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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화자찬'으로 끝난 국민의힘 원내대표 정견발표

하나마나한 답변으로 갈음된 '맹탕'... 윤재옥 "하는지 안 하는지도 모르겠다는 지적 나온다"

등록 2024.05.08 17:22수정 2024.05.08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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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이종배, 추경호, 송석준 원내대표 후보가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2024 원내대표 선출을 위한 정견발표회'에서 손을 맞잡고 있다. ⓒ 유성호

 
"정말 현문현답의 시간이 아니었나 생각이 든다."

자화자찬으로 끝났다. 긴장감도 위기의식도 없었다. 질문은 뭉툭했고, 후보들의 답변은 뻔했다. 여소야대 국면을 어떻게 돌파할 것인지, 입법 과제는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별다른 전략도 비전도 보이지 않았다. 도저히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역대급 참패한 여당의 원내대표 선거를 위한 정견발표장이라고 믿기 어려웠다. '친윤' 후보들 간 경쟁이 확정됐을 때부터 예견된 시나리오였을지도 모른다.

국민의힘은 차기 원내대표를 선출하기 위해 8일 오후 국회의사당 본관에서 '원내대표 선출을 위한 정견발표회'를 열었다. 기호 1번 이종배(충북 충주시, 4선), 기호 2번 추경호(대구 달서구, 3선), 기호 3번 송석준(경기 이천, 3선) 후보는 각자 주어진 시간 동안 정견발표에 나섰다. 이후 현장 의원들로부터 받은 질문을 추첨 형식으로 뽑아 공통질문으로 던졌고, 이에 대한 각 후보의 답을 듣는 순서가 마련됐다.

하지만 해병대 채상병 수사외압 의혹과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관여 의혹 관련 특검, 수직적 당정관계 재정립, 상임위원장 배분을 포함한 원 구성 협상 등 민감한 현안에 대한 질문은 하나도 나오지 않았다. 후보자들의 언급은 일부 있었지만, 어디까지나 원론적인 수준에서의 이야기였을 뿐 구체적인 해법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분위기를 띄우기 위한 이양수 원내수석부대표의 농담 몇 마디만 남았다.
 
민생과 정책 대결 강조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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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 겸 당 대표 권한대행, 이종배, 추경호, 송석준 원내대표 후보, 배준영 사무총장 직무대행이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2024 원내대표 선출을 위한 정견발표회'에서 손을 맞잡고 있다. ⓒ 유성호

 

이날 축사에서 나선 윤재옥 국민의힘 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우리 원내대표 선거가, 오늘 언론에 보도가 됐지만, '하는지 안 하는지도 모르겠다' 이런 지적을 받고 있는 상황"이라며 "조금 더 적극적으로 참여할 필요가 있다"라고 뼈있는 한마디를 남겼다. 차기 원내대표를 선출하기 위해 각 후보의 입장을 듣는 중요한 자리인데도 불참자들이 눈에 띄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윤 원내대표의 당부에도 불구하고 이날 자리는 그렇게 절박해 보이지 않았다. 발표회 진행을 맡은 이양수 원내수석부대표는 "여기 이만희 의원이 와 계시기 때문에 경찰 입회하에 (공통 질문을) 뽑는 것"이라며 "공정하게 아주 뽑도록 하겠다"라고 웃어 보였다. "이만희 경찰청장으로 부족해서 김석기 경찰청장까지 와 계시니까 공정성은 걱정 안 하셔도 되겠다"라며 비슷한 발언은 이후에도 반복됐다. 분위기를 환기하기 위한 취지의 농담이었으나, 발표회의 '톤 앤드 매너'를 잘 보여주는 장면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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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 후보자가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2024 원내대표 선출을 위한 정견발표회에서 정견발표를 하고 있다. ⓒ 유성호

 
각 후보들의 '지당한' 말씀도 이어졌다. 첫 정견발표 순서를 맡은 추 의원은 모두발언에서 "이번 총선에서 국민들께서는 저희들에게 매서운 회초리를 드셨지만 108석은 지켜주심으로써 마지막 믿음만은 거두지 않으셨다고 생각한다"라며 "우리가 유능한 민생 정당, 정책정당으로 거듭나 국민께서 주신 믿음을 더 크게 키워 나간다면 지금의 위기를 새로운 동력으로 승화시켜 나갈 수 있다고 확신한다"라고 밝혔다. "모든 원내 전략의 최우선 목표를 국민을 향한 민생과 정책 대결에서의 승리로 삼겠다"라는 이야기였다.

