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날 학부모는 편히 직장가고,
교사는 출근하라?...수상한 교육부

[발굴] 왜 이번 투표일만?... '젊은 유권자' 수십만 명 대상 '무투표 유도'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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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근혁(bulgom)등록 2017.04.17 13:48

지난 3월 28일 교육부가 보낸 공문을 한 시도교육청이 일선 유치원에 이첩한 공문. ⓒ 제보자


교육부가 오는 5월 9일 대통령선거일에 전국 유치원과 초등학교의 문을 열고 돌봄교실을 운영할 것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4·13 총선 때도 하지 않던 지시를 내린 것이어서 "교사와 학부모 등 젊은 유권자 수십만 명의 무투표를 유도하는 결과를 낳을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4.13 총선 때와 다른 태도 교육부, "대선 날 돌봄교실 운영하라"?

6일, 교육부 공문을 일선 유치원에 이첩한 한 시도교육청의 공문을 입수해 살펴봤더니, 교육부는 지난 3월 28일 교육청에 보낸 공문에서 전국 국공사립 유치원이 대통령선거일에 돌봄교실을 운영하도록 지시했다. 교육부는 교육청으로 하여금 전국 초등학교에도 비슷한 내용의 공문을 보내도록 했다.

이 공문에서 교육부는 "제19대 대통령선거일이 5월 9일로 확정되어 임시공휴일로 지정됐다"면서 "당일 출근해야 하는 맞벌이 가정 등에서는 자녀 돌봄에 많은 어려움이 예상되므로 각 유치원에서는 사전에 돌봄 수요조사 및 대책을 마련하여 학부모에게 안내하라"고 지시했다.

교육부는 붙임자료에서도 "사전 돌봄 수요 조사를 통해 학부모의 요구를 최대한 반영하여 (돌봄교실을) 운영하라"고 강조했다.

그런 뒤 모든 유치원을 대상으로 돌봄 운영현황과 등원 유아 수는 물론 학부모 대상 사전 홍보방법까지 적은 엑셀 보고 파일을 교육부에 보낼 것을 요구했다. 사실상 돌봄교실 운영을 반강제식으로 유도한 것이다.

이렇게 될 경우 공휴일인 대선 일에 전국 국공사립 유치원과 초등학교 교사(돌봄강사 포함) 수만 명이 출근해야 하기 때문에 선거 참여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결과적으로 맞벌이 학부모들에게도 선거 참여 대신 회사에 출근할 것을 유도하는 효과도 있다.

야당 성향이 많을 것으로 예상되는 20~30대 유권자 수십만 명의 무투표를 유도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는 것이다.

교육부는 이번 대선과 같이 전 국민이 투표에 참여했던 지난해 4.13 총선 때는 이 같은 돌봄교실 운영 지시를 내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복수의 시도교육청과 일선 학교에 직접 확인한 결과다. 관공서의 공휴일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이번 대선일도 지난해 총선과 같이 법규로 규정한 공휴일에 해당한다.

교육부 관계자는 '이번 돌봄 공문은 (자체 판단이 아니라) 교육부 학교정책실 등 윗단위의 지시에 따른 것이냐'는 물음에 "그렇다"고 답했다.

일선 교사들과 시도교육청 관계자는 교육부가 수상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교사들 "투표하지 말라는 것이냐?", 교육부 "급하게 잡은 대선이라... "

정은경 전교조 충남지부 유치원위원장은 "교육부가 이번처럼 돌봄교실을 강제로 운영하도록 지시하면 대선 일에 유치원과 초등학교 교사들은 투표를 하지 말란 것이냐"면서 "국가에서 공휴일로 정해놓은 대선 일에 돌봄교실을 열겠다는 것은 학부모에게도 투표하지 말고 직장에 마음 편하게 나가라고 하는 것밖에 안 된다"고 지적했다.

교육부의 공문을 본 일선 유치원 교사들은 시도교육청에 '투표권 확보' 등을 요구하는 내용의 항의 전화를 걸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 시도교육청의 유아교육 관련과 관계자는 "벌써 10통 넘게 항의 전화를 받았다"면서 "교육부가 아무리 돌봄 서비스를 위해 그랬다 하더라도 '대선 일에도 돌봄(교실)을 운영하라'고 한 것은 이상한 일"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교육부 유아교육정책과 관계자는 "돌봄교실을 가급적 운영하라는 것이지 강제성을 띤 공문은 아니었으며 결국 유치원장이 판단하는 것"이라면서 "지난 해 총선은 이미 일정이 잡힌 계획이었기 때문에 돌봄교실 운영 공문을 보내지 않았지만, 이번 대선은 긴급하게 잡은 것이라 차이가 얼마나 큰 것인지 (기자도) 알고 있을 것이라 본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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