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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식당'의 대형 프로젝트, 왜 백종원은 혹평 쏟았을까

[TV 리뷰]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

21.08.19 16:40최종업데이트21.08.19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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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백종원의 골목식당>의 한 장면 ⓒ SBS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이 새로운 대형 프로젝트에 도전한다. 지난 18일 방송된 <골목식당>에서는 '지역경제 살리기'를 목표로 제주 금악마을 편 첫 번째 이야기가 펼쳐졌다.

<골목식당>은 '먹거리 골목조성' 프로젝트를 표방하며 제주 금악마을 창업을 위하여 지원자들을 모집했고 50대 1의 서바이벌 경쟁률을 뚫고 8팀이 최종후보로 선정됐다. 이들 중 창업의 기회를 얻을 수 있는 것은 최종 4팀. 승자에게는 창업 기회, 인테리어 공사비용 일부 지원, 백종원 대표 등 전문가 창업 컨설팅 기회가 주어지는 조건이었다.

태국 음식 전문가 최명근-최재문 형제, 제주도 특급호텔 중식 셰프 7년 차 경력의 류익하, 연예인 매니저이자 개그맨 지망생 김종욱, 리포터 겸 프리랜서 강사 송주영, 대기업 메뉴개발팀 조아름, 비보이 김태환, 요식업 경력만 부부 합계 31년에 이른다는 최두환-이슬빈 부부, 제주 토박이 말 조련사 이지훈 등 각양각색의 프로필을 지닌 참가자들이 등장했다. 지원자들은 첫 만남부터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도 각자의 경력과 실력을 예측하며 미묘한 신경전을 벌였다.

지원자들은 바로 창업 무대가 될 금악마을로 이동해, MC 금새록과 함께 금악마을에 미리 공실로 마련된 4개의 예비 가게를 둘러봤다. 김성주는 "결코 만만한 지역이 아니다"라며 지원자들의 포기 의사를 확인했지만 모두가 도전을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본격적인 첫 번째 미션으로 지원자들이 두 팀씩 나뉘어 가장 자신있는 요리를 30분 이내에 완성하는 대결을 펼치기로 했다.

1번 최명근- 최재문 형제의 태국 요리(팟카파오무쌉)과 2번팀 류익하의 중식(양장피) 요리 대결이 먼저 펼쳐졌다. 양측은 모두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요리를 마친 지원자들이 상황실로 이동하고 평가에 나선 백종원은 시식보다 먼저 주방 상황을 먼저 꼼꼼히 점검했다.

시식에서는 백종원의 혹평이 이어졌다. 2번 팀 양장피 요리에 대해 백종원은 채소와 오징어 손질이 들쭉날쭉하고, 일부 재료를 기성품으로 대체한 것, 재료 관리, 전체적인 재료들의 균형이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백종원은 접시에서 양장피를 섞는 데 불편함을 느끼고 음식을 샐러드볼에 옮겨 담았다. 백종원은 "욕심이 과했다"며 "간단한 볶음요리를 했다면 더 좋았을 것이다. 완성도가 많이 떨어진다. 기대가 커서 실망도 컸다"는 총평을 남겼다.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의 한 장면 ⓒ SBS

 
1번팀의 팟카파오무쌉 역시 냉정한 평가를 피하지 못했다. 팟카파오무쌉은 다진 돼지고기로 만든 태국식 볶음밥 요리였다. 백종원은 "팟카파오무쌉은 조리에 따라 맛의 격차가 큰 음식이 아니라서 결국 재료에서 갈린다. 핵심은 기름으로 내는 향"이라며 핵심 재료인 마늘과 고추를 기성품으로 사용한 것을 짚었다. 백종원은 "시간적 여유가 있었는데도 재료 손질을 제대로 하지 않은 것은 자신이 만드는 요리에 대한 정보 부족"이라고 평가했다.

덧붙여 백종원은 요리 과정에서 프라이팬을 테스트한다고 달걀을 버리던 모습을 지적하며 "음식하는 사람이라면 식재료 귀한 줄을 알아야 한다"고도 일침했다. 맛에 대해서는 "들어간 재료를 생각하면 맛이 없을 수는 없지만 평범하다"고 평했다.

