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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 오후 2시 경, 포항에서 규모 5.4의 지진이 일어났다. 지진의 여파로 인해 다음 날로 예정되어있던 수능은 일주일 뒤로 미뤄졌으며, 일주일이 더 지난 24일까지 규모 2에서 3을 넘나드는 여진이 계속해서 일어났다. 작은 여진이 계속된다는 건 예상할 수 있으니 2차적 피해를 막을 수 있을 것 같은데 이상하게도 각종 포털 사이트들은 더 큰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시끌시끌하다. 바로 액상화된 포항의 땅이 2차 피해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액상화는 도대체 뭐길래 다들 난리인걸까.

액상화란 물이 섞인 지층이 물이 빠지지 못하는 상황에서 외부의 힘을 받으면 지층의 행동이 바뀌는 모든 현상을 말한다. 예를 들어 지하수가 포함된 모래층 위에 다른 지층이 퇴적되어 물이 빠져나가지 못한다면 이 지층은 외부의 힘을 받아 액상화될 수 있다. 액상화는 가장 잘 알려진 지층이 물처럼 움직이는 모습 외에도 물이 지상으로 솟구치는 모습 등을 포함한다.

먼저 지층이 물처럼 움직이는 이유는 무엇일까지층은 흙입자와 흙입자 사이의 공간, , 흙입자와 그 간극으로 이루어지고 공기 또는 물이 이 간극을 메운다. 만일 지하수가 섞인 지층 위에 다른 지층이 자리 잡는다면 물은 바깥으로 나갈 수 없으므로 간극은 지하수로 가득 찬다. 이 때, 지층에 순간적인 힘이 가해지면 흙입자들은 재배열되며 부피가 줄어든다. 자갈이 담긴 통을 흔들면 작은 자갈이 틈 사이에 들어가 재정렬되며 부피가 줄어드는 것과 비슷하다. 흙의 부피가 줄어든다면 당연히 흙 사이의 공간인 간극도 줄어들지만 물은 빠져나갈 수 없기 때문에 간극 수압은 증가한다.

지층의 움직임에 중요한 것은 유효응력이다. 먼저 흙이 평면 위에 있다고 생각하면 이 평면은 흙입자와 간극을 채운 물에 접하고 각각으로부터 힘을 받는다. 이 평면의 단위 면적에 작용하는 흙입자로부터 나오는 힘은 유효응력 σ'라 하며, 간극을 채운 물로부터 나오는 힘은 간극수압 u이다. 전응력 σ은 유효응력과 간극수압을 더한 값이며, 유효응력은 전응력에서 간극수압을 뺀 값이 된다(σ'=σ-u).

평형상태를 유지하는 지층의 전응력이 변하지 않을 때 순간적인 큰 힘으로 간극수압이 커진다면 유효응력은 0에 가까워진다. 흙입자가 주고받는 힘인 유효응력이 작아지면 이 지층은 흙입자가 물에 둥둥 떠다니는 것과 같은 상태가 되어 액체처럼 움직인다. 즉, 평상시에는 모래입자가 안정적으로 서로 맞물리고 그 사이를 물이 채우지만 지진으로 갑작스런 힘이 가해지면 모래입자 사이의 맞물림이 풀리는 것이다. 그러면 마치 모래 입자가 물 속에 떠 있는 것과 같은 상태가 되며 지층 전체가 흙탕물처럼 움직인다.

간극수압이 커져 액상화된 지층 속 물은 압력이 낮은 곳으로 이동하려하고 결과적으로 물은 상대적으로 압력이 낮은 지상으로 배출된다. 땅에서 솟아오르는 물과 흙입자의 양이 많아지면 그 모습은 마치 땅에서 물이 끓는 것처럼 보이며 물과 함께 솟아오른 흙입자는 땅에 파이프 모양의 구멍을 만든다.

액상화가 보이는 모습은 어떤 영향을 미칠까. 일단 지진으로 액상화된 지층은 위에 있는 안정된 지층도 물처럼 움직이게 만든다. 마치 물 위에 떠있는 배가 수면을 따라 출렁이는 것과 같다. 물체를 지지하던 단단한 땅이 액상화된 지반 때문에 물처럼 움직인다면 땅 위에 있는 모든 물체도 함께 출렁이게 된다. 극적으로 흔들리지 않더라도 땅 일부분의 높이가 낮아져 건물이 기울 수도 있다. 기운 건물은 쓰러질 수도 있고 2차적 피해를 만든다. 또한 물이 솟으며 생긴 파이프 모양의 구멍은 지반을 약하게 만들고 약해진 지반을 보강하지 않을 때 2차적 피해가 일어난다는 것은 당연한 이야기이다.

그럼 액상화가 일어난 땅은 어떻게 해야할까? 액상화된 지층은 물이 빠져나가지 못했기 때문에 물처럼 변한 것이다. 따라서 지하수의 흐름을 파악하여 지층의 물을 빼낸다면 지층의 간극수압이 작아져 물처럼 움직이지 않을 것이다.

이미 기울어진 건물은 틈새를 메우는 충전재인 그라우트재를 땅에 주입하는 디록공법으로 해결할 수 있다. 지지력이 좋은 암반층 깊이까지 주입관을 설치하고 그라우트제를 주입시켜 지반을 보강한 후 보강된 지반과 구조물 사이에 그라우트재를 주입하면 기울어진 건물을 원래대로 되돌릴 수 있다.

부산대 연구팀과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은 포항 진앙 주변 2km 반경 내에서 흙탕물이 분출된 흔적인 모래 분출구와 진흙 분출구 100여개를 발견했다고 발표했다. 또한 진앙 주변 논밭에서 물이 끓으며 솟구쳤다는 주민들의 증언도 있었다. 지진이 일어나기 전 마른 상태였다는 지역에서 일어난 여러 현상들은 포항 지반에 액상화가 일어났다는 것을 보여준다. 또한 지난 21일 부산대 연구팀은 "포항 지진의 진앙 부근을 시추해 조사한 결과, 4m 두께의 물 섞인 모래층을 지하 3.5m 지점에서 발견했다"고 밝혔으며, 포항 지반의 액상화가 확실해진 지금 지하수 흐름 파악과 디록공법 등의 조치를 취해 2차 피해를 차단하는 것이 중요하다.

액상화 현상이 이번만 일어난다는 보장은 없다. 일차적으로는 지층을 조사해 액상화가 일어날 수 있는 지역의 건물들을 보완해야 한다. 또한 다시금 액상화된 지반을 맞닥들였을 때, 우왕좌왕하지 않도록 액상화가 무엇인지 잘 알고 적절한 대처를 위한 가이드라인을 준비해야 할 것이다.


태그:#액상화, #모래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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