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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측근' 비서관, 왜 국방부 법무관리관에 전화를 걸었을까

경북경찰청 이첩 '채 상병 조사기록 회수' 당일 통화내역 확인...이시원 비서관, 발탁 때부터 논란

등록 2024.04.23 11:47수정 2024.04.25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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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이시원 대통령실 공직기관비서관, 유재은 국방부 법무관리관. ⓒ 이희훈/남소연

 
해병대 채 상병 순직사건 수사외압 진원지가 용산 대통령실이었다는 구체적 정황이 점차 드러나고 있는 가운데, 해병대수사단이 경찰로 이첩한 수사기록을 국방부 검찰단이 되찾아간 당일 이시원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이 유재은 국방부 법무관리관과 통화한 기록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확보했다.

MBC <뉴스데스크>는 22일, 해병대수사단이 경북경찰청으로 넘긴 채 상병 사건 기록을 국방부 검찰단이 되찾아간 지난 2023년 8월 2일 이시원 비서관이 외압 의혹 핵심인물 중 한 명인 유재은 국방부 법무관리관과 통화한 내역을 공수처가 확보했다고 보도했다.

MBC "공수처, 이시원→유재은 통화 내역 확보... 여러 차례 전화 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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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과천청사 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 이정민

 
이 매체는 "당시 관계자들의 통화내역을 광범위하게 분석해 온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국방부 유재은 법무관리관에게 한 휴대전화 번호로 여러 차례 전화가 걸려 온 내역을 확보했다"면서 "처음엔 전화를 받지 않다가 오후 늦게 통화가 이뤄진 내역이 나온 것으로 파악됐다"라고 보도했다. 공수처는 두 사람이 평소 자주 통화하던 사이는 아니었던 것으로 보고 있다.

채 상병 사건과 관련해 대통령실이 직접 개입했다는 의혹은 지난해 7월 31일 대통령실 관계자가 이종섭 국방부장관에게 전화를 걸어 이날 예정돼 있던 조사 결과 발표를 보류시켰던 일과 같은 해 8월 2일 해병대수사단이 사건 기록을 경북경찰청으로 넘기자 국방부 검찰단이 나서서 기록을 되찾아 오는 과정으로 나눠볼 수 있다.

이종섭 전 국방부장관은 지난해 7월 30일 해병대수사단의 '채 상병 사망 사건' 조사 결과를 결재한 뒤 하루 만인 7월 31일 갑자기 마음을 바꿔 결과 발표 취소를 지시했다. 그런데 이 지시를 내리기 바로 직전인 오전 11시 45분~50분 사이 한 통의 전화가 이 전 장관 휴대전화로 걸려왔다.

이 통화가 이뤄지고 7분 뒤 이 전 장관은 김계환 해병대사령관에게 전화를 걸어 수사 결과 발표 취소를 지시했다. 공수처가 이 전 장관 휴대전화 통화 내역을 확보해 분석한 결과, 발표 취소 직전 이 장관이 받은 전화의 발신지는 용산 대통령실로 확인됐다.

이후 해병대수사단은 국방부장관의 경찰 이첩보류 지시를 부당 외압으로 인식하고 지난해 8월 2일 오전 채 상병 조사기록의 경찰 이첩을 강행했다. 이날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실 소속 행정관이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간부에게 전화를 걸었다. 기록 회수를 위해 유재은 국방부 법무관리관으로부터 전화가 갈 것이라는 취지의 전화였다.


두 당사자 '함구'... 기록 회수 관련 통화일 가능성 커

MBC 보도로 새롭게 드러난 사실은 같은 날 공직기강비서관실 행정관을 지휘하는 이시원 비서관이 유재은 법무관리관과 통화했다는 것이다. 정확한 통화 시간이 확인되지는 않았지만, 공직기강비서관실 행정관이 국가수사본부에 전화를 걸기 전 이시은 비서관과 유재은 법무관리관 사이의 통화가 먼저 이뤄졌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실제 8월 2일 오후 1시 50분께 유 법무관리관은 경북경찰청에 전화를 걸어 사건회수와 관련한 협의를 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후 이날 저녁 국방부 검찰단은 경찰로부터 기록 일체를 되찾아 갔다.

이 비서관과 유 법무관리관은 통화내용에 대해 함구하고 있다. 하지만 두 사람이 평소에 자주 통화했던 사이는 아니었다. 또 통화 시점도 이 비서관의 지휘를 받는 행정관이 경북경찰청으로 전화해 기록회수를 실무적으로 조율했던 시점이란 것을 감안한다면, 두 사람 사이의 통화 역시 기록 회수와 관련된 통화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이시원 공직기강비서관이 윤석열 대통령의 최측근 참모라는 점도 그냥 넘길 수 없는 부분이다. 업무적으로 국방부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국가안보실 외에 윤 대통령의 심중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이 비서관이 움직였다는 사실은 대통령이 채 상병 사건을 직접 언급하고 모종의 지시를 내렸을 가능성을 뒷받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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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7월 22일 경북 포항 해병대 1사단 체육관인 '김대식관'에서 열린 고 채 상병 영결식에서 한 해병대원이 슬픔을 이기지 못해 주저앉아 있다. ⓒ 연합뉴스

 
이시원, '윤 대통령 최측근 참모'
해병대 예비역연대 "직권남용일 듯... 이시원에 권한 있는지 여부가 쟁점"


검사 출신인 이시원 공직기강비서관은 평소 대면보고를 할 정도로 윤석열 대통령의 핵심참모로 알려져 있다. 이 비서관은 지난 2013년 '서울시 공무원 유우성씨 간첩조작 사건' 담당 검사로 해당 사건의 수사와 기소, 공소유지를 담당했던 인물이다.

유씨는 재판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후 국가정보원(국정원) 및 검찰 담당자들을 무고 등 혐의로 고소했지만, 검찰은 국정원 관계자들만 증거조작으로 기소했을 뿐 이시원 당시 검사 등 담당검사 2명에 대해서는 '정직 1개월'의 비교적 가벼운 징계처분만 내렸다. 이 때문에 그가 지난 2022년 5월 윤석열 정부 초대 공직기강비서관으로 임명됐을 때도 논란이 일었지만, 윤 대통령은 임명을 강행했다.

채 상병 사건 특별검사 도입을 주장하고 있는 해병대 예비역연대 법률자문역 김규현 변호사는 '채 상병 순직사건 기록 회수과정에 이시원 비서관이 직접 관여한 사실이 확인된다면 어떤 혐의를 적용할 수 있느냐'는 <오마이뉴스> 질문에 "일단 직권남용이 될 것 같다. 다만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사법농단 사건 때처럼 이 비서관에게 권한이 있는가 여부가 쟁점이 될 걸로 보인다"라고 답했다.
#채상병 #이시원 #유재은 #해병대수사단 #경북경찰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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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김도균 기자입니다. 어둠을 지키는 전선의 초병처럼, 저도 두 눈 부릅뜨고 권력을 감시하는 충실한 'Watchdog'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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