두 팀 모두에게 일관된 총평으로는 "실망스럽다. (경력이 오래됐다고) 현실에 안주하고 있었던 것 같다"는 게 백종원의 평가였다. 승자는 다음 주에 공개된다. 연이은 혹평에 대기실에 지켜보고 있던 지원자들도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뒤이어 5번 조아름 지원자의 파스타과 6번 김태환 지원자의 밀면 대결이 성사됐다. 두 사람은 시작부터 화구와 싱크대 자리 선점을 놓고 가벼운 신경전을 벌였다. 실력이 베일에 가려져 있던 두 사람은 범상치 않은 속도와 기술을 선보이며 백종원과 지원자들의 기대감을 높였다. 이어진 다음주 예고편에서는 백종원의 더욱 신랄해진 평가와 함께 "먹자마자 만점"이라는 극찬을 받는 장면도 공개돼 호기심을 높였다.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의 한 장면 ⓒ SBS

 
이번 '금악마을' 편은 <골목식당>이 이제껏 시도하지 않은 대형 프로젝트다. 그동안의 방송이 기존의 낙후된 골목상권을 재건하는 것이었다면 이번에는 아예 새로운 지역상권을 창출해내는 도전이다. 규모도 커졌고, 세계적인 관광지인 제주도의 해안-내륙간 지역 격차, 발전의 혜택에서 소외된 이들의 고통, 마을주인-관광객들-창업 지원자들이 이해관계가 얽힌 모습은 이 프로젝트를 더욱 진지한 분위기로 만든다.

방송은 세계적인 관광지로 잘 알려진 제주도의 두 얼굴을 보여준다. 각광 받는 바닷가 주변과 달리, 내륙 쪽은 의외로 개발이 잘 되지 않아 외진 지역이 많았다. 금악마을은 제주도 내에서도 심각한 지역 격차로 희망을 잃어가고 있는 곳이었다. 백종원은 그동안 여건은 되지만 기회가 부족했거나 소외받은 지역을 무대로 "새로운 상권이 생기는 것도 좋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백종원은 금악마을을 첫 답사하는 장면을 통해, "마을 농가와 축산 단체에서 도움을 요청해왔다"며 인연을 맺게 된 과정을 설명했다. 금악마을은 제주도 전체 양돈 농가의 약 40%가 밀집한 지역이었다. 돼지 농가에서 나오는 악취 때문에 현지 주민들은 물론이고 외지 관광객들도 코를 막고 지나가야 할 정도였다. 이로 인해 양돈 농가와 마을 주민들간 오랫동안 갈등이 누적된 상태였다.

백종원의 대안은 관광객들이 구경하러 와서 사먹을 수 있는 것들을 제주 돼지로 만들자고 제안했다. 그리고 마을 사람들과 관광객 모두에게 이로운 지역상권 형성에 대한 원대한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그동안 골목상권들을 도왔다면 이번에는 관광객과 지역민들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새로운 지역상권이 생기는 것도 좋지 않겠나. 창업 지원자들을 모아서 매장을 오픈하고, 지역에 잘 자리잡을 수 있도록 계속 지원해서 새 상권이 형성된다면 떠났던 마을 사람들도 다시 돌아올 수 있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하지만 <골목식당>과 창업 지원자들에게 놓인 현실은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지원자들이 금악마을에 처음 도착해 마주한 모습은 곳곳에 버려진 축사와 공장으로 둘러싸인 음산한 분위기, 그리고 양돈 농가의 분뇨에서 뿜어져 나오는 악취였다. 지원자들은 예상과 벗어난 금악마을의 모습에 당황하며 표정이 굳기도 했다. MC 김성주는 8팀의 치열한 경쟁을 예고하며 "자신이 없다면 언제든 포기 의사를 저에게 알려달라"고 말했다. 이들의 도전이 만만치 않으리라는 것을 암시하는 대목이었다. 지켜보던 백종원 역시 "혹시라도 지원자들이 포기한다고 할까봐 조마조마했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의 한 장면 ⓒ SBS

 
<골목식당>은 그동안 골목상권을 되살린다는 취지와 요식업 자영업자들에게 반드시 필요한 정보와 기본기를 알려주는 '공익 예능'으로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일부 출연자들의 불성실한 태도와 자질 논란, 자극적인 편집, 백종원에게 지나치게 '구원자 역할'을 요구한다는 등으로 비판을 받기도 했다.

이번 제주도 금악마을 살리기 편은 좋은 취지의 프로젝트이지만, 그만큼 더 많은 시간과 노력 그리고 제작진의 책임감이 필요한 일이기도 하다. 제주도 외부에서 창업 지원자들을 모집해서 서바이벌을 벌이는 구성 역시 방송 이후에도 참가자들이 과연 지역에서 창업 의지를 이어갈지 알 수 없다는 리스크를 남긴다.

방송 지원을 받고 몇 팀의 가게를 여는 게 지역 상권 형성으로까지 이어질지 의문을 제기하는 이들도 있다. <골목식당>과 백종원이 과연 과감하게 시작한 대형 프로젝트를 어떻게 풀어나갈지 궁금하다.
골목식당 제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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