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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웡카'의 희망찬 초콜릿 이야기, 그 뒤의 씁쓸한 현실

[리뷰] 영화 <웡카>

24.01.28 12:22최종업데이트24.01.28 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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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월카> 스틸컷 ⓒ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

 
자신만의 초콜릿 가게를 열겠다는 포부를 안고 혈혈단신 초콜릿 가방 하나 메고 모험을 떠난 웡카(티모시 샬라메 분)는 늦은 밤 잘 곳을 찾다가 마음씨 좋은 블리처(톰 데이비스 분)의 선처로 낡은 여관에서 머물게 된다. 하지만 따뜻한 친절과 배려 넘치는 온기는 무방비 손님을 속이기 위한 사기였다. 웡카는 글을 읽지 못해 여관 아래의 세탁 공장에서 노역으로 빚을 갚아야만 했다.
 
한편, 누들(칼라 레인 분)은 어릴 때 부모에게 버려져 엄청난 빚더미에 앉아 도망가지 못하고 갇힌 신세다. 그밖에 주인 스크러빗 부인(올리비아 콜맨 분)의 세탁 노예가 된 회계사(짐 카터 분), 배관공(나타샤 로스웰 분), 전화 교환원(락히 타크라 분), 자칭 코미디언(리치 풀처 분)까지. 자포자기했지만 웡카의 지원에 힘입어 용기를 얻어 간다.

웡카는 엄마가 만들어 준 마지막 초콜릿의 진가를 알리기 위해 불철주야 준비한다. 그러나 가장 맛있는 초콜릿을 만들려 고군분투할수록 일은 꼬여만 간다. 밤마다 몰래 초콜릿을 훔쳐 가는 앙증맞은 도둑 움파 룸파(휴 그랜트 분)까지 합세해 위기를 맞이한다. 가난했지만 달콤 백화점에 자신의 이름을 딴 초콜릿 가게를 꾸리고 싶었던 웡카는 엄마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모든 것을 걸게 된다.
 
까칠했던 웡카의 매력적인 프리퀄
  

영화 <웡카> 스틸컷 ⓒ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

 
<웡카>는 원작자 로알드 달 재단의 허가를 받아 원작의 캐릭터를 바탕으로 새롭게 창조된 오리지널 캐릭터가 등장해 윌리 웡카의 서사를 채운다. 지난 2005년 개봉한 팀 버튼 감독의 영화 <찰리와 초콜릿공장>의 '프리퀄'이라 할 수 있다. 움파룸파가 웡카의 초콜릿 공장에 거주하며 일하게 된 사연도 공개된다.
 
올해 개봉하는 <듄: 파트2>로 자주 얼굴을 비추게 된 배우 티모시 샬라메가 전설적인 캐릭터 윌리 웡카로 변신하며, 앞서 배우 조니 뎁이 연기한 '똑단발' 웡카를 새롭게 쓴다. 그는 시련 앞에서도 당찬 긍정성과 매력적인 모습으로 시선을 사로잡고, 마성의 목소리로 감미로운 노래와 춤까지 선보인다. 4개월간 혹독한 트레이닝을 거쳤다고 알려진 노래와 군무는 화려하고 눈부시다.
 
관객에게 익숙한 웡카를 샬라메는 상처를 딛고 전설적인 초콜릿 백화점에 입성하고 싶은 꿈 많은 청년 사업가로 그렸다. 영화는 웡카의 어린 시절을 들여다보는 흥미로운 설정이다. 요리사였던 엄마의 재능을 물려받은 마법사 겸 쇼콜라티에(초콜릿 제작자) 웡카는 생일에 딱 한 번 맛보던 엄마표 초콜릿을 여러 사람과 나누며 연대를 실천한다. 험한 세상을 살아가기 위해 지혜와 재능, 화합을 가르쳐 준 엄마의 깊은 뜻을 확인하는 이야기다.
  

영화 <웡카> 스틸컷 ⓒ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

 
원작 <찰리와 초콜릿 공장>(1964)은 1971년 <윌리 웡카와 초콜릿 공장>(한국 제목, 초콜릿 천국), 2005년 <찰리와 초콜릿 공장>으로 두 번 영화화되었다. 작품성과 오락성을 인정받은 <패딩턴>의 연출 폴 킹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어른과 아이를 만족할 환상의 세계로 초대한다. 할리우드에 진출한 정정훈 촬영 감독이 매혹적인 초콜릿 세계를 시각적으로 구현해 냈다.
 
1971년 영화를 오마주한 뮤지컬 영화다. 슬러그워스(패터슨 조셉), 피켈그루버(매튜 베인턴), 프로드노즈(맷 루카스)는 대기업을 떠올리게 하고, 웡카는 신생기업을 상징한다. 경찰서장(키건 마이클 키)과 부패한 성직자(로완 앳킨슨)까지 초콜릿 카르텔을 돕는 어두운 이면이 등장한다.
 
막대한 자본과 지역 공동체의 결탁은 경쟁자를 없애면서 지금껏 호의호식해 왔었다. 여기에 도전장을 내민 신예 초콜릿 메이커 웡카와 누들, 회계사, 배관공, 전화 교환원, 코미디언 4인방의 활약은 통쾌하기까지 하다.
 
달콤한 초콜릿의 씁쓸한 이면
  

영화 <웡카> 스틸컷 ⓒ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

 
영화는 동화 같은 판타지처럼 보이지만 현실을 관통하는 보편적인 주제로 공감을 안긴다. 좋은 명작을 재료 삼은 뼈대에 21세기의 가치가 더해지니, 풍성한 초콜릿 맛처럼 시너지 효과가 상당하다. 돈도 명성도 없지만 열정 하나로 뭉친 초콜릿 연합과 보잘것없는 청년이 맞서는 권선징악 구도이기 때문이다. 현대로 옮겨도 이질감 없이 흥미로워 고전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깨닫게 되는 명작의 후광이다.
 
하지만 초콜릿 제조와 유통과정을 안다면 마냥 달콤하게 먹을 수만은 없다. 초콜릿이 우리 손에 들어오기까지 혹독한 아동 노동의 결과라는 불편한 진실과 마주해야만 한다. 왜 그렇게 움파 룸파가 카카오 열매(초콜릿 원료)를 지키려고 했는지, 웡카가 탐욕의 상징인 자본주의에 대항하려 했는지 비로소 이해된다.
 
유명 초콜릿 회사는 카카오 열매를 빈곤국에서 아주 싼 가격에 구매한다. 이는 곧 카카오농장에서 아무리 힘들게 일해도 충분한 보상을 받지 못하는 악순환의 구조다. 어른은 물론이고 어린아이까지 동원되어 장시간 극한 노동을 이어간다. 그래도 맛있는 초콜릿을 멀리할 수 없다면 공정무역 제품을 구매하는 게 도움 된다. 정당한 거래로 밝은 미래를 선사할 수 있다.
 
이와 별개로 소설을 바탕으로 한 영화는 상상의 산물이니 충분히 즐기면 된다. 엔딩크레디트에 등장하는 움파 룸파의 노래와 춤, 등장인물들의 후일담을 들려주는 쿠키 영상은 하나다. 단 노래에 중독될 수 있으니 주의하도록!
웡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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