레이를 내가 감당할 수가 없었다. 결국 나중에는 거의 나 혼자 고립되어서 남았다. 혼자서 감찰 업무를 수행하고, 징계 청구까지 힘겹게 했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검찰총장 징계 취소소송) 1심과 2심에서 감찰이 모두 적법했다고 판단을 받았다(2심에서 취소 판결이 나왔지만, 문제가 된 건 징계 심의 과정이었지 감찰이 아니었다 - 기자 주). 당시 적법한 감찰에 대해 '찍어내기 감찰'이라는 프레임을 짜고 모든 언론이 그렇게 몰고 갔고, 지금도 보수 언론에서 그렇게 보도를 하고 있다. 나는 굉장히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 언론은 왜 그렇다고 생각하는가. 언론 뒤에 윤석열 사단이 있다고 보는가.

"그렇게 단정할 수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당시 감찰 과정에서 친윤 언론들이 검찰, 혹은 윤석열 전 검찰총장 편에서 공정한 보도를 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해서 내려진 검찰총장 징계는 2심에서 절차적 이유로 뒤집어졌고, 감찰 실무를 담당했던 그는 결국 해임됐다. 그러나 "보복 징계"를 주장하며 법정투쟁을 예고한 그는 법원에서 승소를 자신했다. 또한 그는 '검사징계법'을 열거하며 박성재 법무부 장관이 '검찰총장 윤석열'에 대해 다시 징계를 청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 않으면 직무유기"라고도 했다.

"내가 수행한 감찰이 적법했다고 1심과 2심에서 모두 판단이 됐고, 그러면 내가 수집한 증거들이 그대로 있다. 검사징계법을 보면 절차상 흠이 있는 사유로 법원에서 징계 등 처분의 무효 또는 취소 판결을 받은 경우 다시 징계를 청구하여야 한다라고 되어 있고, 7조의 3, 2항은 재징계 청구는 법원의 판결이 확정된 날로부터 3개월 이내에 하여야 한다, 이렇게 되어 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경우 (법무부가) 작년 12월 29일에 상고를 포기했다. 그러면 3개월 내에 재징계 청구를 법무부 장관이 해야 하는 거다. 이달 말까지다. 재징계 청구를 하지 않으면 법무부 장관의 직무유기가 문제가 될 수 있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 어떻게 예상하나. 법무부 장관이 직무유기를 감행할까?

"지켜봐야 한다."

어쩌면 그의 인생은 '윤석열 총장 감찰'을 분기점으로 바뀌었다고 할 수 있다. 혹시 후회하지는 않을까?

- 이 일이 왜 하필이면 나에게 떨어졌지? 이런 생각을 해보지는 않았는가.

"그런 생각은 해본 적 없다. 검사는 어디든 임지에 가서 최선을 다해서 법과 원칙에 따라 직무를 수행하는 것이 공직자의 본분이다. 내가 감찰담당관으로 근무를 하는 동안, (윤석열 검찰총장의) 비위가 있었기 때문에 그 비위를 감찰 조사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었다. 그것을 하지 않는다면 자체가 직무유기다."

인터뷰 전체 영상은 아래 오마이TV(https://www.youtube.com/watch?v=x3a9ZeRXrP4)에서 볼 수 있다.
 

[관련기사] 박은정 검사도 '해임', 신성식·이성윤 이어 세번째... "보복 징계" https://omn.kr/27npa
태그:#박은정, #해임, #윤석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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