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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의 신' 잭 화이트는 인천을 춤추게 할까?

1차 라인업 발표한 '2024 인천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

24.05.04 10:17최종업데이트24.05.04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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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인천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의 1차 라인업 ⓒ 인천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

 
한국의 록 팬들에게 인천 송도달빛축제공원은 성지로 여겨진다. 2013년 이후 '인천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이하 펜타포트)'이 이곳에서 열리고 있기 때문이다. 여름 동안 수도권에서 대여섯 개의 대형 록 페스티벌이 난립하던 시절도 있었지만, 이 중 지금까지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것은 펜타포트뿐이다. 해외의 유명 아티스트를 섭외할 수 있는 수도권 록 페스티벌이 펜타포트만 남은 상황에서, 한국 록 팬의 관심은 유독 펜타포트의 1차 라인업에 집중된다.

'록은 죽었다'는 말이 무색하게, 펜타포트의 관객은 젊어지고 있다. 전통적인 록 팬은 물론, 팬데믹 이후 유입된 Z세대 록 팬들이 적극적으로 티켓을 구매했기 때문이다. 특히 2022년과 2023년에는 모두 3일간 10만 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했다. 펜타포트를 꾸준히 찾아왔던 록 팬들 역시 '이렇게 사람으로 붐비는 펜타포트는 처음이다'라며 낯설어했다. 페스티벌의 명물인 '김치말이국수'를 먹기 위해 한시간 이상 줄을 서는 일도 비일비재했다.

오는 8월 2일부터 4일에 걸쳐, 2024 인천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이 송도달빛축제공원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펜타포트는 지난 5월 3일, 페스티벌의 1차 라인업을 발표했다. 인터파크를 통해 판매된 얼리버드 티켓은 판매 4분만에 매진되었다. 

기타 거장 잭 화이트, 올해 첫 공연
 

잭 화이트(Jack White) ⓒ 소니뮤직

 
가장 눈길을 끄는 이름은 헤드라이너를 맡은 잭 화이트(Jack White)다. 잭 화이트는 2000년대 초반 스트록스, 악틱 몽키스 등과 함께 '개러지 록 리바이벌'의 흐름을 이끌었던 밴드 화이트 스트라입스(The White Stripes)의 리더였다. 데드 웨더(Dead Weather), 래콘터스(The Raconteurs) 등의 프로젝트 밴드는 물론, 솔로 아티스트, 기타리스트로서도 성공적인 활약을 했다.

블루스에 뿌리를 둔 잭 화이트는 하드 록, 싸이키델릭, 컨트리 등 미국의 다양한 음악에 탐닉한 아티스트이기도 하다. 잭 화이트는 12개의 그래미상을 받았고, 롤링스톤 매거진이 선정한 '역사상 가장 위대한 기타리스트 100인'에도 선정되었다. 2022년 11월 첫 내한 공연 당시 두 시간 동안 꽉 찬 기타 연주를 선보이면서 관객들의 찬사를 받았다.

'기타의 대가' 잭 화이트는 역사적인 기타 리프를 만든 주인공이기도 하다. 2003년 발표된<Elephant>의 수록곡 'Seven Nation Army'의 기타 리프는 록 팬이 아닌 사람들에게도 널리 알려져 있다.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바이에른 뮌헨 등 수많은 축구팀의 경기장은 물론, EDM 페스티벌에서도 이 멜로디를 심심찮게 들을 수 있다. 음악팬과 스포츠팬을 하나로 연결하는 록 앤섬(anthem)으로서, 딥 퍼플의 'Smoke On The Water'와 비견되기도 한다. 올해 송도에서 이 역사적인 기타 리프를 연주할 예정이다. 잭 화이트는 펜타포트에서 자신의 올해 첫 공연을 펼친다.

차세대 록스타부터 장르의 거장까지

역시 헤드라이너로 출연하는 턴스타일(Turnstile) 역시 주목해야 할 이름이다. 2010년 미국 볼티모어 지역에서 결성된 턴스타일은 2021년 정규 3집 <Glow On>으로 본격적인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하드코어 펑크를 추구하는 턴스타일은 무서운 속도감과 무대 매너로 정평이 나 있다. 다양한 장르의 문법을 수혈한 턴스타일은 최근 미국의 대표적인 힙합 페스티벌인 '롤링 라우드 인 마이애미' 무대에 초대받기도 했다. 2018년 홍대의 소규모 공연장을 통해 처음 한국을 찾았던 턴스타일은 6년만에 헤드라이너로 우뚝 섰다.

국내 헤드라이너로는 잔나비가 출연한다. 잔나비는 2014년 '펜타 슈퍼 루키'에 선정되어 처음 펜타포트 무대에 올랐다. 이후 차근차근 성장해 '주저하는 연인들을 위해', '뜨거운 여름밤은 가고 남은 건 볼품없지만' 등의 히트곡을 만들었고, 국민적인 인지도를 가진 밴드로 거듭났다. 데뷔 10주년을 맞는 올해, 한국 인디 밴드가 설 수 있는 최대의 무대에 오르게 된다.

슈게이징의 전설 라이드(Ride) 역시 무대에 오른다. 라이드는 슬로다이브, 마이 블러디 발렌타인과 함께 90년대 슈게이징 음악을 부흥시킨 밴드다. 밴드의 리더 앤디 벨은 라이드가 활동을 하지 않고 있던 동안 오아시스의 정식 멤버로 10여년간 활약한 것으로도 잘 알려져있다. 지난해 펜타포트에 출연할 예정이었으나 앤디 벨의 부상으로 출연이 무산되었던 바 있다. 당시 다음을 기약했던 라이드는 1년만에 약속을 지키게 되었다.

인디록 뮤지션 걸 인 레드(Girl In Red)은 펜타포트를 통해 한국을 처음 찾는다. 걸 인 레드는 자신의 성적 정체성을 음악과 사회적 행보에 녹여내면서 '레즈비언의 아이콘'으로 불린다. 'we fell in love in october'는 스포티파이에서 10억 건의 스트리밍수를 돌파했고, 지난해에는 팝스타 테일러 스위프트의 에라스 투어(The Eras Tour)의 오프닝 무대에 섰다.

3년 연속으로 한국대중음악상을 받고, 장충체육관에서 단독공연을 여는 등 '밴드 붐'을 이끌고 있는 밴드 실리카겔 역시 올해에는 서브 헤드라이너로 출격한다. 이외에도 글렌체크, 이승윤, 파란노을, 한로로, 미역수염, 브로콜리너마저, 웨이브 투 어스, 구남과여라이딩스텔라, 한로로 등 다양한 국내 뮤지션, 일본의 인디 밴드 인디고 라 엔드(indigo la End), 토(toe), '브링방방' 열풍의 주인공인 일본 힙합 듀오 크리피 너츠(Creepy Nuts) 역시 출연을 확정했다.

올해 펜타포트는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글로벌 축제'에 선정되어 6억 6천만 원의 국비를 지원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음악 팬들의 기대를 많이 모았지만, 우려 역시 컸다. 펜타포트와 라인업을 공유하고 있는 일본 후지록 페스티벌의 라인업은 지난해에 비해 비대중적이었다. 출연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오아시스의 노엘 갤러거는 단독 콘서트를 확정했다. 예산은 있으나 섭외할 아티스트는 부족한 상황에 놓일 위험이 있었다. 이런 가운데 펜타포트는 나름 인상적인 결과물을 뽑아내는 데에 성공했다. 록 팬이 어떻게 반응할 것인지는 그다음의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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