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의 5위' 부산 KCC가 수원 KT를 대파하고 챔프전에서도 먼저 기선을 제압했다. 4월 27일 수원 KT아레나에서 열린 2023~2024 정관장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1차전에서 KCC는 KT를 90-73으로 완승했다.
 
KCC는 허웅과 송교창이 나란히 팀내 최다인 17득점을 올렸고, 라건아와 알리제 존슨이 14점, 최준용이 12점 7어시스트를 기록하며 무려 5명의 선수가 두 자릿수 득점을 올리는 고른 활약을 선보였다. 반면 KT는 에이스 패리스 배스가 29점 10리바운드로 홀로 분전했으나 허훈(12점 4어시스트)을 제외하면 동료들의 지원이 부족했다.
 
지금까지 총 26차례 열린 챔피언결정전에서 1차전 승리 팀이 최종 우승을 차지한 것은 18차례로 69.2%의 확률이다. KCC는 정규리그 5위로 플레이오프 사상 첫 챔프전에 진출한 데 이어, 5위팀의 챔프전 첫 승이라는 신기록을 추가하며 우승을 향한 청신호를 밝혔다.
 
정규리그에서 30승 24패로 5할대(.556) 승률에 그쳤던 KCC지만, 플레이오프에서는 7승 1패, 승률 .875의 놀라운 고공비행을 이어가고 있다. 4위 서울 SK를 3전 전승으로, 4강에서는 1위 원주 DB를 3승1패로 꺾었고, 챔프전에서는 3위 KT를 상대로 또다시 1차전을 먼저 가져가며 파죽지세를 이어가고 있다.
 
상위팀들을 잇달아 업셋하고 있다는 것도 대단하지만 경기력은 더욱 압도적이다. 현재까지 플레이오프에서 유일하게 패배한 DB와의 4강 2차전(71-80)을 제외하고. KCC는 승리한 7경기에서 모두 두 자릿수 이상의 점수차로 완승하며 평균 점수차는 무려 17.5점에 이른다. 6강 SK전에서는 21.6점차, 4강 DB전에서는 13.6점차였다. 경기 초중반까지는 어느 정도 팽팽하더라도, 4쿼터 막판까지 접전으로 흘러간 경기는 아직 한번도 없었다.
 
KCC는 플레이오프에서 89.3점을 기록하며 정규리그(88.6점, 2위)보다 오히려 득점력이 더 향상됐다. 유일하게 71점에 그치며 패배한 4강 2차전을 제외하고 승리한 경기만 놓고보면 무려 92점에 이른다. 플레이오프 8경기 중 절반이 넘는 5경기에서 90점대 이상의 고득점을 기록했다.

정규리그보다 수비 압박이 훨씬 높아지고 상위권 팀들을 반복해서 상대해야 하는 플레이오프에서 매경기 4쿼터를 가비지타임으로 만든다는 것은, KCC가 왜 '슈퍼팀'으로 불리고 있는지를 증명한다.
 
KT와의 챔피언결정전 1차전도 마찬가지였다. 전반까지는 접전 끝에 KT가 41-39로 근소하게 앞섰다. 배스가 전반에만 20점을 몰아넣으며 분전했다. 하지만 후반 들어 KCC가 빠른 공수전환을 앞세워 특유의 '몰아치기'로 흐름을 단번에 뒤집었다. KCC는 3쿼터 초반 연속 15점을 올리면서 단숨에 스코어를 54-41까지 뒤집었다. 이 중 속공 득점만 12점에 이르렀다.
 
또한 KCC는 3쿼터에 외곽슛보다 철저히 골밑 공략에 득점루트를 집중했다. 송교창은 3쿼터에만 무려 13점을 올리면서 야투 성공률이 무려 86%(6/7)에 이르렀다. 허웅-최준용과 콤비플레이를 펼치며 동료들의 득점기회를 돕기도 했다. 송교창의 활약을 앞세워 KCC는 3쿼터에만 33-14로 KT를 압도하며 17점차이(72-55)로 앞서나가면서 사실상 4쿼터 이전에 승부를 결정지었다.
 
6강과 4강전에서 압도적인 활약을 보였던 라건아는 챔프 1차전에서는 본인의 득점보다 궃은 일과 이타적인 플레이에 더 집중했다. 존슨과 출전시간을 양분하면서 불과 24분밖에 출장하지 않았음에도 공수에서 영양가 높은 플레이를 선보였다. KCC는 이날 30분 이상을 출장한 선수가 한 명도 없을만큼 선수들을 고르게 활용하고도 낙승을 거두며 체력까지 아끼는 소득을 거뒀다.
 
승장인 전창진 KCC 감독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후반에 승부를 보는 것이 의도된 플랜이었다고 밝혔다. 특히 2쿼터 드롭존 수비로 KT를 괴롭히며 배스의 체력을 소모시킨 것을 승부처로 꼽았다.

전 감독은 "KT가 배스에게 휴식을 주기 위하여 마이클 에릭을 투입했는데 우리 드롭존 수비에 적응하지 못하니까 바로 배스를 다시 투입하더라. KT의 주득점원인 배스의 체력을 더 소모한 것이 3~4쿼터에도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배스는 후반에는 체력이 떨어진 모습을 보이며 9득점에 그쳤다. 송영진 KT 감독은 "3쿼터 초반에 속공을 연달아 허용하면서 분위기가 가라앉았다. 집중력을 잃으면서 수비가 완전히 무너졌다"고 경기를 분석하며 아쉬움을 내비쳤다.
 
KT는 배스라는 걸출한 득점원을 보유하고 있지만 다른 선수들의 부진이 아쉽다. 허벅지 부상 후유증으로 4강 플레이오프에서도 부진했던 허훈은, 챔프 1차전에서도 비록 두 자릿수 득점을 올렸지만 야투(4/11)과 3점슛(2/8) 모두 저조한 성공률을 보이며 제 컨디션이 아니었다. 팀의 원투펀치인 배스와 허훈이 모두 온볼 플레이어이다 보니 정작 코트에서 같이 뛸 때는 그다지 시너지 효과가 나오지 않는다는 것도 고민이다.
 
다른 국내 선수들의 활약도 저조하다. 1차전에서 하윤기는 6점 4리바운드, 문성곤은 17분여를 뛰면서 무득점에 그쳤다. 라건아-송교창-허웅-최준용-존슨의 '빅5'가 구멍 하나없이 모두 고른 활약을 보이고 있는 KCC를 상대로 배스의 원맨쇼로만 버티는 것은 한계가 있다.
 
지난 챔프전 미디어데이에서 4연승 스윕을 장담했던 허웅은 막상 1차전 승리 이후에는 오히려 차분한 반응을 보이며 "4전 전승은 솔직히 쉽지 않다. KT 역시 4강에서 1차전 패배를 뒤집고 챔피언결정전에 올라온 팀이다. 방심하지 않고 끝까지 집중할 것"이라며 전의를 다졌다.
 
하지만 지금의 기세라면 KCC가 4연승으로 시리즈를 쉽게 끝낸다고 해도 결코 놀랍지않을 분위기다. 그만큼 지금의 KCC는 빈틈이 보이지않을 만큼 압도적이다. 과연 KT가 2차전에서 슈퍼팀의 기세를 꺾을 만한 해법을 찾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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챔피언결정전 1차전 프로농구 송교창 부산KC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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