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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수 재판 부장판사의 돌발질문 "검찰 수사의지 없어 보였나?"

[공판현장] 정영학, '200억원 약속' 관련 "검찰이 구체적으로 묻지 않아 답 안했다"

등록 2024.03.28 18:41수정 2024.03.28 1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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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동 개발 특혜·비리 의혹 사건 첫 공판이 열린 지난 2022년 1월 1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정영학 회계사가 재판을 떠나며 가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 이희훈

  
'50억 클럽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진 박영수 전 특별검사의 재판에서 재판장이 직접 증인에게 "검찰이 수사 의지가 없어 보여서 (200억 원 약속) 이야기를 하지 않은 것이냐"는 질문을 던졌다. 재판장의 도발적인 질문에 검찰은 당황해하는 모습을 숨기지 못했다. 
 
28일 서울중앙지법 형사33부(김동현 부장판사)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수재등) 등 혐의로 기소된 박 전 특검과 양재식 전 특검보의 공판을 진행했다. 반대신문에 나선 양 전 특검보 측은 증인으로 나온 대장동개발 민간업자 정영학 회계사를 상대로 검찰에서 한 진술의 구체성을 따져가며 문답을 이어갔다.

그런데 신문 도중 김 부장판사가 끼어들며 "박 전 특검 등이 청탁의 대가로 200억 원 상당을 요구했다는 대장동 민간업자의 진술을 왜 처음부터 하지 않았냐"고 따져 물었다. 

재판장 "(2021년 12월 조사에서) 검찰이 수사 의지가 없어 보여서 이야기하지 않은 건가?"
정영학 "그렇게까지는 아니었고..."

재판장 "뒤에 (발생한 일을) 쭉 알고 있는데 이야기 안 한 이유는 무엇인가?"
정영학 "구체화를 어떻게 했는지 안 물어봐서 답변을 안 했다."

재판장 "지분 주는 것에 대해 (검찰이) 더 안 물어봐서...?" 
정영학 "네"


정영학 "2021년 조사 당시 검찰이 구체적으로 묻지 않아 답 안 했다"

이날 양 전 특보 측은 반대신문을 진행하며 정 회계사에게 "2022년 11월 박영수가 특가뇌물사건 (검찰) 조사를 받으면서 일정 지분이나 수백억원대 대가 약속 있었다는 취지로 진술했는데 왜 액수와 지분을 특정하지 않았느냐"라고 반복적으로 캐물었다. 

그러면서 양 전 특검보 측은 "지분비율이나 약속한 액수가 특정되지 않았다는 점 등을 이유로 박영수나 양재식은 기소되지 않았다. 그런데 곽상도가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뒤 검찰의 관련 재수사가 시작됐다"며 "증인에게 지분비율과 액수 특정하라는 압박이 있었을 가능성이 엿보인다. 검찰이 자료 보여주면서 특정하라고 압박한 것 아니냐"라고 재차 물었다. 

정 회계사는 "압박 때문에 없는 사실 만들어낸 것은 아니"라고 답했고, 검찰도 "질문이 이상하다"며 "증인이 이런 증언을 한 적이 없는데 왜 전제해서 질문을 하냐"라고 반박했다.

그 순간 재판장인 김동현 부장판사가 끼어들었다. 그는 정 회계사를 향해 "증인이 기억하기에도 지분을 준다고 했다가 검사가 이야기를 해서 200억 원을 (말)하게 된 것이냐"라고 물었고, 정 회계사는 "'지분으로 결정 끝났냐'고 (질문)해서"라고 답했다. 하지만 김 부장판사는 의문이 해소되지 않은 듯한 표정을 지어보였고 관련 질문을 쏟아냈다. 

재판장 "그럼 (2021년 12월 조사) 당시에는 200억 원 이야기는 없었다는 거네."
정영학 "200억 원으로 달라는 이야기를 김만배한테 듣고 방법을 찾아본 거다."

재판장 "처음에는 그 진술이 왜 안 나왔나?"
정영학 "그때는 지분 이야기만 하다가 조사가 끝났다."

재판장 "내가 드는 생각은, 처음에 지분 이야기 하다가 안 되면 참가 시행 이익이나 토지보상 수수료 드리겠다, 금액이 몇백억은 될 거다, 이렇게 되는 게 자연스러워 보인다. 그런데 증인은 (김만배가) 200억 원이라고 해서 이걸 맞춰줬다는 건데, 하아(한숨)... 그러면 다시 질문으로 돌아가서 검찰에서 200억 원 이야기를 처음 한 것은 언제쯤인가?"
정영학 "나중에 조사받을 때 이야기했다."

재판장 "그게 언제라는 거냐?"
정영학 "(2021년 12월) 첫 번째 조사 말고 한참 있다가 조사받을 때다. 2023년 (3월) 조사 때였던 것 같다."

재판장 "그 이야기를 그러면 검사가 액수 특정이 필요하다고 해서 이야기한 거냐?"
정영학 "지분을 줬느냐를 물어봐서. 지분을 안 줬다(라고 답했다)."

재판장 "그전까지는 (조사에서) 실행이익이나 토지 자문 수수료 이야기도 아예 안 나왔나?"
정영학 "안 나왔다. 지분 이야기만 하다가 스톱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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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동 일반에 돈 받았냐” 질문에 손사래 치는 박영수 대장동 민간개발업자의 청탁을 들어주는 대가로 거액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 박영수 전 특별검사가 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20230803 ⓒ 유성호

 
종합하면 2021년 조사 당시 검찰은 박 전 특검의 핵심 의혹인 '200억 원 보장 약속'에 대해 묻지 않았다. 그런데 지난해 2월 또 다른 50억 클럽의 멤버로 의심받은 곽상도 전 의원이 1심에서 무죄를 받자 이후 이뤄진 재조사 과정에서 정 회계사에게 뒤늦게 200억 원 의혹에 대한 답을 얻었다. 이날 김동현 부장판사가 '검찰이 수사 의지가 없어 보여서 (200억 원 관련) 이야기를 하지 않은 것이냐'는 질문을 던진 이유다.

이날 검찰은 증인인 정 회계사가 자발적으로 200억 원을 먼저 특정했기에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다.

검찰은 "증인은 수사 과정에서 증인과 남욱·김만배씨가 컨소시엄 참여 대가로 피고인들에게 200억 원을 약속한 것이라고 먼저 검사에게 답변을 하지 않았느냐"고 물었고 정 회계사는 "그렇다"라고 답했다. 이어 "(2021년에는) 임의제출했던 증인의 대장동 자료들을 구체적으로 살펴보지 못한 채로 진술했지만 지난해부터는 자료를 살펴보며 기억을 종합해 진술한 것이냐"고 하자 정 회계사는 "그렇다"라고 재차 강조했다.

한편, 지난해 2월 8일 곽상도 전 의원은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이후 50억 클럽 의혹에 대한 여론이 급격히 악화됐고, 지난해 3월 30일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50억 클럽' 특검법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상정되자 검찰은 같은 날 박 전 특검에 대한 압수수색을 전격 실시했다. 이후 검찰은 지난해 8월 박 전 특검을 구속기소 했다. 

검찰은 박 전 특검이 우리금융 이사회 의장으로 재직하던 2014~2015년 양재식 전 특검보를 통해 대장동 민간업자인 남욱·정영학·김만배 등의 청탁을 우리은행 측에 전달해 들어주는 대가로 200억 원 및 50억 원을 약속받고 이 중 8억 원을 현금으로 수수했다고 보고 있다.
 
#정영학 #박영수 #대장동 #50억클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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