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11.07 16:04최종 업데이트 23.11.07 16:05

광주광역시 유덕중학교 3학년 학생들이 지난 6일 "정부의 3자 변제 방안 수용을 거부하며 일본의 사죄와 전범기업 배상을 촉구하는 양금덕 할머니를 비롯한 강제동원 피해자 측을 위해 써달라"며 십시일반 모은 기부금을 이국언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 이사장에게 전달하고 있다. ⓒ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 제공


"일본의 사죄를 요구하고 계신 강제동원 피해 할머니 할아버지 소식을 들었는데, 적은 돈이지만 그분들에게 작은 힘이라도 보태고 싶었어요."

광주광역시 유덕중학교 3학년 학생들이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용기 있는 투쟁을 응원하는 '역사정의 시민모금'에 23만3320원을 기부해왔다고 사단법인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이 7일 밝혔다.


학생들은 제94주년 광주학생독립운동기념일(11월 3일)이 있는 지난주 수업 시간, 광주에 거주하는 양금덕 할머니(92)와 이춘식(99) 할아버지가 대법원에서 최종 승소하고도 아직까지 일본 기업으로부터 사죄와 배상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사연을 접했다.

또 우리 정부가 일본 전범기업을 대신해 '판결금'(엄밀히는 위자료)을 지급하려고 하는 것에 대해 "굶어 죽었으면 죽었지 그런 돈은 못 받는다"며, 끝까지 일본 기업의 사죄와 배상을 촉구하고 있는 양금덕 할머니의 사연에 큰 감화를 받았다.

이후 학생들은 십시일반 모금에 정성을 보태기로 했다. 학생회 부회장인 3학년 강찬(3학년 2반) 군은 집에 있는 동전을 긁어모았고, 정예린(3학년 1반) 학생은 조그만 하늘색 손지갑을 통째로 모금에 내놨다.

"돈이 아깝지는 않으냐"라는 질문에 서민지(3학년 4반) 학생은 "이 정도는 아무렇지 않다"며 "저의 아이스크림과 그분들의 행복이 맞바꿔질수 있다면 너무 너무 좋죠"라고 말했다.
  

"미쓰비시가 사죄하고 돈도 내놓으세요"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양금덕 할머니가 2022년 9월 1일 광주광역시 자택에서 박진 외교부 장관에게 편지를 쓰고 있다. 할머니는 편지에서 "나는 일본에서 사죄 받기 전에는 죽어도 죽지 못하겠습니다. 대법원에서 승소했다는 소리를 듣고 너무도 기뻤습니다. 그런데도 몇 년째입니까? 우리 정부 무슨 말 한마디 못하고 있지요. 왜, 무엇이 무서워서 말 한 자리 못합니까? 미쓰비시가 사죄하고 돈도 내놓으세요. 다른 사람이 대신 주면 나는 무엇이 될까요? 일본에서는 양금덕을 얼마나 무시할까요? 만약에 다른 사람들이 준다면 절대로 받지 못하겠습니다. 우리나라 대통령에게 양금덕 말을 꼭 부탁, 부탁한다고 부탁합니다"라고 썼다. ⓒ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


3학년 언니로부터 모금 소식을 듣게 된 1학년 동생까지 자매가 함께 참여하기도 했다.

임수하(3학년 2반), 임수인(1학년 4반) 자매는 추석에 받은 용돈에서 남은 일부를 모금에 기부했다. 자매들은 "대한민국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참여하고 싶었다"며 "할머니, 할아버지들한테 조금이지만 도움이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최근 정부가 추진 중인 홍범도 흉상 이전 문제와 관련해서도 "말이 안 된다"며 쓴소리했다. 전달식에서는 학생 한명의 선창으로 "정의를 지키자"는 구호도 외쳤다.

일본 전범기업의 사죄와 직접 배상을 촉구하며 정부가 지급하는 판결금 수령을 거부하고 있는 피해자들의 용기 있는 투쟁을 응원하기 위한 '역사정의시민모금'(농협 301-0331-2604-51, 모금주 사단법인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에는 지난 6일까지 6억3662만6960원이 쌓였다.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을 비롯한 전국 600여 시민단체로 꾸려진 '한일역사정의평화행동'은 지난 8월 양금덕 할머니, 이춘식 할아버지 등 피해자 2명과 고인이 된 유족 등에게 각각 1억원씩 4억원을 응원기금으로 전달한 바 있다.
 

시민성금 1억원 전달 받고 소감 밝히는 양금덕 할머니 일제 강점기 강제동원 피해자 양금덕(92) 할머니가 광복절을 하루 앞둔 14일 광주광역시 동구 금남로 전일빌딩245에서 열린 '역사정의 시민모금 성금 전달식'에서 1억 원을 전달받고 소감을 밝히고 있다. 양 할머니는 "바쁘신데 와주셔서 감사하다. 날개가 있으면 날아갈 거 같다. 여러분들이 우리나라를 위해서 애써주시고, 우리 힘으로 헤쳐나갈 수 있게 해주셔서 감사하다"고 밝은 얼굴로 말했다. 양 할머니는 "우리는 어느 나라에도 지지 않는 정신을 가지고 있으니 우리끼리 분발해서 강하게 살아가자"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서 양 할머니는 실제 나이 95세(호적 기준 92세)의 고령임에도 건강한 모습으로 시민들 앞에 섰다. 경사를 맞아서인지 얼굴에는 분을 발랐고 허리도 꼿꼿한 모습이었다. 이런 할머니 모습에 참석자들도 기뻐했다. ⓒ 김형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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