다음 차례였던 이종배 후보는 "어저께 의원들 뵈려고 의원회관을 쭉 들었는데 참 훌륭하신 의원들이 22대에서 같이 못하시게 된 걸 보고 참으로 비통한 마음 금할 길 없었다"라며 "저의 모든 경험을 쏟아부어 우리 국민의힘이 전국 정당으로 거듭나는 데 분골쇄신하겠다"라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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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배 국민의힘 원내대표 후보자가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2024 원내대표 선출을 위한 정견발표회에서 정견발표를 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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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석준 국민의힘 원내대표 후보자가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2024 원내대표 선출을 위한 정견발표회에서 정견발표를 하고 있다. ⓒ 유성호

 
마지막 송석준 의원은 "지난 총선에서 우리 국민의힘은 참패했다. 특히 수도권 지역에서 참패했다"라며 "참패의 원인은 어느 한 사람, 어느 한 사건으로 치부하기보다는 국민적 신뢰를 잃은 우리 모두의 책임"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우리 당에 등 돌린 민심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정말 뼈아픈 아주 처절하고 간절한 성찰과 반성이 필요하다"라며 "분굴쇄신의 노력으로, 환골탈태의 자세로 변화와 혁신 꼭 이뤄내야 된다"라고도 강조했다.


민감한 질문 나오지 않으며 답변도 평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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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추경호, 송석준 원내대표 후보자가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2024 원내대표 선출을 위한 정견발표회'에서 동료 의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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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이종배 원내대표 후보자가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2024 원내대표 선출을 위한 정견발표회'에서 동료 의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 유성호

 

이날 추첨을 통해 뽑힌 공통질문들은 ▲국민들께서 이번 국민의힘 원내대표께 바라는 제1순위 임무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노동·연금·교육 3대 개혁을 어떻게 달성하려고 하시는지 해법은 무엇입니까? ▲우리 당 108명의 의원들을 하나로 단합시킬 방안이 있으시면 말씀해 주세요 ▲당의 조직 강화 방안은? ▲선거 후 분열하고 있는 당의 통합 방안은? ▲개인의 소신을 밝히며 당론과 다른 뜻을 나타내는 의원을 설득할 방안은 무엇입니까? 등 총 여섯 가지였다.

질문들만큼이나 후보들의 답변도 대체로 평이했다. 민생과 정책을 강조하고, 건강한 당정 체계를 언급하고, 설득과 토론을 내세우고, 의견 수렴과 숙의의 과정을 지적했다. 매번 원내대표 선거 때마다 나오는 비슷한 이야기였고, 서로 간의 치열한 공방이나 탁월한 방법론을 제시하는 모습은 연출되지 않았다.

각 후보에게 1분씩 주어진 마무리 발언에서야 의미 있는 화두들이 조금씩 던져졌다. 이종배 의원은 "지금의 우리 국민의힘은 집권여당임에도 민생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해 국민의 사랑을 잃었다"라며 "누구와 친하다는 사실이 기사가 되고 누구와 친하지 않다는 이유로 당직을 맡지 못할 것이라고 사람들이 말한다"라고 꼬집었다.

송석준 의원은 "오늘이 어버이날이다. 시대적 아픔을 갖고 있는 광주시에 있는 나눔의집 위안부 할머니들이 이제는 세 분 남으셨다"라며 "지금 병원에 입원해 계시는데 그분들께 카네이션 달아드리고 왔다"라고 언급했다. "우리 시대의 아픔을 외면하지 않는 우리 국민의힘, 또 이번 선거 참패의 참교훈을 되새기면서 진정으로 거듭나는 우리 국민의힘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라는 다짐이었다.

마지막까지 이양수 의원은 "영화 <웰컴투동막골>에서 강원도 한 마을의 촌장한테 '그 위대한 영도력은 어디서 나오냐' 그랬더니 '뭐를 많이 먹여야지' 그러시더라"라며 "그래서 뭐를 많이 먹이면 되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라고 이야기했다. 원내대표 후보들에게 리더십을 갖추기 위한 방법으로 의원들에게 '많이 먹이라'고 제안한 셈이다.
#이종배 #추경호 #송석준 #국민의힘 #원내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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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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