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가 지난 3년 동안 이어온 류중일 감독과의 동행을 마감했다. 

LG 트윈스 구단은 지난 6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류중일 감독이 준플레이오프 2차전 종료 직후 차명석 단장과의 면담 자리에서 구단의 재계약 의사여부와 관계 없이 사의를 표명했고 구단도 이를 수용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이로써 지난 2017년 10월 LG와 3년21억 원에 계약을 체결했던 류중일 감독은 3년 동안 8위, 4위, 4위의 성적을 남기고 LG와의 인연을 마무리했다.

류중일 감독이 팀을 이끌었던 3년 동안 LG는 432경기에서 226승6무200패로 김성근 감독 시대 이후 가장 좋은 승률을 기록했다. 하지만 LG가 류중일 감독을 영입하며 기대했던 한국시리즈 우승까지는 끝내 다다르지 못했다. 류중일 감독은 "그동안 LG트윈스를 응원해주신 팬들에게 감사드리고 아쉬운 경기 결과를 보여드려 죄송하다. 먼저 자리를 정리하고 떠나는 것이 맞다 생각한다"는 사임 소감을 남겼다.

'30년 삼성맨' 류중일 감독, '우승 청부사'로 LG와 계약

LG는 정규리그 4위를 기록한 팀을 한국시리즈 준우승까지 이끌었던 '야신'김성근 감독을 경질한 후 류중일 감독 부임 전까지 감독대행을 제외하고 총 6명의 감독이 팀을 이끌었다. 그 중에는 이순철, 박종훈, 김기태 감독처럼 KBO리그에서 감독 경험이 없었던 초보사령탑도 있었고 이광환, 김재박 감독처럼 과거 LG 혹은 다른 팀에서 한국시리즈 우승을 경험하며 높은 명성을 얻었던 감독도 있었다.

LG는 2003년부터 2017년까지 세 번의 가을야구를 경험했다. 같은 기간 동안 LG보다 가을야구 진출 경험이 적은 팀은 한 팀도 없었다(한화 이글스가 3회로 LG와 동률). 물론 LG의 가을야구 경험이 이토록 적은 것은 2003년부터 2012년까지 있었던 10년의 암흑기가 결정적이었지만 90년대 4번이나 한국시리즈에 진출해 두 번의 우승을 차지한 인기팀답지 않게 21세기의 성적은 초라하기 그지 없었다.

길었던 암흑기를 끝내고 2013년부터 2017년까지 5년 동안 세 번의 가을야구를 경험한 LG는 양상문 감독과의 계약기간이 끝난 후 팀을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이끌어줄 검증된 감독이 필요했다. 마침 삼성 라이온즈의 통합 4연패를 이끌었던 '야통' 류중일 감독이 2016 시즌을 끝으로 삼성 감독에서 물러나 야인으로 있었고 LG는 류중일 감독에게 3년21억 원이라는 거액을 투자해 이기는 법을 아는 검증된 지도자를 데려오는데 성공했다.

사실 류중일 감독은 경북 영덕에서 태어나 대구에서 학창시절을 보내고 대구 연고의 삼성에서만 선수생활을 했으며 은퇴 후에도 삼성에서만 무려 17년 동안 지도자 생활을 했던 '뼛속까지 삼성맨'이다. 1999시즌이 끝나고 현역에서 은퇴할 때는 이만수, 고 장효조 같은 전설적인 강타자들도 받지 못했던 삼성 구단 첫 은퇴식의 주인공이 되기도 했다. 따라서 류중일 감독이 인연이 전혀 없었던 LG의 감독이 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었다.

LG는 2018 시즌을 앞두고 FA시장에서 2년 간의 메이저리그 생활을 마치고 돌아온 '타격기계' 김현수를 4년115억 원에 영입했다. '투자는 확실히 해줄 테니 류감독은 성적에만 신경 써달라'는 구단의 요구가 담긴 초대형 영입이었다. 김현수는 이적 첫 시즌부터 타율 .362 20홈런101타점의 성적으로 커리어 두 번째 타격왕에 오르며 맹활약했다. 하지만 LG는 10개 구단 중 8위에 머물며 우승은커녕 가을야구 무대조차 밟지 못했다.

구단의 전폭적인 지원 받고도 3년 동안 4위만 두 번

작년 시즌에도 류중일 감독을 위한 구단의 지원은 계속됐다. 방출 선수였던 장원삼(롯데 자이언츠)과 심수창(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전민수 등을 영입했고 입대한 양석환의 자리에는 사인앤트레이드를 통해 김민성을 데려왔다. 작년 시즌 외국인 투수 타일러 윌슨과 케이시 켈리가 28승을 합작한 LG는 정규리그 4위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다. 하지만 준플레이오프에서 키움 히어로즈에게 1승3패로 패하며 아쉬움을 남기고 시즌을 마쳤다.

올해 계약 마지막 해를 맞은 류중일 감독은 성적에 대한 압박을 더욱 크게 느낄 수 밖에 없었다. 게다가 올해는 구단 창단 30주년이자 '프랜차이즈 스타' 박용택의 은퇴시즌으로 우승을 위한 명분이 더 확실했다. 실제로 LG는 시즌 내내 상위권을 유지했고 LG의 관건은 포스트시즌 진출 여부가 아닌 '얼마나 위에서 포스트시즌을 시작하느냐'였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류중일 감독은 올해도 4위로 시즌을 마치며 LG를 더 높은 곳으로 올리는데 실패했다.

물론 류중일 감독은 재임기간 동안 팀을 긍정적으로 변화시킨 부분도 있었다. 특히 켈리, 윌슨, 차우찬, 임찬규, 정찬헌, 이민호로 이어지는 6선발 로테이션을 시즌 끝날 때까지 유지하면서도 상위권의 성적을 유지한 것은 대단히 고무적이었다. 류중일 감독은 시즌 중반 차우찬이 부상으로 이탈했음에도 기존 선발 투수들의 등판 간격을 당기지 않고 김윤식과 남호 등 신예 유망주들을 로테이션에 합류시켜 6인 로테이션을 끝까지 지켰다.

하지만 3년 동안 많은 연봉과 함께 대대적인 투자로 강한 전력을 만들어 줬음에도 팀 순위를 4위보다 높게 끌어 올리지 못한 부분은 변명의 여지가 없다. 특히 무슨 일이 있어도 승리해야 하는 '잠실 라이벌' 두산 베어스를 상대로는 3년 동안 포스트시즌을 포함해 50경기에서 13승1무36패로 철저하게 밀리고 말았다. 류중일 감독 역시 3년 동안 두산과의 상대전적에서 한 번도 우위에 서지 못한 것에 대해 아쉬움을 나타낸 바 있다.

LG는 선동열 전 국가대표 감독과 장정석 전 키움 감독 같은 외부인사, 그리고 김동수 2군 타격코치와 류지현 수석코치 같은 내부인사들이 다음 감독 후보로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사실 류중일 감독은 계약기간 3년을 모두 채웠고 LG를 2년 연속 포스트시즌으로 이끌었기에 '실패한 감독'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LG팬들이 '야통'에게 기대했던 것은 한국시리즈 우승이었기에 류중일 감독의 결과물이 아쉽게 느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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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LG 트윈스 류중일 감독 야통 사의표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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