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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수회담 602일간 거부한 윤석열의 변심, 달라진 건 하나

이재명의 8번 제안 '묵묵부답', 총선 패배 9일 만에 OK... "사법 리스크 때문"이라더니 선제안

등록 2024.04.21 19:03수정 2024.04.21 1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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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콜은 일방향이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2022년 8월 28일, 당 대표 수락 연설에서부터 윤석열 대통령에게 "영수회담을 요청하겠다"고 했다. 바로 다음 날, 신임 당 대표로서 주재한 첫 최고위원회의에서도 "민생 앞에 여야와 정쟁이 있을 수 있겠냐"라며 영수회담을 공식제안했다. 3일 연속 영수회담 요청이 이어졌다. 2022년 8월 30일 이 대표와 윤석열 대통령과의 전화통화가 있었고, 윤 대통령은 "여권 지도부와 함께 좋은 자리를 만들어보겠다"고만 말했다.

이 대표는 1대 1 영수회담을 얘기했지만, 대통령은 '여야 당 대표 회동'을 얘기하며 우회적으로 거절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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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윤석열 대통령,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 대통령실 제공/오마이뉴스 남소연

 
여덟번의 거절 "대통령이 지금 범죄 피의자와 면담할 때는 아냐" 

이 대표는 그 해 9월 8일 "대통령께 다시 요청 드린다, 추석 직후에라도 바로 만나 지금 우리 정치가 무엇을 해야하는지 국민의 물음에 답해드리자"고 제안했다. 답은 없었다. 5일 뒤인 9월 13일 "절차와 형식에 구애받지 않은 영수회담을 제안한다"고 또 말했다.
  
2022년 9월 14일, 이진복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여야 상황이 어느 정도 정리되면 여야 당 대표와 원내대표를 만나는 것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영수회담은) 구시대적인 용어"라며 선을 그었다.

이 수석은 "윤 대통령은 영수회담이란 용어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다. 대통령과 당 대표와의 만남 쪽으로 가야 한다"라며 "대통령은 구시대에 쓴 말을 쓰지 않겠다고 누누이 말씀하셨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우리(국민의힘) 비대위가 만들어지고 정의당도 비대위가 정리되면 윤 대통령이 해외 순방을 다녀오고 나서 방식이 어떻게 됐든지 그때쯤 한 번 (만남을) 논의할 수 있지 않나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여전히 '다자회담'이 각이었다.

2023년 1월 12일, 이 대표는 신년 기자회견에서 영수회담을 재차 언급했다. 여섯 번째 제안이었다. 이 대표는 "이미 여러 차례 대통령과의 회담을 제안했습니다, 그 제안은 지금도 유효하다"라며 국민과 야당을 대화상대로 인정하지 않는 이상 국정 난맥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회담은 언제나 열려있다"면서도 "국회 상황 등 제반여건을 고려해서 판단해야 한다"고 했다. 사실상 거부였다.

당시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비판은 더 노골적이었다. 정 위원장은 "대통령이 지금 범죄 피의자와 면담할 때는 아니"라며 "글쎄, 뭐 도둑 운운하는데 도둑은 누가 도둑입니까 도대체?"라고 반문했다.


2023년 1월 30일, 검찰이 이 대표를 두 차례 소환 조사 하자 이 대표는 "민생·경제문제 해결을 위해 검찰 말고 용산으로 불러달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국민에게 각자도생을 강요하지 말고 특단의 민생 대책 수립에 여야가 머리를 맞대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대통령실 핵심관계자는 "특별히 드릴 말씀이 없다"며 대응조차 하지 않았다. 

추석 당일이었던 2023년 9월 29일, 이 대표는 여덟번째 영수회담을 제안한다. 단식을 마치고 병상에 있던 이 대표는 "최소한 12월 정기국회 종료 때까지 정쟁을 멈추고 민생 해결에 몰두하자"며 "대통령과 야당 대표가 조건 없이 만나 민생과 국정을 허심탄회하게 논의하고, 할 수 있는 일들은 신속하게 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페이스북에 글을 올렸다. 대통령실은 별 반응을 내놓지 않았다.

아홉번째 영수회담 제안은 22대 총선 승리 이후 나왔다. 이 대표는 지난 12일 "당연히 이 나라 국정을 책임지고 계신 윤 대통령께서도 야당의 협조, 협력이 당연히 필요할 것"이라면서 영수회담을 또 제안했다.

국민의힘 측에서는 "절대 만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서울 송파갑 지역에 당선된 박정훈 당선인은 12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제가 아는 대통령은 안 만날 것"이라며 "이분(이 대표 등)들은 사법 리스크, 범죄 혐의를 갖고 있는 피의자들이기에 대통령으로선 피의자들과 대화를 해서 뭔가를 논의한다는 것 자체가 부담될 수밖에 없다. 대화하지 않으면 대통령은 대화를 거부한다는 프레임에 갇히고 대통령도 자기 지지층이 있기에 (만나야 한다는 소리에 떠밀려) 일방적인 항복을 할 수는 없다는 게 딜레마"라고 했다. 

윤 대통령, 총선 패배 9일만에 영수회담 '선제안'... "일방적 항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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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16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을 마친 뒤 자료를 정리하고 있다. ⓒ 연합뉴스

 
그러나, 지난 19일 윤 대통령은 이 대표에게 전화를 걸었다. "다음 주 용산에서 만나자"고 했다. 영수회담이 드디어 성사된 것이다. 윤 대통령이 취임한 지 712일만이고, 이 대표가 첫 영수회담을 제안한지 602일만이다. 총선 패배 후 9일만이기도 하다. 

숱한 제안에도 영수회담을 거절해 온 이유에 대해 한덕수 국무총리는 지난해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대통령) 본인이 만났을 때 야당 대표가 가진 사법적 리스크에 대해 대통령으로서 어떤 시그널이라고 국민이 이해한다면, 그건 대단히 언페어(불공정)한 것이 될 수 있겠다고 말씀하셨다"고 전한 바 있다. 

윤 대통령은 지난 2월 7일 KBS와의 대담에서 직접 "엄연히 당의 지도부라는 것과 대통령실은 별개로 돼있다"라며 "영수회담이라는 거는 우리 사회에서 없어진 지 꽤 된다"고도 말했다. 

야당 대표의 '사법적 리스크'는 여전하다. 그럼에도 "없어진 지 꽤 된" 영수회담이 내주에 부활할 예정이다. 달라진 것은 하나다. 취임 2년만에 총선 참패라는 성적표를 받은 것, 그 뿐이다. 

윤 대통령이 영수회담을 선제안 한 그 날, 공교롭게도 윤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이 발표됐다. 한국 갤럽은 19일 윤 대통령의 국정지지율이 취임 후 최저치인 23%를 기록했다(16~18일, 1000명 대상 무선전화 가상번호 활용 전화면접 조사,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고 밝혔다.
#이재명 #영수회담 #윤석열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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